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학문의 길을 걷고자 했던 스승의 삶이 학생들에게 큰 가르침을 낳았습니다.
테마기획 이민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두고 열린 한양대 도시건축설계학과 신기철 교수의 영결식입니다.
고인의 열정과 재능을 기억하는 가족과 제자들의 안타까운 흐느낌이 영결식 내내 그치지 않습니다.
<한미연(제자)"저희들하고 12시까지 힘들게 수업하시던 모습이 제일 기억이 나요.">
2년 전 강의 도중 뇌출혈로 쓰러진 신교수가 다시 의식을 잃은 것은 지난달 30일.
작품 전시회 준비를 위해 제자들을 독려하며 밤샘작업을 하다 뇌출혈이 재발한 것입니다.
2주가 지나도 깨어나지 못한 신교수는 결국 사흘 전 숨을 거뒀습니다.
<정영권(제자) "쓰러지기 전날도 쉬시는 게 어떻냐고 말씀드렸더니 선생님께서는 난 일하는게 쉬는 거고 무엇보다 너희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서 좋다 그러시더라구요.">
첫번째 뇌출혈로 쓰러졌던 신교수는 지난해 다시 강단으로 돌아왔습니다.
후유증으로 오른손과 발이 마비되고 지팡이에 의지해야 하는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주당 18시간씩의 강의를 소화해낸 것은 물론 각고의 노력끝에 왼손으로 설계를 해내기에 이르렀습니다.
학자로서 스스로에게 엄격했던 고인은 제자들에게도 철저한 전문가 정신을 강조했습니다.
대학원생 가운데 절반 가량이 중도포기한 학기가 있을 정도였습니다.
<박상태(제자) "수업 단련차원에서는 굉장히 엄하셨는데 집에 돌아가셔서 학생들을 생각하면서 저희한테 쪽지같은 것을 쓰셨어요.">
죽기 직전까지 연구에 최선을 다하며 진정한 학자의 길을 보여준 신기철 교수.
그가 미래도시건축의 이상향으로 삼았던 그물망 도시 설계의 완성은 딸을 포함한 후학들의 몫이 됐습니다.
<신서원(딸, 한양대 도시건축설계학과 3학년) "저랑같이 사무실을 차려서 같이 한번 일 하시는게 소원이셨거든요 아버지의 뜻을 이어가지고저도 노력력하고 싶거든요">
SBS 이민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