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클래식 칼럼 20] 악기이야기(2) 음지에서 일하며 양지를 지향한다

'음지에서 일하며 양지를 지향한다'는 말은 정보맨의 좌우명으로 유명한 말이지만,오케스트라의 악기군을 들여보다보면 비올라에 잘 어울리는 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형 동생 지간인 바이올린과 처지를 비교해보면 특히 그렇습니다.

비올라는 바이올린보다 '약간' 큽니다. 바이올린의 크기가 거의 표준화되어 있는 반면, 비올라는 바이올린보다 다섯음 낮다는 음역기준 외에, 크기가 딱히 정해져있지 않기때문에 그저 '약간' 크다고 말씀드려야겠습니다.

현악기는 몸집이 커지면 소리가 낮아집니다. 바이올린이 청명하고 화려한 소프라노라면 비올라는 살짝 그림자로 가리운 듯 하면서도 따뜻하고 질감이 좋은 메조소프라노의 느낌이랄까요.

비올라는 16세기초에 북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기는 첼로나 콘트라베이스 등 다른 현악기들이 지금과 유사한 모습을 갖추어가던 때이기도 합니다. 그 전에는 현악기가 지금처럼 세분되어 있지는 않았습니다.

'비올라'란,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에는 활을 사용해 현을 문지르는 현악기 (반대는 손가락으로 줄을 뜯는 악기-기타,류트 등이 있죠.)의 통칭으로 쓰였습니다. 활을 쓴다고 해서 궁현악기라고도 합니다.

비올라는 '비올라 다 브라치오'와 '비올라 다 감바'로 구분되었습니다. 클래식음악에 평소 관심이 있으신 분은 '비올라 다 감바'는 들어보셨을텐데, 이것은 다리 사이에 끼워놓고 세워서 연주하는 것으로, 지금의 첼로/베이스의 전신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비올라 다 브라치오'는 팔로 들고 연주하는 중고음 악기였는데, 이것이 발전해서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된 것입니다.(18세기를 지나면서부터는 바로크시대를 풍미했던 비올은 점차 사라지고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베이스가 현악기의 중심이 됩니다.)

음역대를 고(高)-중(中)-저(低)로 나누자면 비올라는 중역대를 담당합니다. 일반적으로 오케스트라가 조율을 할때는 오보에가 기준음을 불고 다른 악기들이 이에 맞춰 음높이를 조절하는데, 제가 아는 한 지휘자는 비올라에게 기준음을 연주하도록 합니다. 중간음역대가 튼실해야 듣기 좋은 오케스트라 소리가 되기 때문에, 중간음역대를 담당하는 비올라에게 '기준~!'을 외치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바이올린은 다른 악기들과 섞여 있어도 그 음색이 또렷이 들리는데 반해 비올라는 다른 악기들에 잘 섞여 들어갑니다. 바이올린과 비슷하지만 약간 어둡고 울림이 깊은 정도입니다.

그래서 교향곡이나 실내악곡을 들을 때 비올라 소리를 골라내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첼로나 베이스 등 아예 저음현악기로 가면 차라리 구분이 쉽지만 비올라는 제2바이올린의 낮은음 소절과 혼동하기가 쉽죠.

제가 생각하기에 비올라의 역할은 나중에 말씀드릴 관악군의 호른과 함께 '배경'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뚜렷한 윤곽선은 바이올린 등 소리가 도드라지는 선율악기들이 맡지만 그것만으로는 그림이 완성되지 않거든요. 선율이 돋보이게 배경처리를 해 줘야 하는데, 그것을 비올라같은 악기가 담당하는 것입니다.

'음지에서 일하며 양지를 지향한다'는 문장을 다소 억지스럽게 갖다붙여본 것도 이런 비올라의 역할에 따른 것입니다.

그렇지만 비올라를 독주악기로 쓰지 말란 법도 없습니다. 모차르트의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브람스의 '비올라소나타'가 유명하고,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같은 경우 원래 비올라를 위해 작곡된 것은 아니지만 비올라로 연주하면 아주 좋은 효과를 냅니다. 힌데미트 등 현대의 작곡가들도 전세대 작곡가들이 울궈먹지 않은 새 분야를 개척하느라 비올라를 위한 독주곡들을 많이 써냈습니다.

비올라 소리가 어떤 것인지 확실히 아시려면 아무래도 비올라 독주를 담은 CD를 사서 들어보셔야 할 것입니다. 우선은 '유리 바쉬메트'(Yuri Bashmet)라는 이름을 기억해 두십시오. 비올라 독주자로서 세계최고의 자리에 있는 사람이니 이 사람의 이름을 담은 음반을 찾으시면 됩니다. 북구의 독립레이블인 'BIS'라는 음반사에서는 독주악기로 잘 쓰이지 않는 악기들의 독주집들을 잇따라 발매한 적이 있는데, 일부가 국내에 수입되어 있으니 이 시리즈를 찾아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인잇 사람과 생각을 잇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