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입시철이면 대학에 찾아가 적은 액수지만 장학금을 전 하는 어머니가 있습니다. 이 장학금에는 그토록 가고 싶어하던 학교에 합격한지 1주일 만에 세 상을 떠난 아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담겨 있습 니다. 테마기획 정명원 기자입니다.
○기자: 해마다 수능시험이 끝나면 아들이 합격했던 서강대학 을 찾는 박옥자 씨. 광주 과학고를 다니던 외아 들 형광 군이 지난 96년 수능시험을 치른 뒤 갑 자기 쓰러졌습니다. 백혈병 말기였습니다. 부모 들은 말렸지만 형광 군은 위독한 상황에서도 서 울 유학의 꿈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박옥자(광주광역시 봉선동): 의사선생님이 놀 래더라고요. 서울까지 갈 수가 없다고, 지금 이 치료를 여기서 중단하면 또 다시 시작해야 된다 그러세요.> 항암치료 중 서울에 머물며 논술과 면접시험을 치르는 게 무리였습니다. 아들의 집념을 꺾을 수 없었던 어머니는 결국 아들이 지원한 서강대 학에 사정을 호소했습니다.
대학측은 흔쾌히 형 광 군이 혼자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여학생 회 관에 장소를 마련해 주고 이틀인 입학시험 일정 도 하루로 줄여줬습니다. 그러나 모두의 간절한 바램과는 달리 형광 군은 합격통지서를 받은 지 일주일만에 짧은 생을 마감했습니다.
<박옥자(광주광역시 봉선동):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거기서 단 1년만이라도 대학생활을 했으면 ...> 해마다 수험 장소를 돌아보는 어머니는 아들이 힘겹게 시험을 치르던 그날이 떠올라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형관 군의 습작시: 나는 웃었고 어머니는 우셨 다. 어머니는 가슴가슴 우셨고 나는 웃으며 그 저 떠났다.> 유난히 글재주가 뛰어났던 아들의 습작시를 읽 을 때면 그리움이 북받칩니다. 지난 97년 아들 의 시를 모아 시집을 펴낸 어머니는 인세로 받 은 돈 300만원을 장학금으로 기부했습니다.
<박옥자(광주광역시 봉선동): 그 애기가 남기고 간 것이고 또 뭔가 그 애를 위해서 써야 될 것 같고 그런 생각이 들대요.> 장학금 혜택을 받은 학생은 아직은 2명, 어머니 는 아들의 뜻을 살리기 위해 아들 대학과의 아 름답고도 슬픈 인연을 이어갈 생각입니다.
SBS 정명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