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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삿속 어린이 미술대회 말썽

<8뉴스>

<앵커>

어린이 미술대회를 주최한 한 단체가 상을 받은 학생 부모들에게 상패값 지로 용지를 보내 말썽을 빚고 있습니다. 알고 보니 후원단체라는 곳도 존재하지 않는 유령단체였습니다.

기동취재 2000, 주시평 기자입니다.

<기자>

박창훈씨 가족은 얼마전 초등학생 6학년인 딸이 전국 규모의 미술대회에서 특선을 했다는 통지서를 받고 모두 기뻤습니다. 하지만 딸이 그린 그림까지 넣어서 보내줄테니까 상패를 받고 싶으면 4만3천원을 입금하라는 안내문에 기가 막혔습니다.

{박창훈/참가 학생 학부모}
"돈을 받고 상을 팔고 돈을 내고 상을 사라는 뜻 아니냐."

어이가 없어진 박씨가 이웃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까 입상통지서를 받은 집은 박씨집 뿐이 아니었습니다. 박씨가 사는 아파트 한 동만 해도 무려 10여명의 어린이가 입상통지서를 받았습니다.

{박창훈/참가 학생 학부모}
"30개 우편함에 입상 통지서가 여러개 꽂혀 있었다."

문제의 미술대회를 연 한국 청소년 미술협회 대구지부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협회 본부가 주최하고 대한교육 미술연구회까지 나서 후원한다며 지난 3월부터 5월 사이에 대회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전국 5백개 초등학교에 참가요청서를 보내 초등학생 천 8백명 정도가 학교를 통해 미술대회에 참가했습니다.

그러나 후원단체로 내세운 대한교육 미술연구회는 취재팀이 확인해본 결과 실체가 없는 유령단체였습니다. 또 대회를 주최했다는 한국 청소년 미술협회 본부측은 대회 개최 사실조차 모른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청소년미술협회장}
"모르는 일이죠, 저는. 전혀 전국대회를 개최한 적도 없고, 나는 (미술대회를) 안한다고 천명한 사람입니다."

지난봄 학교에 그림을 제출하는 형식으로 전국에서 초등학생 천8백명이 참가했고, 이 가운데 입선과 장려상, 특선, 최우수상 등 각종 명목으로 입상한 학생이 무려 천명이나 됩니다.

대회 참가자의 절반 이상이 입상한 셈입니다. 입상학생 부모가 모두 상패값 4만 3천원씩을 송금하면무려 4천 3백만원이나 됩니다. 그러나 대회를 연 대구지부측은 참가학생 가정에 기념이 되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강제성도 없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대구지부장}
"상패도 신청한 사람만 하고 안할 사람은 안해도 관계없다고 (통지서에) 다 나와있습니다."

그림 실력이 뛰어난 우수 학생을 발굴하고 어린 학생들이 재능을 개발하도록 자극하기 위한 미술대회. 그러나 권위있는 단체의 명의를 도용하고 상패값이 오가는 사례까지 나타나면서 오히려 동심에 상처를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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