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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민정수석 조국, 절제와 개입 사이⑤

[취재파일] 민정수석 조국, 절제와 개입 사이⑤

-공격과 역공

원종진 기자 bell@sbs.co.kr

작성 2020.09.13 11:33 수정 2020.09.14 09:0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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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민정수석 조국, 절제와 개입 사이⑤
치열하게 진행되는 격투기 경기에선 종종 상대의 허를 찌르는 장면들이 연출됩니다. 하반신을 노리고 돌진하는 상대에게 방어 대신 상대 상체를 잡아 메치는 역공을 시도하거나, 원래 공략하던 곳 외의 다른 곳에 갑자기 기습 공격을 하는 장면 등입니다.

지난 금요일, 조국 전 장관 6회 공판에서 이뤄진 법률가들의 법리 공방은 역공과 기습이 이어지는 격투기를 연상케 했습니다. 공방 과정에서 여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판례들도 동원됐습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2차장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판결은 물론, 12년 전 '김승연 한화회장 폭행' 사건 당시 최기문 전 경찰청장의 판결까지 공방의 근거로 쓰였습니다.

검찰, 조국 전 장관
● '전결 규정' 제시한 조국…'블랙리스트'·'김승연 한화회장 폭행'으로 역공한 檢

검찰 공소장의 기본 논리는 조 전 장관 등이 '직권'을 남용해 특별감찰반원들이 감찰을 할 '권리' 행사를 방해했다는 것입니다. 조 전 장관 측은 이 논리를 깨기 위해 이번 공판 시작 전, 청와대에 사실조회를 신청해 규정 하나를 받아냈습니다. '특감반의 감찰 사안에 대해서는 민정수석에게 대통령을 대신한 전결 권한이 있다'는 <청와대 내부의 특감반 위임전결 규정>입니다. 조 전 장관 측은 이를 근거로 '감찰 권한은 민정수석에게 있는 것이니, 특감반원에게는 방해받을 권한이 없다'며 검찰 공소 논리를 공격한 것으로 보입니다. 조 전 장관 측은 지금까지의 재판 과정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앞부분인 '직권남용' 쪽보다는 뒷부분인 '권리행사 방해' 부분에 좀 더 비중을 두고 변론을 진행했습니다. 이번 공판 시작 전 받아낸 <전결 규정> 또한 이 뒷부분에 대한 공격 차원으로 풀이됩니다.

6회 공판이 시작되자 검찰은 '뒷부분'을 노리고 들어온 조 전 장관 측 공격을 역이용했습니다. 그러면서 조 전 장관 혐의의 '앞부분'인 직권남용 쪽에 공격을 펼쳤습니다. 검찰은 조 전 장관 측이 들고 나온 <전결권 규정>은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직권남용' 소지를 뒷받침해주는 근거라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은 민정수석에게 '전결권'이라는 권한이 있다는 건 남용할 '직권'이 있다는 방증이란 논리를 폈습니다. 그 근거로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개입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 판례를 들었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전결권을 가진 최윤수 전 차장이 하급자들의 블랙리스트 업무를 계속하게 한 것은 직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봤습니다.

이정섭 부장검사 : 직권남용 다수 판례를 보면 전결권이란 것은 남용한 직권이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하는 수단으로 사용됐고요, 전결권이 누구한테 있기 때문에 하급자에게 권한이 없다는 건 도출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중략) 국정원 고위간부 사건 이런 데서 전결권 있는 사람의 직권남용 혐의 인정했다는 걸 다시 밝힙니다.

검찰은 여기서 더 나아가 다른 방향의 공격도 했습니다. 원래 공소장에 '조 전 장관이 특감반원들의 권리행사를 방해했다'고 적었던 검찰은 공소장을 변경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조 전 장관이 특감반원들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고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의무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부분을 추가한 겁니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했을 때는 물론,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을 때에도 적용됩니다. 조 전 장관 측이 '권리행사 방해' 논리를 집요하게 공격하니, 이에 더해 민정수석 조국의 행위가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은 아닌지도 살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겁니다.

