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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피리인생

◎앵커: 예전 어린이들은 저녁 무렵 동구밖에 모여앉아 풀피리를 불곤 했습니다. 요즘은 참 찾아보기 힘든 추억입니다. 테마기획, 오늘은 풀피리의 명인 박찬범 씨를 소개합니다. 김수현 기자입니다.

○기자: 끊어질 듯 갸냘픈 풀피리 소리, 구슬프고 애닯았던 우리 옛시절의 소리입니다. 올해 54살의 풀피리 명인 박찬범 씨, 씨의 풀피리 인생은 어린 시절 아버지가 부는 풀피리 시나위에 반하면서 시작 됐습니다.

<박찬범(서울시 무형문화재 보유자): 그 시나위 를 들으니까 너무 감회가 깊고 너무 참 좋더라구요. 그래서 나도 좀 배웁시다 그랬더니 너는 안 돼 임마, 이런 걸 뭘 배우려고 그러냐. 그래도 모르게 계속 배우고 아버지한테 듣고 배우고...>

입술이 터지고 피멍이 들면서도 나무만 보면 잎을 뜯어 불었습니다. 풀피리를 시작한 지 40 여 년 동안 생계를 위해 온갖 일을 하면서도 풀피리는 손에서 놓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풀잎 만 보면 어떤 소리가 날지 알 수 있는 경지에까지 이르렀습니다.

<박찬범(서울시 무형문화재 보유자): 굉장히 부드럽지 않습니까? 보기에도 좀 부드러워요, 그런데 소리가 강렬하면서도 또 맛이 나요.>

박 씨는 풀피리에 관심 있는 제자들도 길러냈 습니다. 또 풀피리 연주곡을 새로 작곡하고 악보를 정리했습니다. 박 씨는 이런 노력으로 지난해에는 서울시 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박 씨는 아직도 풀피리 소리를 알아주는 사람들 앞에서 연주하는 것이 가장 즐겁습니다.

<박찬범(서울시 무형문화재 보유자): 큰 공연장에 가서 여러 사람 한다고 해서 좋은 게 아니고 또 이렇게 없이 살고 배고프게 사시는 분들한테 연주를 들려주면서 제 연주 듣고 병도 나았다는 사람도 있고...>

조그마한 풀잎 속에 온 세상이 들어있다는 박찬범 씨, 박 씨의 풀피리 속에는 보릿고개 넘던 우리의 옛 얼굴이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SBS 김수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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