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학은 그렇다 치고 유치원부터도 들어가기 쉽지 않은 지역이 있다고 합니다. 난개발 여파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경기도 용인입니다.
임상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기도 용인의 한 유치원 앞.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인데도 백명이 넘는 학부모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두꺼운 외투와 털모자로 중무장한 채 밤을 지샜습니다.
[학부모 : 열시부터 다들 기다리고 있었어요. 아침 열시부터요. (밤새도록 계셨던 거에요?) 예, 밤샜죠.]
선착순으로 뽑아 어쩔 수 없다는 말입니다.
[학부모 : 애기가 너무 먼 데까지 다니면 너무 힘들잖아요. 가까운 데서 찾다 보니깐...]
[학부모 : 아파트들이 많이 생긴 것에 비해서 유치원이 너무 적어서 엄마들이 고생하는 거죠.]
유치원 관계자들이 도착하자 비로소 원서접수가 시작됩니다.
뒷쪽에 있는 학부모는 쉽게 줄지 않는 긴 줄을 보며 걱정이 앞섭니다.
[학부모 : (불안하지 않으세요?) 불안해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기표라도 받을까 하고.]
금세 정원이 차고 대기표가 나눠집니다.
[학부모 : 모르겠어요, 내가 밤새서 뭐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학부모 : (고생스럽지 않으세요?) 그래도 대기표를 받아서 괜찮아요.]
난개발의 대명사가 돼 버린 용인지역.
유입인구의 대부분이 젊은 층이라 어린 자녀들이 크게 늘고 있지만 유치원은 턱없이 모자랍니다.
이웃 분당지역과 비교해 봤습니다.
용인지역에서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동 수는 분당의 2배인데도 유치원의 수용능력은 거의 같습니다.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사립 유치원은 분당이 훨씬 많습니다.
[김수정/학부모 : 유치원에 입학을 못하게 되면 사설 미술학원이나 영어유치원, 병설에 보내야 하는데, 그럴 때는 가격면에서도 조금 문제가 있고 환경적인 면에서 조금 뒤쳐져 있지 않나 하는 생각에...]
난개발도 문제지만 섣부른 규제완화가 상황을 더 악화시켰습니다.
5백 세대 이상 주택단지에 유치원을 하나씩 만들게 했던 규정이 지난 98년 2천세대 이상으로 완화됐기 때문입니다.
사실 용인 지역엔 2천 세대 이상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거의 없어 아파트 단지 몇 군데를 통틀어 유치원 하나 찾기 어려운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윤인순/부동산 중개인 : 땅 주인들이 법에 벗어나지 않게 짓다 보니까 2만세대 정도에 사설 유치원은 2~3개 정도 밖에 없어요.]
[건설업체 관계자 : 부지가격은 점점 상승하는데 상업용지나 이런 것이 더 효율적이죠. 공급주체에서 봤을때.]
교육청도 뾰족한 대책이 없습니다.
[용인교육청 담당자 : 사실은 주도적으로 공립에서 해야되는데 의무교육이 아니다 보니까 ...]
난개발을 방치한 정부가 나서지 않는 한 새벽 줄서기는 매년 되풀이 될 수 밖에 없다고 학부모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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