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수지김씨 살해 용의자, 안기부 몰랐나

<8뉴스>

<앵커>

궁금증은 또 있습니다. 그렇다면 당시 윤태식씨를 수사했던 옛 안기부는 윤씨에게 속은 것인가 아니면 알면서도 일부러 진실을 외면한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우상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수지김의 살해 직후 싱가폴 한국 대사관을 찾아온 윤태식씨는 안기부 주도하에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이 ´납북´될 뻔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윤태식/용의자}
"와이프를 술집에 팔겠다고 하는데 안간다고 할 사람은 없었을 거에요. 남편의 입장에서는..그 때 제가 마수에 완전히 걸려들었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윤씨가 북한 대사관을 나와 먼저 미국 대사관으로 간 점, 당시 중소기업의 해외주재원에 불과한 윤씨를 북한이 납치할 이유가 전혀 없었던 점 등 갖가지 의문점은 남았습니다.

당시 홍콩 경찰이 윤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수사 협조를 요청했지만 안기부는 거부했습니다.

{홍콩 경찰 수사 담당자}
"왜 수지김 수사 지연됐는지 말할 수 없다. 그 질문은 한국 정부에 해야한다."

안기부는 그해 4월까지 무려 3개월동안 윤씨를 감금한 채 조사를 벌였지만 15년동안이나 진실은 가려진 채 묻혀버렸습니다.

결국 당시 안기부가 윤씨의 거짓말에 속았거나 사건의 실체를 알고도 다른 목적을 위해 모른체 했다는 것입니다.

87년 대선을 앞두고 공안정국으로 이끌기 위한 의도가 아니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습니다.

적어도 우리나라 최고의 정보기관이 살인 용의자의 거짓말에 놀아나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는 비난만은 면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