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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집 안 비워주려 '뒷돈'…불신 · 각박만 남았다

전셋집 안 비워주려 '뒷돈'…불신 · 각박만 남았다

한세현 기자 vetman@sbs.co.kr

작성 2020.10.16 20:15 수정 2020.10.16 21:1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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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방금 보신대로 요즘 전셋집 구하는 게 워낙 어렵다 보니까 전세 물건을 보려면 돈을 내야 한다는 집까지 등장했습니다. 또 전세를 빼주는 조건으로 수천만 원을 요구하는 세입자도 있습니다.

이 내용은 한세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동작구의 아파트 단지입니다.

전체 545가구 가운데 전세 매물은 딱 1개입니다.

공급이 없으니 가격은 천정부지, 기존 세입자들도 계약갱신을 요구해 살던 집에서 버틸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 동작구 공인중개사 : 없어요, 없어. 월세도 없어요. (세입자들이) 다 계약갱신청구권 행사해서요. 방 2개 매물이 하나가 나왔는데, 9억 원이에요. 이건 진짜 상상할 수도 없는 가격이라 저희도 할 말이 없어요. 어이가 없는 거잖아요, 지금.]

353가구 규모인 강남의 이 아파트 단지에는 전세 매물은 아예 없습니다.

[이길자/서울 강남구 공인중개사 : 요즘 '전세 찾아 삼만리' 이렇게 얘기하던데요, (매물이)거의 없어요. 아예 없다고 생각하면 되고 금액도 70~80% 정도 올랐다고….]

전례 없던 현상들이 속출합니다.

자녀 교육 등의 문제로 전셋집을 비워줄 수는 없는데 집주인이 실거주하겠다고 할까 봐 일부 세입자는 보증금을 5%만 올린 것으로 계약을 갱신한 뒤 주변 시세와의 차액을 월세로 따로 보전해주기도 합니다.

[서울 서초구 공인중개사 : (전세 보증금을) 5% 이상 올려두고 살려고도 해요. 나가봐야 집도 없고 또 싸지도 않고. 현재 사는 집보다 더 비싸게 줘야 하고요.]

계약갱신청구권을 포기하고 집을 비워주는 대신 월세와 이사비 명목으로 수천만 원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서울 용산구 공인중개사 : 이사 비용을 달라고 해서 2백만 원 주기로 합의했대요. 합의된 상태에서, 지금 2억 원 정도 올랐으니까, 전세가가. 4년 치 이자를 달라고 하더래요. 4천만 원. (집주인이) 당신 마음대로 하세요. 법대로 하시라고 했대요.]

전세 주는 집주인들은 까다로워졌습니다.

[서울 양천구 공인중개사 : 아이가 너무 어리다든지 동물 갖고 있으면(세입자로) 안 받으려고 해요. 긁어서 집을 망가뜨리니까요.]

코로나 방역비 명목으로 집을 보는 데 돈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서울 강서구 공인중개사 : (전세) 물건이 워낙 귀하니까, 한 채를 보려면 그런 식으로 해서 경제·금전적인 걸 또 (바라기도….)]

꼼수도 만연합니다.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고 크게 오른 전셋값을 받기 위해 임대차보호법 상 계약갱신청구권 거부가 가능한 직계 가족이 입주하는 것처럼 성이 같은 세입자를 찾기도 합니다.

[서울 송파구 공인중개사 : 부동산이나 이런 데다가 임차인을 구할 때 같은 성(으로), '성이 이런 사람들만 구해주세요'라고 얘기할 수 있는 거고. (가령) 이 씨가 많으니까 그런 사람 통해서 (세입자) 내보내고….]

이처럼 유례없는 전세난에 종전에는 인기가 없던 담보대출이 많은 전셋집도 전세금을 떼일 위험을 감수하고도 바로 거래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이창무 교수/한양대 도시·부동산 경제학연구실 : 시장에서의 주거 이동과 거래의 연쇄고리가 계속 차단되는 거죠. 내가 안 가면 다른 사람도 못 가게 되는, 시장에서의 이동차단 현상이….]

집주인, 기존 세입자, 그리고 새로 전세를 구하는 사람들 모두 서로 불신하고 각박해졌습니다.

그러면서 새로운 제도의 취지가 옳더라도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대책이 있었는지 묻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강동철, 영상편집 : 김종태, VJ : 정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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