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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0.03%가 30% 차지'…포털 뉴스 댓글은 여론인가?

[사실은] '0.03%가 30% 차지'…포털 뉴스 댓글은 여론인가?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건, 정치인의 오랜 관심사였다. 민심을 읽어야 민심에 대응할 수 있고, 민심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심을 알기는 쉽지 않다. 여론조사가 있기는 하지만, 비용이 만만찮다. 시간도 적지 않게 걸려, 즉각 반응을 확인하기 어렵다. 최근엔 '샤이 ○○' 등과 같이, 응답 자체를 피하거나 생각을 숨기는 사람도 적지 않다.

반면, 포털 뉴스 댓글은 즉각적이다. 확인하는 데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다. 익명성이 보장돼 의견 표현도 자유롭다. 여론조사와 같이 수동적·가정적 질문에 대한 답변이 아닌, 현상이나 이슈에 대해 '드러난' 의견이기도 하다. 누가 썼는지, 여러 사람이 쓴 게 맞는지 등을 확인할 수 없는 근본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포털 뉴스 댓글이 여론으로 자주 소개되는 이유다. 하지만 근본적 한계가 특징(장점)을 덮어 버리면 어떻게 될까?

SBS <사실은>팀과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포털 뉴스 댓글과 관련한 심층 기획을 준비했다. <한국언론학회>와 <SNU팩트체크센터>의 취재 지원을 받아, 우리 국민의 75.8%가 시사 정보를 얻는 데 이용하는 포털 뉴스, 그리고 포털 뉴스 이용자의 80%가량이 본다는 댓글을 통해 우리 사회를 읽어 보기 위한 시도다.

이를 위해 이용자들에게 많이 노출되는 <많이 본 기사>를 대상으로 댓글을 수집했다. 다음이 <많이 본 뉴스> 목록을 공개하고 있는 2017년 8월부터 네이버의 <많이 본 뉴스> 개편 직전인 2020년 9월까지의 기사가 분석 대상이다. 네이버 뉴스 기사 20만 8천 개, 다음 뉴스 기사 5만 8천 개, 이 기사들에 달린 댓글 1억 9천만 개가 기본 재료다. 빅데이터 분석전문업체 <디다이브>가 분석을 맡았다.

● 다음 뉴스 이용자가 댓글 작성에 더 적극적인가?

포털 뉴스 댓글을 본다는 사람은 주위에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댓글을 단다는 사람은 흔치 않다. 때문에 수집한 댓글에 대한 통계적 분석은 경험칙을 데이터로 확인하는 단순한 결과일 걸로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 분석 결과는 몇몇 지점에서 심각했고, 일부 통념을 깨기도 했다. 그리고 어떤 건, 결과라기보다 새로운 질문이었다.

네이버와 다음은 뉴스 일일 이용자 숫자 등 트래픽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업계와 학계에선 여러 데이터를 근거로 네이버 뉴스 이용자가 다음보다 몇 배는 많을 걸로 보고 있다. 최대 8배 이상 차이가 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용자 수가 많을수록 댓글 수나 댓글 작성자 수가 많을 것이라는 건 합리적 예상이다. 하지만 네이버와 다음을 비교해 보면 이 예상은 빗나간다. 2020년 1월부터 9월까지, 네이버 기사에 달린 댓글은 2천650만 개, 다음은 2천300만 개 정도다. 절대 수만 보면 네이버 쪽이 많다. 하지만 이는 착시다.

앞서 언급했듯 네이버의 분석 대상 기사가 다음 쪽보다 훨씬 많다. 2020년 기준, 네이버의 분석 대상 기사가 4만 9천320개로 다음 1만 3천700개의 3.6배다. 그런데 전체 댓글 수는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네이버 뉴스 이용자가 다음에 비해 많게는 8배 이상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음 뉴스 쪽에 네이버 뉴스보다 10배 이상 많은 댓글이 달리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런 경향은 점점 더 강화되고 있다. 기사당 평균 댓글 수는 2017년 다음이 네이버에 비해 1.85배 많았는데, 2018년 2.35배, 2019년 2.73배, 2020년 3.12배로 격차가 점점 커졌다. 특히, 사회 관련 뉴스의 경우 2017년엔 네이버 기사당 평균 댓글 수가 다음보다 오히려 많았지만, 2020년엔 다음이 네이버보다 2.16배 많았다. 정치 관련 뉴스도 사회 분야와 비슷한 증가폭을 보였는데, 정치·사회 분야의 댓글 증가가 전체의 변화를 이끌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 댓글 작성자, 다음 '증가세' vs 네이버 '감소세'

