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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세계 톱모델의 중고 청바지

[인-잇] 세계 톱모델의 중고 청바지

SBS 뉴스

작성 2020.10.13 11:02 수정 2020.10.14 08:5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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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캐롤린 머피 인스타그램 캡쳐.십대에 데뷔해서 사십대 중반인 지금까지도 세계 정상급 모델의 자리에 있는 '아메리칸 뷰티'의 대명사 캐롤린 머피를 어찌어찌하여 인스타에서 팔로우하게 됐다. 에스티 로더, 티파니, D&G, 베르사체 등 럭셔리 브랜드의 얼굴 역할을 한 그녀가 지난 주 대중적인 브랜드 리바이스를 입고 찍은 사진과 글을 올렸다. 그 리바이스는 중고 청바지였다.

캐롤린 머피는 "2030년까지 세계 의류섬유산업은 2015년보다 50% 더 많은 물을 쓰고 62%의 쓰레기를 더 배출할 거라는 예측이 있다"면서 자신은 오랫동안 리바이스의 중고 청바지를 애용해왔으며 리바이스의 중고 청바지 캠페인(#levisseconhand)에 참여하게 돼 자랑스럽다고 썼다. (설마 뒷광고는 아니리라 믿는다;;;;;) 이틀 만에 9천 개가 넘는 좋아요와 10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환경에 대한 사려깊음은 이제 시대의 필수품이 돼가고 있다.

*SBS 보이스(VOICE)로 들어보세요.
삼베 수세미와 설거지 비누삼베라는 섬유가 있다. 흔히 '마'(대마)라고 부르는 천으로 삼 껍질 안쪽에 있는 인피섬유에서 뽑은 실로 짠 직물이다. 한민족이 한반도로 이주할 때 가지고 온 것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로 역사가 길다. 삼베는 화학섬유가 아니므로 닳아 없어지기도 하고 버리더라도 자연 분해된다. 지구가 소화할 수 있는 물질이라는 뜻이다. 며칠 전 삼베로 만든 수세미와 유기농 고체 설거지 비누를 샀다. 두가지 목적이 있었다. 첫째, 사용할 때나 버릴 때나 사람과 자연이 받아들일 수 있는 생활 용품을 쓰려고 노력할 것. 둘째, 가사 분담의 수준을 청소에서 설거지까지 높여볼 것.

이 친환경 제품들을 사면서 두가지 사실을 알게 됐다. 첫째, 액체 형태의 주방세제는 원래 락스처럼 물에 희석해서 사용해야 한다.(나는 보통 그냥 수세미에 묻혀서 썼다) 둘쩨, 삼베는 수분을 잘 흡수하고 자외선 차단능력이 있으며(주방에서 필요한 기능은 아닌 것 같긴 하다) 곰팡이균을 억제하는 항균성과 항독성이 있다. 이쯤 듣다보니 이걸 왜 여태 수세미로 안썼는지 이상할 정도인데 그만큼 플라스틱 수세미가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대량 쓰레기처리에 편리한 물질이어서이리라. 그런데 플라스틱 수세미는 미세 플라스틱을 배출하고 잘 알려졌듯이 물고기와 사람이 함께 먹는 식품이 됐다. (어떤 식당에서는 때로는 주문하지 않아도 반찬이나 찌개 등에 넣어주기도? 한다)

놀라운 사실은 인류가 플라스틱을 사용한 지 불과 100여년 만에 지구를 이렇게 망쳐놨다는 사실이다. 100년은 지구의 역사 가운데 지극히 짧은 인류의 역사중에서도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일 정도의 찰나이다. '랩걸'로 잘 알려진 지구생물학자 호프 자런의 신간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원제 The Story of More)을 보면 지난 50년 동안 곡물 생산량과 육류 생산량, 해산물 소비량은 3배로 늘었다. 양식 연어 1kg을 얻으려고 작은 물고기 15kg을 잡는다. 1억톤의 고기를 생산하려고 10억톤의 곡물을 먹이고 3억톤의 분뇨를 처리한다. 세계 인구는 두 배가 늘었고 영아사망률은 반으로 줄었으며 인간의 기대 수명은 83세로 12년이 늘었는데, 지구 표면 온도는 화씨 1도가 올랐고 평균 해수면은 10cm가 높아졌고 모든 어류와 식물 종의 1/4에서 개체 수가 줄었다. 인간이 많이 만들고 많이 쓰고 많이 버리고 오래 사는 동안 다른 종들의 희생이 있었던 셈이다.

성장을 유일신으로 섬기는 '글로벌 경제 시스템'은 성장하지 않는 것이 성장하는 것보다 근본적으로 더 어렵다. 방향 모를 과도한 노력과 과도한 생산, 과도한 마케팅, 과도한 소비를 통해서 가격을 낮춘다. 낮춘 가격은 다시 과도한 소비를 부른다. 이렇게 고용을 창출하거나 유지하며 시스템을 굴려간다. 다행히 친환경적이고 종(種)간의 공생을 도모하는 아이디어들, 새로운 개념의 제품들은 또다른 생산 방법을 필요로 할테고 또다른 고용도 필요할 것이다. 그런 것들이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기를 기대해보자.

소셜 미디어를 보면 젊은층일수록 환경에 민감하고 친환경적 습관을 조금이라도 삶으로 끌어들이려 애쓰는 것 같다. 또 그런 생활을 내보이길 즐기며 자랑스러워한다. UN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스웨덴 소녀 툰베리의 "당신들이 어떻게 우리에게 그럴 수가 있어요?"라는 외침을 들으면서 우리보다 더 오래 병든 지구와 함께 살아가고 부양해야 할 미래 세대의 지연된 공포를 조금은 이해하게 됐다.

제도를 바꾸는게 가장 좋은 방법인데 개인이 하기에는 엄두가 안나는 너무 거대한 일이다. 삼베 수세미를 쓰고 텀블러를 사용하고 에코백을 드는 식의 작은 실천이 중과부적으로 쏟아지는 쓰레기더미를 보면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다. 그러나 너와 나의 작은 실천이 '생각들'을 바꾸고 그렇게 바뀐 생각들이 상식이 돼갈 것이다. 그전에 지구가 돌이킬 수 없게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미 돌이킬 수 없을만큼 늦었다고 하는 과학자들도 있는 세상에서, 그래도 우리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을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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