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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질? VR? 관객은 그런 걸 바란 게 아니에요

화질? VR? 관객은 그런 걸 바란 게 아니에요

이현식 기자 hyunsik@sbs.co.kr

작성 2020.09.10 14:25 수정 2020.09.10 15:1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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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공연이 대거 취소되면서, 공연예술계가 '그나마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영상화에 내몰린 지도 반 년이 넘게 지났다. 단순히 공연을 카메라로 찍는 것만으로는 성공적인 공연 영상이 될 수 없으며, 영상 나름의 문법과 특성에 맞게 만들어야 관객이 반응한다는 경험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무대 위 공연과는 또다른 생명력을 갖는 장르로서의 공연 영상은 어떤 특징을 지닐까? 단순히 카메라로 담는 것 이상의 새로운 시도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재단법인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운영하는 '공연예술 국제교류 정보플랫폼' <더 아프로(the Apro)>가 SBS보도본부 팟캐스트 <커튼콜>과 함께 이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총 5회에 걸친 전문가 심층토론 중 마지막 5회차의 주제는 <새로운 예술장르로서의 공연영상>이다. 김수현 SBS 정책문화팀 선임기자의 진행으로, 김홍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 교수 (영화감독), 안정일 지니뮤직 VR 사업팀장이 스튜디오에서 토론했고, 영국 현지에서 김준영 아이러브스테이지 대표가 별도의 화상인터뷰를 통해 영국의 동향을 전했다. 2시간을 넘는 토론과 인터뷰 가운데 1부 토론 내용을 아래에 요약하여 전한다. 김준영 대표의 영국 현지 소식은 별도의 기사로 다룬다.

● 공연과 영상의 만남, 어떻게 하면 새로운 예술이 될까?

김수현 SBS 문화담당 선임기자 : 먼저, 두 분이 하고 계신 일을 소개해 주시기 바란다.

김홍준 교수, 영화감독 : 제가 공연예술에 대해 단순한 관객 혹은 수용자가 아니라 창작자, 기획자로서 몇 년 동안 경험한 것이 있다면, '충무로 뮤지컬 영화제' 예술감독으로 일한 것이다. 단순히 뮤지컬 영화를 상영하거나 뮤지컬을 기록한 영상을 극장에서 보여주는 영화제가 아니라, 뮤지컬과 영화의 일종의 융합을 시도해 보면서 공연 예술과 영상 예술을 어떻게 하나의 새로운 예술 형태로 구현할 수 있을지 매년 실험을 해 보았다.

안정일 팀장 : 지금은 지니뮤직에서 VR 등 '실감 미디어' 사업을 담당하고 있고, 원래 개인적으로 음악제작, 매니지먼트, 공연장 운영, 저작권 사업 등등 많은 분야를 헤매고 다녔다. 아이돌 그룹인 '마마무'의 콘서트를 집에서 혼자 실감나게 보는 초고화질 VR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현대의 산물인 기술과 오래 전부터 인간이 만들어 온 공연예술을 미디어적으로 잘 결합해 보자는 관점에서 산업 생태계를 조망해 왔다. 공연예술의 온라인화 사업에 대해 제3자적 입장에서 함께 논의해 보고 싶다.

김수현 : 그동안 4회에 걸쳐서 공연예술계에 몸담은 분들의 고충과 의견을 들었다. 오늘은 인접분야에서 다른 인사이트를 전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 공연 영상을 새로운 장르로 생각한다면 어떤 것을 해야할까, 지금 나와 있는 것들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들은 어떤 게 있을까?

김홍준 : 뮤지컬영화제에서 예술감독을 맡았을 때 가장 시도하고 싶었던 건, 축제의 장을 통해서 한국 영화의 전문인력들과 뮤지컬 업계의 젊은 인력들이 만나서 서로 교류하는 장을 만드는 것이었다. 함께 모여 서로 자극을 주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자리를 원했다. 영화와 공연이 새로운 방식으로 만난 좋은 사례로, 김태용 감독이 연출한 <청춘의 십자로>를 많은 분들이 꼽을 것이다. 원작은 1934년 안종화 감독의 무성영화인데, 여기에 무대 라이브로 변사의 해설과 음악을 결합한 시도였다.