위와 같은 결과는 다음 뉴스 이용자가 네이버 쪽보다 댓글 작성에 더 적극적임을 암시한다. 하지만 이를 확정하기엔 뭔가 부족하다. 일부 이용자가 극단적으로 많이 뉴스 댓글을 달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댓글 작성자 수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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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래프는 네이버와 다음 뉴스에서 매 분기별 한 번이라도 댓글을 단 사람의 숫자를 표시한 것이다. 네이버 뉴스 쪽은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인데, 다음 쪽은 증가 추세다. 정치, 경제, 사회 분야 모두 마찬가지다.

이제 우리는 좀 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이용자 수와 분석 대상 기사 수 등을 감안하면, 우리는 '다음 뉴스 이용자는 네이버 뉴스 이용자보다 댓글 작성에 훨씬 더 적극적이다'는 결론에 닿을 수 있다.

● 더 많은 이용자와 더 적은 작성자, 그리고 더 많은 주목도

그런데 좀 더 명징해진 이 결론은 기존 통념과 충돌할 수 있다. 재작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현 국민의힘 소속 박성중 의원은 포털 여론 조작 가능성을 제기했다. 박 의원의 문제 제기는 특히 다음 쪽에 집중됐는데, "다음이 여론 조작의 먹잇감이 되는 이유가 모든 뉴스를 추천수 배열로 하는 것과 네이버보다 규모가 작다 보니 훨씬 조작하기가 유리하다"고 말했다.

박 의원의 문제 제기를 드루킹 댓글 조작이나 국정원 댓글 조작과 같은 불법적인 활동과 꼭 연관시킬 필요는 없다. 조직화된 소수의 적극적 활동으로 포털 여론의 향배를 바꿀 수 있느냐에 대한 문제 제기로 보는 게 더 적절하다. 이와 관련해 네이버는 이용자 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댓글 등을 통한 여론 조작 즉, 활동의 성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었다.

하지만 댓글 통계는 이런 통념과 사뭇 다른 답을 제시한다. '네이버 뉴스 이용자는 다음 뉴스에 비해 댓글 작성에는 소극적이다. 이런 경향성은 점점 강화되고 있다. 즉, 네이버 뉴스에서 적극적으로 댓글 작성 활동을 하면, 다음에서도 보다 주목도를 더 높일 수 있다.' 이 답은 한편으론, 현재 네이버 뉴스는 다음에 비해서 댓글을 다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 과대 대표되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 댓글 작성의 참여 격차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댓글 작성에 참여하고 있는 다음. 그렇다면 다음 뉴스의 댓글 공간은 의견의 다양성, 참여의 적극성 면에서 더 건강하다고 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선 참여자들 사이의 격차, 이른바 참여 격차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특정 소수가 공론장을 장악하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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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래프는 댓글 작성수 기준 상위 10%의 작성자가 단 댓글이 전체 댓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표시한 것이다. 2019년보다 나아졌다고 하지만, 2020년 비중은 네이버와 다음 모두 70%가 넘는다. 상위 10%의 숫자는 네이버와 다음 각각 13.6만 명과 10.3만 명이다. 10대 이상 우리 인구의 0.3%도 안 되는 사람이 댓글 대부분을 작성하고 있는 셈이다.

상위 1%, 즉 1만 3천600명(네이버)과 1만 300명(다음)이 지난해 9월까지 작성한 댓글 비중도 25%(네이버)와 24%(다음)로 전체의 1/5를 넘었다. 2018년엔 각각 31%와 30%를 차지하기도 했다. 10대 이상 인구의 0.03%가 30%를 차지한 것이다. 반면, 2020년 네이버와 다음에 댓글을 단 사람 중 9개월 간 1개만 단 사람은 각각 31%(네이버)와 33%(다음), 10개 이하 작성한 사람은 각각 75%다. 극단적 쏠림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건데, 분야별로는 대체적으로 정치, 사회, 경제 뉴스 순으로 그 정도가 심했다.

