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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기획]재능가진 산골자매의 꿈

<8뉴스>

<앵커>

도시와 농촌간 빈부 격차가 심해지면서, 농어촌 청소년들 가운데는 재능이 있고 의욕도 있지만 배움의 기회조차 갖기 어려운 경우가 꽤 있습니다.

한 시골 자매의 안타까운 사연 테마기획에서 신우선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선영이, 남영이 자매가 저녁 준비에 바쁩니다.

10년전 아버지를 교통사고로 여읜 후 곧이어 어머니가 재혼했고, 자매는 시골의 할아버지에게로 왔습니다.

어부였던 할아버지는 운암호 낚시가 금지되면서 일을 잃었고, 품일과 정부보조로 끼니를 이어갑니다.

할머니는 겨울들어 품일을 찾아 전주에 나갔습니다.

사정은 이렇듯 어렵지만, 자매에게도 소박한 꿈이 있습니다.

{신선영/임실군 운암중 2학년}
"할아버지. 나 전주 인문계 고등학교에 꼭 갈거야."

할아버지의 대답은 침묵입니다. 영어학원은 구경도 못해본 선영이지만, 얼마전 생활영어 군(:)대회에서 3등에 입상해, 학년 1등의 실력을 재확인했습니다.

전북 임실군 운암면 운암 초중학교. 유아원에서 중학교까지 함께 해도, 학생이 100명도 안되는 작은 학교입니다.

아이들을 지켜보는 교장 선생님의 마음은 착잡합니다.

{이철우/운암 초중학교 교장}
"재능은 있어도 고등학교 진학을 못하는 애들을 보면 참 답답합니다."

집까지는 걸어서 1시간. 자매의 발길은 눈때문에 더욱 더딥니다.

자매의 매일 아침 첫 일은 개밥 끓이기. 강아지 8마리. 사실상 이 집의 유일한 희망입니다.

뒷동산에서 내려다보이는 빈 배. 할아버지의 가슴을 아리게 합니다.

{신동기/전북 임실군 외사양리}
"옛날처럼 고기를 잡게 해주면 너희 학교도 보내고 살림형편도 좋아질텐데, 고기를 못 잡게 하니 너희들이 고생이다."

흰 눈처럼 소박한 자매의 꿈과 속내 검게타가는 할아버지의 현실이 꽁꽁 언 운암호 계곡에서 서럽게 교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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