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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행대로 끼리끼리' 훈장 96%는 퇴직자에게 간다

'관행대로 끼리끼리' 훈장 96%는 퇴직자에게 간다

임상범 기자 doongle@sbs.co.kr

작성 2020.10.15 21:18 수정 2020.10.15 22:0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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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나훈아 씨가 일흔이 넘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였지요. 나라에서 주는 훈장을 거절했다고 한 것도 화제가 됐는데, 들여다보니 훈장을 받지 않겠다고 한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34년간 교사로 재직하다 퇴직한 이부영 선생님도 옥조근정훈장을 스스로 포기했습니다.

[이부영/퇴직교사 : 제가 받을만하지 않기 때문에 포기했죠. 정부가 주는 훈장은 정말 훌륭한 사람이 받아야 되는데 오히려 부족한 점이 많다.]

'국가 훈장'이라는 명예를 왜 많은 이들이 스스로 거부하는 걸까요?

먼저, 임상범 기자가 취재한 내용 전해드립니다.

<기자>

지난해 12월 5일 무역의 날, 무역 유공자 597명에게 금탑산업훈장을 비롯한 훈장과 포장, 대통령·총리 표창 등이 수여됐습니다.

2017년부터 최근 3년간 무역의 날 훈·포장 수상자들을 살펴봤습니다.

삼성전자, SK 하이닉스, 현대제철 등 큰 기업들은 사람만 바꿔가며 매년 받았습니다.

그런데 단골 수상자 명단에 무역협회, 코트라 같은 지원기관들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들은 모두 무역분야 포상 후보자 추천권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 : 30년 이상 근무했기 때문에 그 정도 받을 만큼 헌신적으로 노력했다고 보기 때문에…저희도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하고요.]

산업부가 확정한 올해 무역의 날 포상 후보자 849명 중에도 소속별로 보면 코트라 24명, 무역협회 15명,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 담당자 : 유공이 엄청 많아서요. 제가 다 알 수가 없습니다. 행정적인 절차, 필요한 서류 이런 거 검토하고요.]

정부포상이 시작된 1948년 이후 지난해까지 정부포상은 모두 126만 3천여 점으로 매년 증가 추세인데, 지난해의 경우 훈장 1만 9천195점 가운데 95.8%는 근정·보국훈장으로 퇴직하는 공무원·교원·군인들에게 관례적으로 돌아갔습니다.

순수 민간인 포상은 3.8%에 불과했습니다.

인구당 훈장 비율이 일본의 4배, 영국의 8배나 되는 훈장 풍년이지만, 냉정하게 보면 관행적으로 끼리끼리 나눠 먹는 훈장 잔치란 지적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이부영 선생님이 훈장을 거부하며 꼬집은 것도 바로 이런 훈장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었습니다.

[이부영/퇴직 교사 : 이렇게 많은 줄 몰랐어요. 이게 무슨 훈장의 값어치가 있을까? 일정 기간 근무했다는 것만으로 받는 건 이제는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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