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주민등록증 도용 실태와 문제점을 어제(12일) 보도해드렸습니다만, 취재를 더해 보니까 신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게 동사무소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박병일 기자의 기동취재입니다.
<기자>
지난달 주민등록증을 분실한 문현경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당했습니다.
{문현경/피해자 : 어떤 여자분이사기죄로 저를 고소해버리겠다고, 감옥에 처 넣겠다고... 그런 내용의 전화를 받았어요.}
누군가 문씨 행세를 하면서, 인터넷에 카메라를 팔겠다고 광고한 뒤 돈만 챙겨 달아난 것입니다. 휴대폰으로 계속 통화한 데다 통장 번호까지 남긴 만큼 피해자들은 사기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이지선/피해자 : 황당하죠. 웬만큼 다 알아보고 했거든요. 조회를 해보고 돈을 부쳤는데 아니라고 그러니까...}
경찰 조사결과, 휴대폰도 훔친 신분증으로 개설된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직접 확인해 봤습니다.
남의 신분증을 제시하고 주소도 엉터리로 써 냈지만 단돈 만원만 내면 수십만원짜리 핸드폰을 내줍니다.
{판매원 : 혹시 다른 분 소개시켜주세요. 상품 많이 드릴께요.}
그렇다면 통장은 어떻게 만든 것일까? 모자를 눌러 쓴 범인이 창구 앞에서 훔친 신분증을 내고 버젓이 남의 행세를 하지만 은행 직원은 제대로 확인하지 않습니다.
은행측은 단순한 실수였다고 항변합니다.
{은행 지점장 : 항상 본인확인 철저히 하도록 주민등록증 조심해라.}
과연 그런지 다른 사람의 신분증으로 통장을 개설해 보기로 했습니다.
{은행직원 : 입출금 통장 만드실 거예요? (네.)}
완전히 다른 얼굴이지만 확인은 형식적입니다.
{은행직원 : 머리가 기르시니까 틀려 보이네요. 감사합니다.}
다시 들어가서 현금 카드까지 만들어 봤지만 역시 발급됩니다.
지난 99년, 정부가 위변조 방지를 위해 주민증 교체에 쓴 돈은 430억원. 관행화된 허술한 신분 확인에 자칫 헛돈이 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