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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천만, 심야 고속질주

<8뉴스>

<앵커>

도심 한복판에서 주말 밤마다 대규모 불법 자동차 경주가 열리고 있습니다. 보기에도 아찔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경찰은 강 건너 불구경입니다.

기동취재 2000, 김윤수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도 분당의 한 번화가, 밤 12시가 되자 각양각색의 스포츠 카들이 하나 둘 모여듭니다.

2억원을 호가하는 독일제 최고급 스포츠 카에서 부터, 국산 스포츠카까지 백대가 넘습니다.

[(몇 마력정도 나와요?) 450마력...(튜닝하는 데 얼마 들었어요?) 전부 다 5천인가 4천...]

운전자들은 대부분 20대. 잠시 말을 주고 받더니 줄지어 어디론가 향합니다.

도착한 곳은 한 8차선 도로. 양쪽으로 나뉘어 도로를 무단으로 점거합니다. 한 사람이 도로 한 가운데에서 손짓을 하자 차 두 대가 빠져나와 나란히 섭니다.

출발신호와 함께 귀를 찢는 굉음. 연이어 출발한 차량들이 아찔한 속도로 도로를 내달립니다.

4백 미터를 누가 먼저 주파하는 지 겨루는 이른바 ´드래그 레이스´가 즉석으로 이뤄집니다.
짧은 거리지만 대부분 튜닝으로 출력을 높여서 속도는 순식간에 150km를 넘습니다.

무모한 내기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김모 씨 : 투스카니 한 대 갖고 차 따먹기 하고 그래요. 외제차가 미국에서 2억인가 1억 5천 들여 튜닝해 가지고...]

안전장치 하나 없이 경주를 벌이다 보니 사고도 속출합니다.

[포장마차 있는 거 아시죠? 거기를 쓸어버렸어요. 차가 미끄러지면서...]

노선버스까지 지나다니지만 경주는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됩니다. 도로를 점거하다시피 해 일반차량들은 중앙선을 넘나들 수 밖에 없습니다.

[강진식/택시기사 : 저게 뭔 짓거립니까? 저게. 보이죠? 대형사고를 지금 유발할 수도 있어요. 저런 경우에는, 제발 단속 좀 했으면 좋겠어요.]

광란의 질주가 이어지길 2시간 쯤, 순찰차 한 대가 나타납니다.

모였던 차들은 쏜살같이 내뺍니다. 그러나 10분 뒤, 순찰차가 사라지자 다시 돌아와 질주를 계속합니다.

이런 무법질주는 새벽 3시가 넘어서야 끝났습니다. 주말마다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관할 경찰서는 엉뚱한 소리만 합니다.

[경찰관 : 여기서는 애들이 모여서 몰고 자유로로 가는 줄 알고 있는데, 여기선 레이싱 할 만한 거리가 별로 안되는데 짧아서...]

이런 차들 가운데 상당수는 구조변경 승인을 받지 않은 불법개조차량. 일부 튜닝업체에서는 공공연히 불법을 조장합니다.

자동차 검사도 돈만 있으면 무사통과입니다.

[튜닝업체 : 구조변경 안 하면 돈으로 내는 수 밖에 없어요. 얼마나? 최소한 10만원 정도, 검사가 2년에 한 번 씩 있으니까. 터보정도를 탈 사람이면 그런 거 신경 안 써요.]

[이런 차 타면 기분이 어때요? 청룡열차 타는 기분이죠.]

경찰이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는 사이, 주말 밤마다 도로는 무법천지로 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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