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이혼 안된다

◎앵커: 이제는 별로 낯설지 않게 된 황혼이혼이라는 말, 이 황 혼이혼에 제동을 거는 판결을 대법원이 오늘 내 놨습니다. 시대착오적이다, 여성단체들의 반발이 매섭습니다. 정준형 기자입니다.

○기자: 76살 김 모 할머니가 84살인 남편과 결혼한 것은 지난 1946년. 남편은 쌀값과 반찬값 외에 생활비를 주지 않고 가부장적 권위만 내세웠습니다. 또 나이가 들면서 의처증으로 이유없이 김 할머니 를 윽박질렀고 참다 못한 할머니가 딸집으로 가 출하자 절도죄로 고소까지 했습니다.

이에 할머 니는 지난해 이혼소송을 냈습니다. 1심은 이혼 을 허락했고 2심은 이혼을 허락하지 않아 대법 원 판결이 관심을 모았습니다. 대법원은 오늘 할머니의 이혼소송을 기각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두 사람이 결혼할 당시 가치기준으 로 볼 때 남편이 할머니를 심하게 대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할아 버지가 전략으로 많은 재산을 모았고 고령에 정 신장애 증상이 있는 만큼 부양해야 할 의무가 할머니에게 있다고 밝혔습니다. 대법원의 오늘 판결은 연령에 관계 없이 늘어나고 있는 이혼으 로 전통적인 가족관계가 무너지고 있는데 대해 경종을 울린 것으로 분석됩니다. 그러나 여성 단체들은 시대착오적 판결이라며 반발하고 있습 니다.

<신혜수(한국여성의 전화연합): 할머니가 고령 이라도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는 엄연히 있고 또 혼인 당시의 가치기준으로 지금의 생활 을 판단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생각을 합니 다.> 여성 단체들은 김 할머니와 비슷한 처지의 할머 니들을 위해 헌법소원을 비롯한 법적 투쟁을 벌 여나갈 계획입니다.

SBS 정준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