데이터를 통해 우리 사회를 진단하는 것이 주된 관심사인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이런 현상을 소수의 IT 기업에 세계 경제를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 비유했다. 이 교수는 "구글이나 애플 등 거대 IT 기업들은 정유 산업과 농업 등 세상의 다양한 산업의 이해관계는 반영하지 못하는데, 미국 경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구글 등 5개 IT 기업들의 호황은 다른 산업의 문제점을 감출 수 있다"며, "마찬가지로 소수의 댓글 작성자가 상당수의 댓글을 작성하는 현재의 쏠림 현상은 (다양성 면에서) 심각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2019년 3분기, 네이버 정치 뉴스 댓글에 무슨 일이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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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긍정적인 건 상위 10%, 이른바 헤비 댓글러가 작성한 댓글이 전체 댓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다소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위 그래프는 분기별로 상위 10% 헤비 댓글러 작성 댓글이 전체 댓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표시한 것으로, 점선은 추세선을 의미한다. 네이버 쪽이 다음에 비해 상위 10%의 댓글 비중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네이버 쪽은 댓글 작성자 수의 감소세에도 불구하고 상위 10%의 댓글 비중도 감소하면서 쏠림 현상이 다음 쪽에 비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위 그래프에서 눈여겨볼 부분이 있다. 네이버의 2019년 3분기 그래프다. 정치 부분 뉴스 댓글 작성자 상위 10%의 비중이 분석 기간 중 유일하게 사회, 경제 부분보다 낮았다. 또, 분석 기간 중 유일하게 50% 아래로 떨어졌다. 다음 뉴스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현상이다. 이 시기는 전 분기 대비 네이버 댓글 작성자 숫자가 9만 명가량 급증한 기간이기도 하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2019년 3분기, 즉 2019년 7~9월까지는 이른바 조국 대전이 벌어졌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된 각종 의혹이 쏟아져 나왔고, 인사청문회 기간 중에 전격적으로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서울 서초동과 광화문에는 각각 '조국 수호'와 '조국 사퇴'를 외치는 촛불이 타올랐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 진영 논리 강화의 분기점으로 꼽는 시기다.

이 기간 정치 분야 댓글 작성자 수는 네이버와 다음 모두에서 전 분기 대비 급증했다. 의견 표현을 주저하거나 표현에 소극적이었던 사람이 조국 사태에 대해 혹은 조국 사태를 계기로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댓글 작성 상위 10%의 비중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현상은 다음에서는 관찰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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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상은 '슈퍼 헤비 댓글러'라고 할 수 있는 상위 1% 작성자의 댓글 비중 변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위 그래프에서와 같이 다음은 전반적으로 상위 1%의 비중이 안정적인데 비해, 네이버에선 2019년 3분기를 기점으로 등락폭이 크다.

이에 대해 이원재 교수는 소위 조국 사태를 계기로 네이버 뉴스에서 댓글 전쟁이 벌어졌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그런데 왜 다음이 아니라 네이버일까. 이 교수는 "포털 뉴스시장에서 네이버의 비중이 다음보다 몇 배 큰 상황에서 조국 사태와 같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슈가 벌어졌을 때 사람들이 네이버에 집중해 논쟁을 벌인 결과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포털시장에서의 시장 지배력 혹은 대표성 때문에, 전쟁은 이른바 큰 판이라고 할 수 있는 네이버에서 벌어진다는 취지다.

이런 분석은 다음 뉴스의 댓글 공간은 특정으로 균질화되어 있다는 점을 암묵적으로 전제한다. 일반적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다른 의견을 제기하며 논쟁을 벌이기엔 한계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그러한지, 2019년 3분기 네이버 뉴스 댓글에선 어떤 이야기들이 나왔는지는 추후 보도할 예정이다.

2019년 3분기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결과지만, 이번 분석 결과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포털 뉴스 댓글 공간은 특정 소수가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한계도 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댓글을 작성하지는 않더라도 댓글에 대한 '공감', '비공감' 등으로 의사를 표현하고 있는데, 이번 분석에서는 그런 부분이 고려되지 않은 것이다.

SBS <사실은>팀과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이른바 '슈퍼 헤비 댓글러'가 양적으로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뉴스 댓글 공간을 주도하고 있는지를 분석해 보도할 예정이다. 또, 뉴스 댓글이 실제 사람들의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지, 이슈별·시기별로 어떤 내용의 댓글이 달렸는지 등을 분석해 뉴스 댓글을 통해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는 기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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