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중국기술이 쫓아온다는데...

취재파일란에 다시 신고합니다. 저는 외교담당으로 일하며 '세종로에서' 칼럼을 쓰다 얼마전 인사에서 다시 경제부로 옮겼습니다. 전자와 정보통신 분야를 맡게 되었습니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지도 바랍니다. 오늘은 중국 이야기입니다.

중국의 산업기술이 쫓아오고 있습니다. 그 내용이야 이미 뉴스와 신문에서 보셨을 터.. 문제는 왜 중국이 그렇게 빨리 따라오는 것인지,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지일 것입니다. 오늘 만나 인터뷰했던 전문가의 말씀중에 여러분과 함께 나눌만한 내용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중국은 현재 "과정을 압축하는" "개구리 뜀뛰기식의" 기술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7-80년대 고도성장기에 그랬습니다만, 중국은 그 속도가 훨씬 더 빠르다 합니다. 그럴 수 있는 힘의 원천을, 한국산업기술재단의 정반석 조사분석팀장은 '시장'이라고 지목했습니다.

거대한 구매력을 지닌 중국의 수요자들은 기술자들이 접하고,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첨단의 제품을 요구합니다. 이런 '시장의 요구'가 중국기업들에 기술 드라이브를 걸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우리의 휴대폰입니다. 사실, 우리 국민의 휴대폰 사랑(?)은 좀 유별나지 않습니까. 98-9년 011,018,019의 시장 쟁탈전 속에서, 언론들은 '휴대폰 과소비'라는 기사를 참 많이도 내보냈습니다. 저는 그당시에도 정보통신 담당이었습니다. 그런 기사를 쓰라는 요구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럴때마다 저는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그래도 국내시장이 빨리 크니까 국내 휴대폰 산업의 경쟁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습니다. 휴대폰 수출도 크게 늘고 있습니다. 이게 나중에 반도체 부럽지 않은 수출효자가 될겁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그때 그 말은 지금 현실이 됐죠. 중국도 비슷한 과정을 지금 겪고 있습니다. 중국 소비자들의 눈높이는 이미 고가의 삼성 휴대폰에 맞춰져 있으니, 중국기업들은 무슨 수를 쓰든 그에 근접하는 제품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입니다.

중국의 거대시장은 또다른 의미에서 기술드라이브를 걸고 있는데, 그것은 기술을 지닌 외국기업들을 끌어들이는 것입니다. 사회주의 권력체제를 갖고 있는 중국은 지도층에서 '시장을 내주는 대신 기술을 받아낸다'는 명확한 지향점을 갖고 외국투자를 유치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시장과 성장잠재력을 탐내는 선진기업들은 이런 조건을 기꺼이 감수하고 중국에 공장을 짓습니다. 간접적인 기술이전이 이뤄지는 것입니다. 한국이 이미 상당한 기술 진보를 이뤄 선진국의 견제를 받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에 중국이 어부지리를 얻는 측면도 있습니다.

그래서, '과연 우리나라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을 때, 정반석 팀장은 '이건 기술문제지만 기업투자 환경문제로 풀 필요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우리가 자체인력 양성만으로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정팀장은 "이제 중국을 활용하는 방법,시각을 바꿔야 한다"고 말하더군요.

지금 우리는 중국을 '거대시장'으로만 보려 합니다. 그런데 거기에 그치지 말고, '기술협력 파트너'로서 볼 필요도 있다는 것입니다.

"어떻게요?" 했더니, 정 팀장은 "이를테면 표준화 전략 같은겁니다."하고 대답했습니다. 중국은 자신의 거대시장을 바탕으로, 특정 분야에서 독자표준을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동통신에서 CDMA냐 GSM이냐 같은 것.) 한국의 기업들은 중국이 독자표준을 만들 때 파트너가 됨으로써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이죠. 여기에 일본까지 포괄한다면 새로운 차원의 동북아 협력도 가능할 것입니다.

현재 세계시장에서 특정산업의 표준을 결정하는 힘은 미국이 쥐고 있습니다만, 이런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잠재력을 중국이 키워가고 있다는 얘깁니다.

기술인력 양성의 측면에서는 굳이 길게 말할 것이 없을 것입니다. 중국에선 이공계 인력이 국가지도층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반면 우리는 전혀 상황이 다르다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는 얘기지요.

이런 얘기를 하다보면 국가로서의 한국이 뭔가 심각한 병에 걸려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고급인력을 양성하는 시스템이 심각하게 왜곡돼 있습니다. 실력있는 청년들이 나라를 벌어먹일 분야로 고루 공급되지 못하고, 사법고시 아니면 돈벌기 쉬운 일부 과의 의사,한의사로만 몰리고 있지 않습니까.

박정희 전두환 시대가 그 체제적 폭압성으로 욕을 먹지만, 인재양성과 배급 시스템에 있어서는 지금보다 문제가 적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된 씨앗은 이전 DJ 정권 시절 뿌려졌다고 봅니다. 의약분업 실시 이후, 이공계의 자원이 의대 일부과로만 몰리는 현상이 심해진 것이 그중 하나입니다.

지금 노무현 정권은 과학기술인력 양성을 구호로는 외치기 시작했습니다만, 아직은 총선에만 정신팔려 있는 모습입니다. 총선에 이기고 나면, 그때는 정말 총력을 기울여 국가의 인재배급 시스템을 재설계하는 일에 나설지, 지켜볼 일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오늘의 숏뉴스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