검찰은 김승연 한화회장 폭행 사건 당시 경찰 수사 무마를 시도한 최기문 전 경찰청장 2심 재판을 공소장 변경 근거로 제시한 걸로 전해졌습니다. 퇴임 뒤 한화 고문으로 있으면서 친정인 경찰에 수사 무마 청탁을 했던 최 전 청장은 재판에서 조 전 장관 측과 유사한 구조의 변론을 펼쳤습니다. '수사권은 하급 경찰관들이 아닌 경찰서장 등 고위 간부에게 있기 때문에, 당시 서울청 광수대와 남대문 경찰서 경찰관들에겐 방해받을 권리가 없었다'는 논리였습니다. 이에 검찰은 최 전 청장 2심에서 1심 공소장 내용 중 '사법경찰관들의 범죄 수사에 대한 권리행사를 방해하고' 부분을 '사법경찰관들의 범죄수사에 대한 권리행사를 방해함과 동시에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고'로 변경했습니다. 당시 2심 재판부는 검찰 공소장 변경에 따라 최 전 청장 행위가 '권리행사 방해'와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 중 어디에 속하는지 모두 살폈습니다. 최 전 청장 2심 당시 재판부는 유죄를 선고하면서도, 최 전 청장의 행위는 '권리행사방해'에 속하는 것이지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것'에 속하지는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재판부는 검찰의 이러한 공소장 변경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조 전 장관 측은 검찰의 이러한 주장들에 대해 추후 의견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의 역공에 대해 변호인 측이 어떤 방어논리 혹은 재역공을 펼칠지, 자세한 내용은 2주 뒤인 다음 재판에서 상세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장면들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법리를 둘러싼 공방이 이 재판에서 얼마나 세밀하고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지 보여줍니다. 이전 정부 인사 여럿을 감옥에 보낸 직권남용죄 법리 공방의 최전선에 현 정부 초대 민정수석 조국이 서있습니다.

유재수 조국
● "비위 통보·사표 수리 지시 없었다"…靑 해명 배치 증언 또 나와

이날 법정에는 유재수가 특감반 감찰을 받던 당시 금융위 감사담당관 A씨와 인사담당관 B씨가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A씨와 B씨는 모두 '당시 유재수 비위 내용이나 청와대의 유재수 사표수리 지시를 들은 바 없다'고 증언했습니다. 지난 공판에 출석한 최종구 당시 금융위원장과 김용범 당시 부위원장 증언과 일치하는 대목입니다. 조 전 장관과 백원우 전 비서관 등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이 내놓았던 해명은 다시 한번 반박됐습니다.

▶검사 : 조국 피고인이 국회 운영위에 나가서 말한 것 아시나요. (조국은) 2018년 12월 31일 운영위에 나가서 '유재수 사적인 문제 여자 문제를 금융위에 통지했다'는 취지로 주장하셨어요. 그 반면에 최종구 위원장이나 김용범 부위원장은 '유재수 사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통보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증언하시거든요. 그래서 제3자인 증인에게, 목격자인 증에게 묻는 것입니다. 증인은 유재수의 사적 여자 문제에 대해 위원장이나 부위원장에게 들은 사실이 있나요?
▷B씨 : 없습니다.
(중략)
▶검사 : 백원우는 유재수에 대해 '청와대 입장은 사표 수리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고 합니다. 근데 증인은 '유재수로부터 사표를 받아라'라는 지시를 그 누구로부터 받거나 이야기들은 적 있나요?
▷B씨 : 없습니다.
▶검사 : 청와대, 금융위원장, 부위원장, 유재수 그 누구로부터도 '유재수한테서 사표 받아야 한다'고 이야기 들은 적 없죠?
▷B씨 : 네


두 증인은 합쳐서 3시간 가까운 증언 동안 이처럼 피고인 측에게 썩 좋지 않은 증언들을 남겼습니다. 변호인 측에서는 재차 질문을 통해 유리한 답변을 이끌어 내보고자 했으나 큰 소득은 없었습니다. 백원우 전 비서관 변호인은 "인사에 참고하라는 얘기는 사표 받으라는 걸 완곡하게 말한 것 아니냐"고 질문을 던졌지만, 증인 B씨는 "금정국장을 못 맡긴다는 것과 사표를 받으라는 게 100% 같지는 않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유재수 사직에 대해서도 증인들은 '유재수의 사직은 영전까진 아니더라도 청와대 감찰에 따른 불이익은 아니었다'는 취지로 증언했습니다. 지난 재판 최종구, 김용범 두 사람 증언과 같은 취지입니다.