한 발 더 나아간 시도로, 영화 <오발탄>의 '라이브 더빙'이라 할 만한 것을 해 보았다. 고전영화 '오발탄'을 무성영화라고 치고, 성우들이 직접 라이브로 대사를 넣고, 음악도 새로 요즘 감각에 맞게 만들어서 라이브로 공연했다. 대사 역시 고전영화의 옛스러움을 살리면서도 요즘 관객들이 저항감을 덜 느끼게 톤을 잡았는데, 상상 이상으로 관객 반응이 좋았다. 공연의 영상화 얘기를 주로 하는데, 이런 사례는 "영상의 공연화"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시도들이 이어지면 융합 장르의 상업적 잠재력도 좀 더 커지지 않을까 라는 낙관적인 생각을 하게 됐다.

● 이 공간의 지배자는 나!

김수현 : 1인용 VR 콘서트도 일종의 새로운 장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안정일 : 그런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퍼포먼스를 가상 공간에서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재미있고 현실감 날까? 그리고 그것을 미디어화 하면 언제든지 접근이 가능할텐데 하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만들어보니 많은 걸림돌이 있더라. 기존의 공연은 평면적인 무대에서 맞은 편의 관객들을 향해 퍼포먼스 하는 구조로 돼 있다. 이걸 관습적으로 촬영하면 VR로 만든다 해도 전후좌우 가운데 내 눈앞 말고 좌,우,후는 다 의미 없는 공간이 되어 버린다. 기존의 4각 프레임 영상물이 주는 박진감 넘치는 연출의 흥분도 사라져, 오히려 재미가 없어질 수 있다.

VR이라는 미디어는, 관객의 입장에서 공간을 '나' 중심으로 지배할 수 있어야 매력이 살아나더라. 이를 해결하기 위해 평면적인 공연 연출을 사방으로 바꿔 보았다. 360도로 무대장치를 만들어 놓고, 아티스트가 표현하려고 했던 것들을 보다 확장된 공간에서 구현했다. 현실에서는 느낄 수 없는 또다른 실재감을 이용자에게 주려고 노력했다. 사실, 공연 장르 중에서 음악은 이미 영상화가 많이 되어 있다. 무용이라든지, 다른 움직임이 있는 퍼포먼스들은 VR을 도입함으로써 '지루함'의 문턱을 뛰어넘어 시청자에게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지금은 '혼자 보기'가 권장되는 코로나 시대이니 이러한 변화도 보다 수월하지 않을까.

커튼콜용
● 다시 에디슨의 시대로? …"무엇이 중한가"

김수현 :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객석에서 보면서 그 분위기를 느끼는 것도 원래 공연의 일부인데, 헤드셋을 끼고 1:1로 무대를 대면한다면 굉장히 개인화된, 다른 미디어가 되는 것 아닌지?

김홍준 : 영화는 100여 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장르이고, 앞으로도 어쩌면 완전히 다른 형태로 바뀔 수 있는 것이다. 계속 변한다. 영화의 역사 초창기에, 에디슨이 영상을 보여주는 기계 (키네토스코프, Kinetoscope)를 발명하고 생각한 비즈니스 모델은 자판기 같은 것이었다. 자판기처럼 생긴 기계에 동전을 넣고 눈을 갖다 대면 30초 정도의 짧은 동영상이 나왔다. 초창기의 관객은 그 정도로도 충분히 즐거워 했지만, 스토리를 담기에는 너무 짧은 길이 때문에 금방 망해 버렸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것과 같은 영화산업의 모델을 만든 것은 프랑스의 뤼미에르 형제다. 뤼미에르 형제는 이미 존재하던 공연장에 스크린을 걸었다. 그리고는, 공연처럼 관람객을 모아 돈을 받고 무대 공연 대신 영상을 보여줬다. 지금 생각하면 간단한 아이디어 같지만, 이들이 실천에 옮기면서 역사가 바뀌었고, 오늘날 우리가 아는 영화산업이 태동했다. 흥미로운 것은, 극장의 위기를 이야기하는 오늘날 초기 영화의 시대로 돌아가는 느낌이 있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선택 가능한 노선 중 하나였던 거다.

