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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

◎앵커: 간경화를 앓던 아버지가 아들의 간을 이식받고 새 생명을 찾게 됐습니다. 이식수술로 수능시험마저 포기해야 한 아들이었기에 아버지는 미안한 마음이 더했습니다. 테마기획 유희준 기자입니다.

○기자: 대입수학능력시험을 불과 40여 일 앞둔 고등학교 3학년 교실입니다. 인생을 좌우할 수도 있는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모두 준비에 여념이 없지만 유독 한 자리가 비어 있습니다. 책상의 주인은 올해 18살의 지예훈 학생. 간경화로 3년째 고통을 받고 있는 아버지에게 간을 이식해 주기 위
해 지난 1일 병원을 찾았습니다.

간이식 수술에 걸리는 시간은 무려 18시간. 성공률이 90%나 되지만 간을 절반이나 잘라내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 2주 동안 입원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지예훈(대입 수험생): 아버지가 저렇게 힘들어하시는데 저만 대학을 어떻게 갈 수 있겠냐, 그런 생각도 들고요. 일단 저보다는 집안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그렇게 생각했어요.>

아버지 지동은 씨는 간경화 증세가 악화돼 간을 이식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입니다. 뇌사자의 간을 넉 달이나 기다려왔지만 몸에 맞는 것이 없어 절망의 나날을 보내왔습니다.

식구 5명 중에서 예훈 군만 이식에 적합했지만 입시가 다가와 말도 못 꺼내고 있었는데 예훈 군이 선뜻 간이식을 간청하고 나섰습니다.

<지동은(아버지): 한참 고민을 했어요, 며칠 동안을. 그런데 애가 주말에 집에서 그 얘기를 듣고 그러면 제가 검사를 한번 받아보겠다고 그런 얘기를 할 때 저는 깜짝 놀랐어요.>

아들이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았지만 예훈 군의 뜻이 워낙 강해 끝내 말리지 못한 아버지 지동은 씨. 오늘 이식수술로 새생명을 찾게 됐지만 자신을 위해 입시까지 포기한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지동은(아버지): 이런 것이 효도구나, 제가 못 했던 것이 바로 이런 것이 부모를 위해서 효도하는 것인가, 이렇게 생각이 들어요.>

SBS 유희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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