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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 서울을 떠나는 김대중 대통령에게 빛바랜 사진을 내보이며 간곡한 부탁을 건넨 한 70대 노인이 있었습니다. 노인의 사연을 이성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김대중 대통령이 연도에 환송나온 시민들과 인사 를 나눈 뒤 다시 승용차에 오르려는 순간 한 노인이 대통령에게 다가가 빛바랜 사진 석 장을 내보입니다.

<김경회(77): 가족사진입니다. 한 번 봐주 시고 꼭 성사시켜 주십시오.> 이 장면의 주인공은 평북이 고향인 올해 77살의 김경회옹. 53년 전인 지난 47년, 부 모님과 동생을 고향인 의주에 남겨두고 잠 시 서울에 왔다가 영영 고향 땅에 다시 돌 아가지 못 하고 있는 실향민 1세대입니다.

<김경회(77): 고향가서 묘소에 가서 우리 참배하면서 정말 기쁜 눈물과 슬픈 눈물을 흘리면서 우리 그런 통일의 날이 빨리 오 기를 기다려진다고 그런 마음 간절합니 다.> 대통령에게 내보인 사진은 반세기가 지나 도록 사진첩에 고이 간직해뒀던 부모님과 막내동생 사진, 다른 한 장은 역시 부모와 다섯 형제를 북에 남겨둔 채 단신으로 남 쪽에 왔다가 되되돌아가지 못한 아내의 어 릴 적 가족 사진입니다.

<김경회(77): 죽기 전에 한 번만이라도 보 고 죽었으면...> 그나마 8년 전부터 제3국을 통해 어렵사리 편지를 주고 받게 됐지만 북에 계신 노부 모는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습니다. 남북 정상이 함께 만난 오늘 김 옹이 대통령 방 북길에 실어보낸 것은 목숨이 다하기 전에 북녘에 있는 피붙이들을 꼭 만나게 해 달 라는 실향민 모두의 애절한 소망이었습니 다.

<김경회(77): 그 동안 우리 50년간 살아오 면서 못다한 정을 푸는 날이 꼭 오기를 기 다리며 건강하게 살아다오.> SBS 이성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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