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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대화 제의' 대신 '특등머저리'…통일부 · 국정원의 오답 노트?

[취재파일] '대화 제의' 대신 '특등머저리'…통일부 · 국정원의 오답 노트?

김아영 기자 nina@sbs.co.kr

작성 2021.01.13 11:06 수정 2021.01.13 16:1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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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위는 강등됐지만 독한 표현들은 여전했다. 제1부부장에서 부부장으로, 또 노동당 중앙위 후보위원에서 탈락한 김여정의 담화 이야기다. 오늘(13일) 아침 조선중앙통신이 발표한 담화에는 우리 정부를 향한 적대적인 단어들이 쏟아졌다. 이런 표현들만을 추려서 써보면 다음과 같다 : "해괴한', '희떠운 소리', '두려워 떨리는 모양', '그 동네 사람',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기괴한 족속', '세상 사람 웃길 짓', '세계적으로 처신머리 골라할 줄 모르는', '특등머저리들', '꼭 후에 계산'.

물론 합동참모본부가 '정밀 추적' 표현을 쓰면서 북한의 열병식 관련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힌 것이 북한으로서는 달갑지는 않을 것이다. 김여정은 남측이 '적대적 경각심을 표출'했다고 언급한 것은 이러한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도 북한이 '정상국가화'를 지향했었다던 그간의 평가가 무색해질 만큼 말 그대로 '막말' 수준이다.

오늘 담화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는 8차 당 대회 전 통일부가 내놓은 정세 전망과는 확연히 다른 기조였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북한 당 대회 개막 전 기자들에게 배포한 참고자료를 통해 "어려운 대내외 환경을 고려한 (북한의) 전향적 입장 변화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남북대화 제의 등 대남 메시지 발신 여부에 주목"한다고 평가하였다. 물론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혀 간접적 성격의 평가라고는 하지만 무엇을 취사선택할 것인지 또한 정부의 판단 영역일 것이다.

북한 8차 당대회
결론적으로 대화 제의는 없었다. 방역 제안도 비본질적 사안으로 일축했다. 다시금 대반전이 찾아올지 모르겠으나 당 대회가 폐막한 현재 정부가 받아 든 결과지는 '특등머저리' 같은 독설 표현이다. 김여정 담화에는 "그렇게도 할 일이 없어 남의 집 경축행사를 '정밀 추적'하려 군사기관을 내세우는가'라는 표현도 담겨 있는데 이는 적대적 인식이 비단 남측의 군부만을 향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방증일 것이다.

북한 정세를 판단하는 것은 암상자를 보는 것처럼 한계가 명백한 일이기는 하다. (북한 보도에서 오보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북 정보를 누구보다 많이 확보한 정부의 판단도 어긋날 때가 있다.) 그럼에도 이번 당 대회 전반을 보면 정부의 정세 판단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통일부는 코로나19의 여파로 당 대회가 '다소 축소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보았으나 오히려 반대였다. 2016년 열린 7차 당 대회 때보다 2천여 명이 더 많은 7천여 명이 참가했고 3~4일 수준으로 전망했던 일정은 8일간의 일정으로 마무리됐다. 규모는 오히려 더 커졌고 일정도 길어진 것이다. 북한이 기존에 표명했던 입장이라고는 하나 '핵'에 대한 표현이 등장할 것이라는 언급도 하지 않았다는 점 또한 지적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정보당국 역시 이런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사실상의 2인자'로 평가받던 김여정은 이번 당 대회에서 지위가 강등됐다. 물론 김정은 총비서의 여동생이라는 점에서 언제든 다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고 당장 오늘만 해도 남측을 향해 독설을 쏟아냈다는 점은 추가적으로 고려할 점이기는 하다. 그러나 적어도 '위임통치'를 언급했던 국정원이 입지 상승 가능성을 주목했던 것과는 분명히 결이 달라 보인다. 김여정 지위 강등과 함께 논란이 빚어지자 국정원은 지난해 11월 국회에 보고한 실제 표현을 공개하면서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보고한 실제 표현은 다음과 같다는 것이 국정원의 해명이다 : "제8차 당 대회에서 위상에 걸맞은 당 직책을 부여받을 가능성도 있어 주시하고 있다."

북한 김정은, 김여정
김정은 총비서의 '3년 전 봄날' 언급에 여권에서는 '올해 서울 답방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희망 섞인 관측을 내놓고 있다. 물론 기대와 희망이 그릇된 것은 아니며 때론 목표로 가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정세 악화나 갈등 고조, 군사적 위협을 기대하거나 희망하는 국민 역시 없다고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질문은 남는다. 남과 북, 현실을 더욱 냉철하게 분석하고 있는 것은 어느 쪽일까. 그간의 사업과 생활 등을 짚어보고 잘못된 점을 비판하는 것은 북한식으로는 '총화'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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