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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기획-손목시계라도...

◎앵커: 테마기획입니다. 반세기 만에 상봉을 기다리며 부푼 가슴으로 선물 보따리를 꾸리는 이산가족들. 가 운데는 이런 사연도 있었습니다. 박병일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올해 75살의 이몽섭 할아버지. 7년 취로사업에 익숙해 질 대로 익숙해진 잡초뽑기가 좀처럼 손에 잡 히지를 않습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내와 아들 딸이 북녘땅 어딘가에 살아 있다는 소식 을 듣고 나서부터입니다.

<이몽섭(75세, 평남 안주 출생): 살아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잠이 안 와요.> 한국전쟁이 나던 그해 고향인 평남 안주에서 인민군에 차출된 할아버지는 전쟁 중에 UN군 포로가 됐습니다. 반공포로로 석방된 뒤 갖은 공장일과 막노동을 하며 홀로 살아온 지 50년. 하루하루 어려운 삶으로 건강도 여의치 않지만 더욱 견디기 힘든 것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입 니다.

<이몽섭(75세, 평남 안주 출생): 마누라 한 번 만나 봤으면 하지...> 지난 5일은 평생 잊을 수 없는 날이 됐습니다.

<이몽섭(75세, 평남 안주 출생): 거기 명단에 이몽섭이라고 올라 있어요?> <예, 있습니다.> <이몽섭(75세, 평남 안주 출생): 있어요?> <예.> 그러나 평양에 가기로 결정된 뒤 이 할아버지 의 하루는 더욱 힘들어졌습니다. 50년 만에 만 나는 가족에게 빈 손으로 갈 수는 없다는 생각 에 빈병과 고물 모으기를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선물은 며칠 전부터 점찍어 놓은 손목시계.

<이몽섭(75세, 평남 안주 출생): 이것이 마누라 것이고, 딸한테는 저기 파란 것이 좋을까?> 하지만 아직은 돈이 모자라 아쉬운 발걸음을 돌립니다. 대신 단벌 외출복을 꺼내 입고 몇 년 만에 사진관으로 향합니다. 평양에 갖고 갈 증 명사진 한장이나마 정성껏 찍어봅니다.

<이몽섭(75세, 평남 안주 출생): 마누라가 이 사진이나 보고 살라고... 또 가지는 못할 테니 까...> 앞으로 나흘, 아직은 선물조차 마련하지 못 했 지만 이 할아버지의 마음은 50년을 훌쩍 넘어 벌써 평양으로, 아내에게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SBS 박병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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