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뉴스>
<앵커>
아내를 데려오기 위해 북한땅으로 들어갔다가 북한 당국에 붙잡혔던 한 탈북자가 다시 북한을 탈출해 서울에 왔습니다.
남북 분단의 현실을 넘나든 파란만장한 그의 행적, 조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98년 아들과 함께 북한을 탈출해 남한으로 귀순한 34살 유태준씨.
어머니까지 탈북시켜 대구에 정착해 살던 유씨는 북에 있는 아내를 데려오기 위해 2000년 6월 북한으로 다시 들어갔습니다.
유씨는 그러나 장모가 신고하는 바람에 곧바로 북한 당국에 붙잡히고 말았습니다.
청진과 평양을 거쳐 국가안전보위부 감옥으로 옮겨다니던 유씨는 갖은 고초를 겪어야만 했습니다.
{유태준}
"뼈마디 아픈 부위를 때리고 고막도 맞아서 이렇게 됐습니다."
지난해 유씨의 공개처형설이 남한 언론을 통해 제기됐고 북한 당국은 두차례 기자회견을 열어 유씨가 살아있음을 강조했습니다.
재판을 통해 38년형을 선고받은 유씨는 모진 감옥생활 중에서도 호시탐탐 탈옥 기회를 노렸습니다.
그러던 중 감시가 소홀한 틈을 이용해 탈출에 성공했고 빼앗은 북한 군복을 입고 열차 지붕에 올라탄 채 이동해 국경 지방에 도착했습니다.
{유태준}
"얼마나 경비가 삼엄한 지 몰라요. 주로 밤에는 걷고 낮에는 산에 숨어 지내고..."
지난해 11월 30일 압록강을 건너자마자 중국 공안에 붙잡혔고, 중국 감옥에서 한국인임을 주장한 유씨는 닷새전인 지난 9일, 서울로 강제추방됐습니다.
재작년 6월 재입북한 이래 20개월만의 대탈출이 성공한 것입니다.
어머니는 아들이 살아 돌아온 사실이 꿈만 같습니다.
{안정숙/유태준씨 어머니}
"전 죽은 줄 알았어요. 이게 꿈이 아닌가."
안씨는 특히 자신때문에 북한에 있는 친척들이 고생하고 있다며 안타까워 했습니다.
그러나 죽음의 땅을 두번 탈출해 새로운 삶을 찾은 유씨는 이제 북한 인권 실태를 고발하며 새로운 삶을 살겠다고 말합니다.
{유태준}
"장모가 사위를 고발하는 그런 사람들로 국민을 만들어 놓았거든요. 다 못쓰게 만든 거예요."
정부는 유씨가 신고도 하지 않은 채 북한에 잠입한 사실에 대해 사법처리를 검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