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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그리기

'거꾸로'라는 말은 매우 철학적인 말이다. '거꾸로 생각해봐'라는 말은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해보라는 의미이다.

그림에서도 이러한 생각은 유용하다. 그림에서 말하는 '거꾸로'는 다양한 뜻이 있다.

우선 말 그대로 거꾸로 놓고 본다는 뜻이다. 사물을 거꾸로 놓고 본다면 그 형태는 알아보기 힘들어진다.

사람들은 알아보기 힘든 사물은 그리기도 어렵다고 막연히 생각하지만 사실은 알아보기 힘든 물건은 그리기는 쉽다. 예전에 몇몇 미술대학에서 석고를 거꾸로 놓고 시험을 보았던 일이 있었다.

그림의 원리를 알고 있었던 학생이라면 오히려 쉽게 그렸을 것이다. 다음은 사물은 그대로 있지만 그것을 일반 사람들과는 다르게, 거꾸로 본다는 의미이다.

무엇을 거꾸로 보느냐하는 문제는 사물을 그대로 보지 않고 사물이 아닌 것만을 골라서 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즉 사물을 직접 보면 아무리 하여도 사물의 이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사물이 아닌 것, 이름을 붙이기 어려운 것만을 골라서 본다면, 고정관념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따라서 사물을 보다 더 정확하게 관찰하고 그릴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는 생각을 거꾸로 가진다는 것인데, 예를 들어 사물을 그릴 때 사물을 직접 그리는 것이 아니라 주변을 그림으로써 그 사물이 자연히 드러나게 만드는 것이다. 이는 흰 꽃 등을 그릴 때 유용한 방법이다.

그림을 바르게 그린다는 것이 사물을 정확하게 관찰하고 그것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라면 이렇게 사물을 관찰할 때 짐짓 거꾸로 본다는 것은 매우 유용하다.

거꾸로 본다는 것은 착시 등에서는 빠질 수 없는 요소이다. 착시도(錯視圖)는 거꾸로 보면 형태가 달라지는 그림, 흑백을 바꾸어 보면 다른 그림이 되는 것 등이 있다.

또, 3차원의 공간에서는 존재 불가능한 형태를 그림으로 그럴듯하게 그린 것에서부터, 주변환경에 따라 형태가 왜곡되어 보이는 그림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렇게 착시가 일어나는 원인에 관해서도 여러 가지 설이 있다.

3차원의 공간을 2차원 평면에 표현하는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는 미술(이는 평면 미술에 한해서 이야기한 것이다)에서 이런 착시를 이용하는 것이 일종의 딜레마일 수밖에 없다.
인잇 사람과 생각을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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