VR도 마찬가지다. TV를 보면서 냄새도 맡을 수 있고 촉감도 느낄 수 있는 세상은 수십 년 전에 이미 SF소설 속에 등장했다. VR은 그러한 상상을 테크놀로지를 통해 현실화 시킨 것이다. 우리가 말하는 새로운 장르들은 이렇게, '이런 것이 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한 것, 즐길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던 것들을 테크놀로지로 구현해 낸 것이다. 그렇다면 무슨 기술이 더 새롭냐, 어느 쪽이 화소 수가 더 많으냐 하는 것 보다는 어떻게 사람들이 지닌 정서의 핵심을 건드릴 것인가가 더 중요한 문제다.

안정일 : 현재 VR은 기술적으로 초보 단계다. 상상력이 많이 필요하다. 말도 안 되는 것 같지만 새로운 시도들을 해 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신년 VR 콘텐츠로,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새해 덕담을 해 주다가 나를 와락 끌어안는 장면을 연출해 본 적이 있는데, 그게 되게 묘한 마음을 전해 주는 게 있더라. 그런데, 공연을 영상으로 만드는 것과, 이 영상 콘텐츠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다는 것은 좀 다른 얘기다.

상업적 영상화가 아직 시도되지 않은 장르인 경우에는 오히려 지금 할 수 있는 부분들이 더 많을 것 같다. 왜냐하면, 딱 봐도 '영상으로 사람들에게 바로 전달이 안 될 거다' 라는 판단 하에 영상 미디어 산업이 덤비지 않은 거였으니까. '작품은 좋을지 모르지만 사람들이 돈 주고 입장하거나 영상물을 사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많이 시도를 안 한 장르들이 있었던 거고 그게 지금 영상화 되어있지 않은 거다. 그러니까 그런 부분들은 오히려 기존의 사업모델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이용자들이 영상을 볼 때 '퀄'만 따지지는 않는다. 그 '레어'하고 '험블'한 느낌이나 콘텐츠 자체의 역동성이 있다면 많은 구독자를 얻을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도 OTT 등 플랫폼 사업자들의 격전이 진행중이다. 당장 돈을 벌기는 어렵더라도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어낼 창조적 동력이 있다면 영상 플랫폼 사업자들의 눈에도 띌 것이고, 사업적 기회가 생길 수 있을 것이다.

● 돈 안될 것 같았으니까… 지금이 오히려 기회

김수현 : 플랫폼 사업자 입장에서는 보유 콘텐츠의 다양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공연 영상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이다. 다만 시장 자체가 형성이 덜 되어서 눈에 띄지 않을 뿐. 사업자 입장에서는 공연 영상이 그나마 돈을 덜 들이고 확보할 수 있는 콘텐츠라는 말도 있던데, 어떻게 보시는지?

김홍준 : 음악 영화를 예로 들어볼까. 음악영화는 대개 둘 중 하나다. 극영화인데 뮤지컬 형식이거나 음악이 많이 나오는 경우, 아니면 음악 다큐멘터리. 어느 경우든 영화산업에서 매력적인 투자의 대상이 될 만큼의 규모를 확보하진 못한 것 같다. 하지만 다큐멘터리의 특징은 아무리 형식이 실험적이고 내용이 거칠어도 자기가 관심 있으면 보게 만든다는 거다. 가령 내가 휘트니 휴스턴에 대해 아무 관심이 없으면 '휘트니' 다큐를 볼 일이 없지만, 내가 휘트니 휴스턴의 팬이라면 그 다큐는 만사 제치고 찾아보게 돼 있지 않나.

