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뉴스>
<앵커>
계속된 위험 경고에도 재래시장은 여전히 화재 무방비였습니다. 경기도 성남의 한 재래 시장에서는 한 점포에서 시작된 불이 상인들의 삶의 터전을 60여곳이나 잿더미로 만들어버렸습니다.
박진호 기자가 집중취재했습니다.
<기자>
오늘(11일) 새벽 성남 중앙 시장은 거대한 용광로를 방불케했습니다. 입구 쪽에서 시작된 작은 불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다른 점포로 삽시간에 번져 나갔습니다.
대부분 목재로 이뤄진 점포들인데다 하나로 연결된 천장에 스티로폼이 깔려있어 장작더미에 불을 붙인 것 같았습니다.
소방차가 38대나 동원됐지만 시장 안으로 들어가지 못해 대신 소방관들이 호스를 들고 좁은 통로를 뛰어다니며 겨우 불길을 잡았습니다.
{최진욱/상인}
"순식간이지 순식간...소방차는 10대 20대 와야 소용없다는거야."
{상인}
"사정사정해도 조금만 기다리래...불길이 벌써 이만큼 번지는데..."
새벽 시간이라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시장 163개 점포 가운데 60여개가 완전히 불에 탔고 재산피해는 수억원에 이릅니다.
2평 짜리 채소 좌판과 순대국 가게에 하루 생계가 걸린 상인들은 잿더미 앞에서 할 말을 잃었습니다.
{김복실(74)/상인}
"전 일수를 150만원씩 쓰고 있어요. 하루 만 5천원씩 내야 되는데...흑흑."
{권옥자(66)/상인}
"다섯 명이라구요. 다섯 명이 여기서 생계를 유지해 나가는데...어휴.."
정확한 화재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경찰은 시장 곳곳에 거미줄 처럼 얽혀있는 낡은 전선들이 누전을 불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순간의 방심을 비웃기라도 하듯 일어난 새벽의 재래시장 화재. 다음 번에는 재산 뿐아니라 수많은 인명까지 앗아갈 수 있다는 화마의 무서운 경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