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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은 뒷전

◎앵커: 하루에도 수천명이 드나드는 동대문의 대형 상가 벽에 손바닥이 들어갈만한 균열들이 생기고 있습니 다. 상황이 이런 데도 최근 옥상에는 30톤짜리 변전설비가 올려졌습니다. 상인들마저 위험하다 면서 불안에 떨고 있다고 합니다. 박병일 기자 가 현장 출동했습니다.

○기자: 서울 동대문에 위치한 동평화상가. 지어진지 올해로 꼭 30년이 된 이 건물은 지상 4층까지는 상가, 그 리고 5, 6층은 아파트로 돼 있는 주상복합건물 입니다. 하루 유동 인구만도 4000명이 넘는 이 상가의 상인들은 요즘 남모를 불안에 떨고 있습 니다.

<상인: 지금 가운데도 갈라져 있어요. 임시로 가려놨어요.> <상인: 가끔 가다 보면 부서져 나와요. 쇳덩어 이까지...> 상인들 말대로 건물 곳곳에 금이 간 것은 물론 이고 건물 외벽에는 옥상까지 틈이 갈라져 있습 니다. 건물이음새에 나 있는 균열들. 보강제를 떼어내자 신문지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손바닥 이 들어가는 것은 물론이고 맞은 편 화장실까지 도 훤히 들여다 보입니다. 이미 안전진단에서 보수, 보강이 시급하다고 지적받은 상태입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지난 7월부터 상가 관리소측은 지하변전설비를 옥상으로 올리는 공사를 강행하 고 있습니다.

무게만도 무려 30톤에 달합니다. 옥상 변전설비 바로 아래에 사는 아파트주민은 벽면에 균열이 심해지면서 불안에 떨다 도망치 듯 이사해 버렸습니다.

<상가아파트 주민: 불안해 가지고... 진동이예요. 전체가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주저앉아 버리면 그땐 누가 장담을 해요? 감당할 사람이 없거든 요.> 관리소측이나 건물주측은 변전설비 이전이 불가 피하다고 주장합니다.

<관리소장: (변전실이)지하실에 있어 침수우려 가 많고, 용량이 과부하상태에 있습니다.> 문제는 변압설비를 옥상에 올리기 전에 건물 1 층과 3층에 각각 3개씩 보강기둥을 세우지 않을 경우 위험하다는 안전진단 결과조차 무시했다는 것, 상가측이 이렇게 서둘러 변압기를 옮기려는 것은 지하 변전실을 비워 상가로 분양하려는 속 셈이라고 상인들은 주장합니다.

<상인: (지하변전실을)비워놓고 상가를 만들려 는 거지. 이미 개인에게 분양이 다 돼 있어요.> 그런데 취재도중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삼풍백화점 붕괴 이후 일제히 실시된 정밀안전 진단 결과는 C등급으로 건물 곳곳에 보수보강 이 시급하다고 지적 받았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이루어진 조치는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지난 97 년 안전진단 결과에 따르면 건물의 이음새 부분 인 이곳에 각층마다 각각 8개의 기둥을 보강해 서 세워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건물 어디에도 보강된 기둥은 없습니다. 5, 6층 천정에 보강판을 덧대라는 지적도 무시됐습니 다. 그러다 보니 건물은 한쪽으로 서서히 기우 는 상태입니다.

<최용준과장(당시 정밀안전진단팀): 그것을 방 치했을 때는 건물전체에 대한 안전성을 보장할 수가 없습니다.> 관리, 감독을 맡고 있는 관할 중구청. 여기서도 놀라운 사실이 드러납니다. 정밀안전 진단 대상 인 동평화상가가 단순한 육안점검 대상으로 분 류돼 있는 데다 3년째 모든 점검 항목마다 이상 무라고 적혀 있습니다. 등급은 안전하다는 B등 급을 주고 있습니다.

<이규당(중구청 건축과 과장): 제가 오늘 안 사 항인데 정밀진단 대상입니다.> <기자: 그럼 그전까지는 모르셨다는 말씀입니 까?> <이규당(중구청 건축과 과장): 네, 그렇습니다.> 중구청은 보수가 시급한 건물을 3년째 멀쩡하다 고 평가해 줬을 뿐만 아니라 각종 불법증축이나 불법용도변경도 묵인해 준 사실이 취재결과 드 러났습니다.

<기자: 합법입니까? 불법입니까?> <손기영(중구청 주택과 주임): 불법입니다.> <기자: 불법이죠?> <손기영(중구청 주택과 주임): 네.> 500여 명의 인명을 앗아간 삼풍백화점 붕괴참사 가 일어난지 4년.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고질화 된 안전불감증이 참사 4년 만에 또다시 되살아 나고 있습니다.

SBS 박병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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