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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아픈데 팔 절단

◎앵커: 다리가 아파 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엉뚱하게 팔이 잘 리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됐는지 박병일 기자 의 현장출동에서 파헤쳤습니다.

○기자: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한 달째 입원 중인 38살 이성 준 씨. 보일러 설비업을 하면서 단란한 가정을 꾸려오던 이 씨는 최근 어처구니 없는 불행을 겪어야 했습니다.

<이성준(의료사고 피해자): 억울하죠. 저는 허리 수술하러갔는데 팔을 잘라놨으니까...> 지난달 중순 갑자기 다리가 아파 인근 대학병원 을 찾은 이 씨의 병명은 허리디스크. 다음 날 진행된 이 씨의 허리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난 듯이 보였습니다. 그러나 수술 후 병실로 올라 온 이 씨에게 간호사가 주사바늘을 꽂는 순간, 예상치 못한 일이 터졌습니다.

<이성준(의료사고 피해자): 주사를 놓는 순간에 꼭 죽을 것 같아요. 제가 시트위에서 펄쩍펄쩍 뛰고 난리가 났었대요.> 두 차례 수술에도 불구하고 팔 동맥의 피가 이 미 모두 굳어버려 결국 이 씨는 팔을 포기해야 만 했습니다. 당시 간호사가 주사한 약에 문제 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담당 간호사를 찾았습 니다.

간호사는 의사의 처방대로 약을 주사했다 고 주장합니다. 실수로 다른 환자의 약을 주사 했을 가능성도 없다는 것입니다.

<기자: 다른 약이 섞여들어갈 가능성은?> <담당 간호사: 절대 없죠. 항상 저희가 준비를 이런 식으로 해놓으니까요.> 그렇다면 당초 의사의 주사약 처방에 문제가 있 었던 것은 아닐까? <담당 주치의: 허리수술하는 모든 환자들에게 이런 똑같은 처방이 들어가거든요. 제가 내린 처방에는 큰 이상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 다.> 하나 같이 실수나 잘못은 없었다는 주장입니다. 더욱이 단순한 주사약 부작용만으로는 이 씨의 경우 같은 혈액응고 현상은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취재팀이 어렵게 입수한 간호일지에서 한 가지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수술 직 후 간호사가 주사를 놓기 이전부터 환자가 여러 번 팔의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허 리수술 당시 수혈을 위해 팔의 동맥에 주사관을 꽂는 과정에서부터 일어난 사고일 수 있다는 판 단입니다.

당시 동맥주사관을 꽂았던 마취의사 를 만나봤습니다.

<담당마취의사: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혈전이) 다 생겨서 팔을 여기를 자른 것 아니에요? 여기 를 잘랐잖아요. 그러면 혈전이 한두개도 아니고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다 생긴다는게 말이 됩니 까?> 이렇게 의료진의 한결같은 부인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병원이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말합 니다. <민경찬 소장(법의학 상담소): 이건 혈관손상으 로 일어난증세입니다. (혈관을)건드린 사람이 병 원측 사람밖에 없는데 그러니까 병원측 책임이 죠.> 하지만 병원측은 한달 동안 진상조사를 벌였지 만 과실이 드러나지 않았다며 계속 버티고 있습 니다. 그러나 조사는 형식에 불과했습니다.

<기자: 조사를 하셨나요?> <진상조사 위원장: 조사라기보다 대강 어떻게 됐느랴고 물어봤죠.> <기자: 진상조사라고 할 것도 없었네요?> <진상조사 위원장: 그럼요. 네.> 한 해 발생하는 의료사고는 대략 5000여 건. 분 쟁조정기구조차 없어 소송에 의지할 수밖에 없 는 현실에서 결국 환자측은 이중, 삼중의 고통 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병을 치료하러 갔다 가 졸지에 불구가 된 이 씨.

팔을 앗아가고서도 책임을 회피하려는 병원에 대한 울분 만큼이나 앞으로 살 길이 막막합니다.

<이성준(의료사고 피해자): 노동자 아닙니까? 팔하나가 없는데 뭘 어떡해야 할지 그게 제일 막막하죠.> SBS 박병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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