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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기획]18년 동안 지킨 호국 영령

<8뉴스>

<앵커>

20년 가까이 국립묘지에서 연고없는 호국영령들의 묘지를 돌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테마기획, 김호선 기자가 들러봤습니다.

<기자>

가을햇살이 유난히 눈부셨던 오늘(14일)은 중양절인 음력 9월 9일, 서울 동작구 부녀회원 백여명이 국립묘지에 모였습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차리고 잡초를 뽑고, 수백기의 묘비까지 정성스레 닦고나면, 더이상 잊혀진 묘는 없습니다.

{송삼호}
"그분들이 그 때 결혼을 못하셨으니까, 가족이 없으시잖아요. 그래서 시제를 모시기 시작했죠."

주부 이명재씨는 오늘의 감회가 특히 남다릅니다. 한국전쟁때 아버지를 잃었지만 시신도 찾지 못한채 안타까운 50여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명재}
"우리 아버지 묘도 어디엔가 묻혀서 이름 모르게 있다면 누군가가 잘 보살펴 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저도 열심히 봉사할 테니까 누군가 보고 계시다면 작은 묘 하나라도 우리 같은 마음으로 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부녀회원들이 국립묘지를 찾기 시작한 것은 지난 84년.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선열의 묘가 잊혀져서는 안되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한 회원의 제의로 시작된 일이 벌써 2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내년부터는 봄에 묘역을 한번 더 찾을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임양자}
"제가 6.25때 14살이었으니까 없지만, 내가 일찍 태어났으면 우리 아들 중에도 묻혀 있을 수도 있죠."

바쁜 일상을 쪼개 살아남은 자의 도리를 묵묵히 실천해 가는 주부들, 청명한 가을 만큼이나 아름다운 우리 어머니들의 또 다른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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