약간의 성과도 있었습니다. 재판 말미, 조 전 장관 변호인은 "청와대에서 인사 관련 내용을 전달받을 때 꼭 공문서가 아니더라도 구두로 전달 받을 수 있지 않느냐"고 질문했습니다. 유재수 인사 조치에 대해 아무런 공식 기록을 남기지 않은 것이 '감찰 무마' 증거 중 하나라는 검찰 주장에 균열을 내기 위한 질문이었습니다. 인사담당자였던 B씨는 이에 대해 인사 관련 내용은 "구두로 올 수도 있다"는 답변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징계면직이 아닌 의원면직일 경우'라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조국 전 장관 변호인 : 사표 받으라는 얘기 전달할 때 증인 말대로라면 인사 사항이니까 구두로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죠?
▷B씨 : 징계면직이 아니고, 사직은 의원면직시키라는 것이기 때문에 인사상 구두로 올 수도 있습니다.



● '인사 참고' 의미도 못 묻고 전전긍긍, 사후엔 책임 돌리기…민정수석실은 왜 존재하나

전두환 정권부터 계속 이어져 온 역대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는 '권위주의의 유산'이란 비판과 함께 '무능·무책임'이란 꼬리표도 따라다녔습니다. 민정수석실에 지병처럼 달라붙어 있는 이런 오명은 어떤 방식으로 전승되는지, 6회 공판 증인 신문 과정에서 좀 더 자세히 드러났습니다.

우선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권위'는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는 수단이라기보다는 여전히 효율적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장애물로 기능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우병우로 상징되는 권위적 느낌의 엘리트 검사와는 달리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대통령과 청와대 경내를 거니는 민간 교수 출신 민정수석이 부임했음에도 불구하고, 유재수 감찰을 통보받은 금융위원회 최고위 인사들은 이게 무슨 뜻인지 몰라 전전긍긍했다는 겁니다. '비위 내용이 무엇이냐', '정확히 어떻게 조치해야 하느냐'와 같은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질문은 오가지 않았습니다.

▶검사 : 그런데 이 경우 (비위 내용 통보가) 전혀 없었잖아요. 그래서 물어봅니다. 금융위에서는 청와대에 연락해서 '아니 구체적인 비위내용도 안 가르쳐주고 비위정보나 감찰정보 전혀 안 알려줬는데, 유재수 구체적인 비위혐의 뭔가요? 감찰 결과 나왔나요?' 이렇게 물어볼 수는 없었나요?
▷B씨 : 전 인사과장이라. 인사 참고하라는 건 부정적 의미로 온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운용을 한 것입니다.

▶검사 : (검찰 조사에서 증인은) 이렇게 말했어요. '청와대가 우리 상위부서인데 물어볼 수 없다. 일방적으로 받는 거지 감찰 결과 나왔나요? 물어볼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B씨 : 통상 검증 결과받을 때도 결과만 받지 판단 근거는 받지 않습니다.
(중략)
▶검사 : 그럼 당시 이런 이야기 (유재수 인사조치에 참고하라는 이야기)를 부위원장이 백원우로부터 들었다는데 증인이 들은 계기는 무엇인가요?
▷B씨 : 위원장실에서 호출이 와서 갔더니 위원장과 부위원장 이야기 중이었고, 그 과정에 '청와대에서 인사 참고하라고 연락 왔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는 말이 있었습니다. 제 기억엔 '감사원에서도 오는데 인사 참고 이야기는 1급 승진이 안 되는 거다' 그렇게 설명드렸습니다.


결국 당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감찰의 책임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공방이 재판 과정에서 오갔습니다. 조 전 장관 측 변호인은 증인으로 나온 A씨에게 '유재수 비위 소문이 떠돌고 있었는데 왜 당시 금융위 감찰 담당자들은 감찰을 제대로 하지 않았는지' 캐물었습니다. A씨는 '금융위원장 등 윗선의 재가 없이 소문만으로 감찰을 할 수는 없었다'는 취지로 항변했습니다. 권력을 위임하고 매일의 일상을 살아가는 보통 시민들에겐 '비위 감찰 책임이 어디에 있느냐'보다는 '권력 내부의 견제기능이 잘 돌아가고 있는지'가 더 중요할 텐데 말입니다. 이번 정부에서도 반복된 이러한 양태는 민정수석실 존재 이유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조 전 장관의 다음 재판은 2주 뒤인 25일 열립니다. 이 모든 일의 시작,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감찰 무마냐 종료냐를 다투는 부분의 마지막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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