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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 끼얹고 불붙여 잔혹 살인…비극으로 끝난 동업

휘발유 끼얹고 불붙여 잔혹 살인…비극으로 끝난 동업

유영규 기자 ykyou@sbs.co.kr

작성 2020.11.21 11:31 수정 2020.11.21 17:2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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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지난해 11월 1일 오전 2시 48분쯤 강원 횡성군 한 주택에서 엽기적인 방화 살인극이 벌어졌습니다.

브로콜리 재배 사업을 하는 박 모(62·여) 씨가 동업자 A 씨와 그의 아내에게 "죽어"라고 소리치면서 생수통에 담긴 휘발유를 끼얹은 뒤 휴대용 라이터를 이용해 불을 붙였습니다.

불과 3분 만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A 씨 부부가 몸에 붙은 불을 끄고자 집 마당으로 나와 쓰러지자 박 씨는 다시 휘발유를 끼얹어 온몸이 화염에 휩싸이게 했습니다.

그걸로도 모자라 자신의 승합차에서 휘발유가 담긴 다른 생수통을 들고 와서는 재차 A 씨 부부 몸에 휘발유를 끼얹었습니다.

박 씨는 물을 뿌리며 불을 꺼주는 딸(44)에게까지 똑같은 짓을 저질러 얼굴과 목 등에 화상을 입혔습니다.

결국 전신에 화상을 입은 A 씨는 치료를 받던 중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닷새 만에 숨졌고, 그로부터 12일 뒤 아내도 패혈증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처럼 잔혹한 범행의 도화선은 '브로콜리 재배 사업 동업'이었습니다.

조사 결과 박 씨는 A 씨와 동업하기로 하고 3억 원가량을 투자했으나 투자 수익금을 전혀 회수하지 못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부닥치고, 남편과 관계도 악화하는 지경에 이르자 A 씨 부부에게 극도의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살인과 살인미수 등 혐의로 법정에 선 박 씨는 '심신미약'을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박 씨는 재판에서 A 씨와 동업 문제로 오랫동안 스트레스를 받아 극심한 우울증을 겪고 있었고, 사건 전날 저녁부터 많은 술을 마셔 범행 당시 심신미약이라는 주장을 폈습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박 씨가 범행 당시 우울증 등으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사건 전날 술을 마시면서 A 씨와 동업 과정에서 문제가 많다는 등 자신이 처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정도의 인식이 있었던 점 등이 근거였습니다.

주취로 인한 심신미약 주장 역시 박 씨가 술을 소주와 맥주를 각 2병씩 마셨음에도 혈중알코올농도가 0.055%로 주량이 상당한 데다, 어두운 밤에 가로등이 별로 없는 구불구불하고 좁은 도로에서도 수월하게 승합차를 몰았던 점을 들어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박 씨는 범행 당시 승합차에서 추가로 휘발유를 꺼내고, 숨은 피해자를 찾기 위해 승합차로 주변을 맴도는 등 비틀거리는 모습 없이 비교적 민첩하게 움직이기까지 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박 씨의 행동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공격적이고 잔인하며, 극단적인 생명 경시 태도가 여실히 드러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박 씨가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범행의 원인이 피해자들의 잘못이라는 주장을 반복하면서 되레 피해자들을 원망하거나 자신의 억울함을 강조해 진정으로 반성하는지 의문을 품게 한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판결에 불복한 박 씨는 또다시 심신미약과 함께 "형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했고, 사형을 구형했던 검찰도 "형이 가볍다"며 항소했으나 판결은 번복되지 않았습니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박재우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인간의 생명은 법이 수호하는 최고의 법익이자 가장 존엄한 가치로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이유를 불문하고 용서할 수 없으며, 형을 달리할 특별한 사정변경도 없다"며 양측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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