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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 '쓴소리' 논란 확대

<8뉴스>

<앵커>

오랜 세월 우리 사회의 원로로 존경받아온 김수환 추기경이 열린우리당 지도부에게 쓴소리를 했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추기경의 발언을 비난한 글이 한 인터넷언론에 실린 것을 계기로 지금 온라인에서는 물론 정치권에서까지 논란이 뜨겁습니다.

보도에 박병일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달 29일, 혜화동 성당. 인사차 찾아온 열린우리당 지도부를 향해 김수환 추기경이 쓴소리를 던졌습니다.

관권선거 의혹과 행정수도 이전 추진을 비판하면서 특히 반미 감정 확산을 크게 우려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 : 미국이 주적이 됐다, 이거야, 말하자면. 반미친북 세력이 커져가는게 사실이야. 현재 이북은 이상적으로 공산주의가 되가는 나라냐.]

뜻밖의 쓴소리에 정동영 의장은 무거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정동영/열린우리당 의장 : 학생이나 젊은이들하고 얘기해보면 굉장히 실용주의적입니다. 이미 이념의 세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그로부터 사흘 뒤인 어제,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에 추기경을 비난하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여론조사를 통해 보더라도 북한보다 미국을 더 위협적인 존재로 보는 사람이 많다며, '조선일보의 수구적인 선동을 국가 원로가 부추긴다'고 주장했습니다.

논란은 여기서부터 점화됐습니다.

'추기경은 이제 은퇴해서 편안히 살라', '추기경은 석고대죄하라' 한마디로 종교인이 나서서 현 상황을 왜곡해선 안된다는 논조들입니다.

[이재환/서울 신길동 : 전문 분야는 전문분야를 담당하는 사람이 잘 알기 때문에, 종교하시는 분이 정치에 관여를 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원로로서 시대상황을 꿰뚫는 안목이다', '자신의 주장과 맞지 않는다고 추기경을 짓밟아선 안된다' 우국 충정에서 비롯된 원로의 충고를 무시해선 안된다는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이성춘/서울 목동 : 그 분이 말씀하시는 것이 당연하고 앞으로도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논란이 가열되면서 각 정당들도 거들고 나섰습니다.

[박진/한나라당 대변인 : 정신적 지도자의 우국충정 어린 고언을 왜곡비난하고 폄하하는 것은 명백히 정도를 벗어난 정치공세입니다.]

[유은혜/열린우리당 부대변인 : 추기경의 말씀 전체와 분위기, 느낌이 모두 전달되지 않은 상태여서 이런 일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오마이뉴스는 조선일보의 오늘자 보도를 또다시 조목 조목 반박하고 나서면서 언론사간 논쟁에도 불을 지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이나 카톨릭계는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한 보수주의자의 충고로 받아들여 달라던 김수환 추기경의 당부와 달리 논쟁은 갈수록 격화돼가고 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 : 우리같은 사람이 걱정을 하고 있다는 것도 참고해주시고 국민 전체에게 희망을 갖도록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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