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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사랑을 파는 노점상

<8뉴스>

<앵커>

내 한 몸 챙기기도 힘든 게 요즘 세상입니다만, 넉넉하지 못한 살림에도 지난 10년 동안 마을 노인들의 점심 식사를 손수 챙겨온 노점 상인들이 있습니다.

마음 푸근한 이 사람들을 테마기획에서 조지현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성북구 돈암동의 허름한 천막집.

식재료를 씻고, 고기를 다지고, 점심 준비로 바쁜 이들은 돈암동 노점상 상우회원들입니다.
[백염희/상인 : 아침도 안 잡숫고 오셨다가 여기와서 맛있게 드시면 얼마나 뿌듯한지.]

얼큰한 김치볶음에 노릇노릇한 계란까지, 부엌은 구수한 냄새로 가득합니다.

11시부터 긴 줄이 늘어섭니다.

낮시간을 혼자 보내야 하거나, 몸이 불편한 노인 150여 명이 매일 이 곳에서 점심 식사를 합니다.

[맛있게 드세요. 국이 뜨거워요.]

점심은 노인들에겐 진수성찬, 꿀맛입니다.

[황옥종/서울 돈암동 : 나는 여기서 밥을 잘 먹고 가잖아요. 그러니까 빵은 손녀딸 주려고.]

돈암동 토박이 상인 30여 명이 모여 처음 점심 급식을 시작한 것은 지난 94년.

한 달 식비만도 3백만원이나 되지만, 지난 10년동안 외부 지원 한 번 없이 회원들의 쌈짓돈으로 꾸려왔습니다.

오후에는 장사를 해야 하는 이들, 설거지하는 손길이 바쁩니다.

[최병식/상인 : 십 년 이상 하면서 부모라는 생각을 버려본 적이 없으니까. 해도 마음이 포근하고 피곤하지 않고.]

[김창섭/서울 길음동 : 며느리보다 낫지, 며느리에다 비교하면 말도 안 돼.]

생업은 고단한 노점상. 하루 살기도 빠듯한 살림이지만, 나누는 여유가 있어 마음만은 누구보다 넉넉한 부자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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