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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토이치 - 리듬의 붓

안녕하세요. 설 연휴에 불어닥친 한파에 고생많으셨죠. 극장가에서 설 연휴는 평소보다 관객이 두 세배 늘어나는 대목입니다

안녕하세요. 설 연휴에 불어닥친 한파에 고생많으셨죠. 극장가에서 설 연휴는 평소보다 관객이 두 세배 늘어나는 '대목'입니다. 방학중이라는 잇점까지 있어서 추석연휴보다 더 많은 관객들이 극장으로 몰리는 시즌이죠. 당연히 영화계에서는 이 대목을 노리고 각종 영화들이 개봉합니다. 지난해 12월 중순 개봉한 [반지의 제왕] 3편이 해가 바뀌면서 한국영화 [실미도]에 1위 자리를 내어 줬고 2주전 개봉한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와 [페이첵]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어 흥행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안개 정국'같습니다.

일단 [실미도]는 설 연휴를 지나면서 700만을 돌파했습니다. 다음주 쯤이면 800만을 넘어 한국영화 최고 흥행영화 기록에 도전합니다. 현재까지 최고 기록은 곽경택 감독의 [친구]가 갖고 있는 820만명입니다.

오늘은 일본 영화 [자토이치]에 대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기타노 다케시의 [자토이치]는 지난해 9월 베니스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습니다. 복수와 피로 얼룩진 사무라이 영화의 관습을 유지하면서 다케시 감독 특유의 유머와 페이소스가 가득합니다.

기타노 다케시는 원래 TV에서 활약하던 유명한 코미디언이었고 현재도 활약하고 있습니다. TV만 켜면 안 나오는데 없이 나오는 그런 연예인인데 80년대 초 [전장의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영화에 출연했습니다.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몰래 개봉관에 가서 영화를 관람하는데 화면에 다케시만 나오면 관객들이 웃음을 터뜨렸답니다. 꽤나 심각하고 진지한 역할이었는데 코미디언이라는 선입관 때문에 그런 것이겠지요. 다케시는 이를 갈며 극장에서 나왔고 이후 영화에 매진해 이제는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고 합니다.(기타노 다케시가 영화에서 웃지 않고 무표정한 얼굴로 나오는 이유도 그 때문이라는 설이 있더군요.)

베니스 영화제에서 [하나비]로 대상을 받은 바 있고 지난해 베니스 영화제 취재를 갔을때 현지를 찾은 기타노 다케시에 대한 반응은 샘이 날 정도였습니다. 그가 나타날 때마다 박수와 환호가 잇따랐고 심지어 TV 모니터에 얼굴이 나와도 환호성을 지르더군요.

주인공 자토이치는 맹인 안마사로 도박을 취미로 즐기며 여기 저기를 떠돌아 다닙니다. 하지만 그는 지팡이로 위장한 검을 가지고 다니며 엄청난 검술 실력을 갖고 있습니다. 긴조라는 악당이 지배하는 마을에 들어온 자토이치는 게이샤(기생)자매를 만나는데 사실은 부모를 죽인 원수인 긴조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마을에 들어왔습니다.

악당 긴조는 떠돌이 무사 하토리를 고용하고 자토이치는 정의의 편에 서서 긴조 패거리들과 대결하고 무술 실력이 뛰어난 하토리와 마지막 승부를 벌입니다.

이렇게 줄거리로 보면 선과 악의 대결을 주제로 한 평범한 사무라이 영화 같지만 다케시 감독은 형식면에서 꽤나 독특한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일단 독특한 리듬감을 들 수 있는데 밭에서 일하는 농부들이나 집을 짓는 목수 장면에서 독특한 리듬을 실어 찍었고 막판에는 출연진이 몽땅 출연해 거대한 탭댄스같은 군무를 추며 마치 뮤지컬 같은 형식으로 대미를 장식합니다.

액션장면도 군더더기 없이 진행됩니다. 보통 검객들의 액션 장면은 칼과 칼이 부딪히며 요란한 금속음과 함께 여러 합이 진행되는데 이 영화에서는 한 두번 칼을 휘두르면 적들이 베어집니다. 격렬하지만 간결하지요. 피가 분수처럼 솟구치는 모습은 [킬 빌]에서 나왔던 장면과 흡사한데 과장법이 오히려 잔인한 느낌을 줄여주는 독특한 효과가 있음을 새삼 느꼈습니다.

이 영화에서 다케시는 역시 심각한 표정으로 나오다가 딱 한 번 요상스런 분장으로 관객에게 웃음을 전합니다. 자토이치의 도박판 친구가 양념같은 역할로 친근한 유머를 선사합니다. 거장 감독이 마음껏 자기 스타일대로 스크린이라는 화폭에 멋진 그림 한 편을 그렸다고나 할까요? 관람객이나 평론가들이 어떤 평가를 할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고 붓가는 대로 그린 그림에 비유할만 하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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