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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무법자

◎앵커: 늪지에 황소개구리가 골치라면 숲속에는 또 청설모가 무법자입니다. 덩치 작은 토종 다람쥐를 밀어내고 잣이며 밤을 모두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조 정 기자입니다.

○기자: 잣나무숲이 우거진 경기도 양평의 한 야산. 날이 밝자 날쌘 포식자의 활동이 시작됩니다. 흑갈색 긴 꼬리를 가진 청설모가 속이 꽉찬 잣송이를 닥치는 대로 파먹고 있습니다. 가시가 돋힌 밤송이도 거뜬히 까내고 하얀 속살을 순식간에 먹어치웁니다.

<박붕희(잣재배 농민): 이게 그놈들이 까먹고 껍질만 남겨놓은 겁니다, 이게. 그리고 깊은 산에 가면 온 전체 산을 휩쓸고 다니면서 이런 식으로 까먹습니다.>

7, 80년대 조림사업의 주종이었던 잣나무와 밤나무가 최근 몇 년 사이에 열매를 맺어 먹잇감이 풍부해지면서 청설모 숫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게다가 천적인 살쾡이나 수리, 부엉이 등이 자취를 감추면서 청설모는 경쟁자없는 숲속의 포식자가 됐습니다.

막 수확이 끝난 잣나무 숲입니다. 경기도 양평군은 올해 전체 잣수확의 3분의 1 이상을 청설모가 먹어 치운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한해 평균 3억원 이상의 농작물 피해를 입혀 까치와 멧돼지에 이어 세번째 유해조수로 분류된 청설모. 숲속 생태계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임종현(환경부 자연생태과장): 번식기가 되면 동물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야생 조수의 알을 일부 먹고 삽니다. 그러기 때문에 생태계에도 일부 피해가 있다고 봅니다.>

또 밤이나 도토리 같은 다람쥐들의 먹이를 마구 먹어치우는 바람에 다람쥐의 숫자도 크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환경전문가들은 균형잡힌 숲을 지키기 위해 청설모의 번식을 억제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SBS 조 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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