이런 '틈새성' 때문에, 다양성을 추구하는 OTT 사업자도 공연을 새롭게 접근하는 게 뭐가 있나 찾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암중모색 중이지만 그 중에 성공하는 콘텐츠가 나오고 그게 패턴을 만들기 시작하면 어떤 방식이 앞으로의 관객에게 가장 매력적일지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안정일 : 오픈 마인드로 다양한 시도를 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VR에는 360도 사운드 기술도 접목된다. 내가 보기에, 클래식 음악이 이걸 활용해 볼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소리의 밸런스를 좀 다르게 편성해서 비주얼의 무난함을 극복하는 다른 접근을 해 보는 거다. 사실 지금까지는 제작자나 아티스트가 이런 새로운 시도를 원치 않았기 때문에 못했던 것도 많다. 지금 같은 기회에 이 문을 확 연다면 새로운 생존모델이 등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 VR 첫 경험으로 '에베레스트'가 가장 인기 있었던 이유

김수현 : 최근 본 것 중 기억에 남는 공연 영상이 있는지?

김홍준 : 새롭다기보다는, 새로울 것을 기대했는데 좀 실망스러웠던 공연이 더 많았다. 내가 아날로그 취향의 구세대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테크놀로지를 너무 앞세운 공연들이 그렇더라. 정말 중요한 스토리텔링이나 캐릭터 등 시나리오 작업이 부실한 상태에서 하드웨어와 테크놀로지 사용에만 너무 몰두하는 것 아닌가 싶은, 그런 공연을 많이 접했다. 이런 공연들은 대개 어딘가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지는데, 그 지원이 어쩌면 공연을 하는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하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든다. 첨단 테크놀로지의 실험과 하드웨어의 구현이 지원의 조건이다 보니 실질적으로 그 작품에 필요한 것 이상으로 거창하거나 정교한 테크놀로지가 들어가 있고, 정작 관객 입장에서 중요한 뭔가가 빠져 있는 듯한 경우가 있다.

지난해 강릉국제영화제에서 VR 전시를 했다. VR을 전혀 체험해본 적 없는 일반인들에게 헤드셋을 끼워주고 VR을 보여주는 자리였는데, 사람들이 제일 좋아한 건 에베레스트 산을 직접 등장해 보는 VR이었다. 이건 VR로서 그리 대단한 기술이 들어간 것도 아니고, 스토리 측면에서도 별 것이 없다 그냥 에베레스트 꼭대기까지 한번 올라가 보는 거다. 그리 고화질도 아니었다. 그런데, 좋아하더라. 거꾸로 생각해보면, 내가 직접 에베레스트 꼭대기를 올라가 보는 체험을 하는 건데, 그것보다 확실한 스토리가 어디 있겠나. 엄청난 거지.

그러니까 원래의 체험을 간접적으로 전달할 때 그 과정에서 뭐가 자꾸 더해지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원래의 체험에 가깝게 사람들이 빈 부분을 상상력으로 채워 넣도록 하는지, 그런 부분들을 고민하는 것이 더 좋겠다, 공연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 봤다.

● 도와준다는 게 오히려 스트레스가 될 때

안정일 : 올해 정부에서 굉장히 많은 예산을 들여서 실감형 콘텐츠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예년보다 훨씬 많은 예산이 들어갔지만, 엄청나고 새로운 기술이 들어가 있어야 그 사업에 선정을 받을 수 있거나, 과제의 규모가 굉장히 크거나, 뭐 이런 식이다. 그러지 말고, 그냥 기존에 시도하지 않았지만 기존 기술을 잘 활용해서 공연예술을 새로운 온라인 콘텐츠로 만드는 것에 잘게 잘게 쪼개서 지원했다면 공연사업자와 아티스트들이 새로운 시도를 더 많이 해볼 수 있는 기본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김홍준 : 글로벌 마켓에서 성공하는 콘텐츠의 힘은 결국 스토리다. 그런데 스토리라는 것은 단순히 방구석에서 컴퓨터 붙잡고 있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다. 현장에서 부단하게 시청자 혹은 관객과 부딪히고 거기서 상호작용이 일어나고, 또 새로운 인력들이 계속 들어와야 한다. 결국 새로운 예술을 만드는 것은 새로운 사람들이다. 새로운 사람들을 어떻게 키워낼 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안정일 : 콘텐츠로 수익을 내는 것에 너무 조급해하지 않으셨으면 한다. 걸그룹 블랙핑크의 예를 보자. 블랙핑크는 뮤직비디오에 큰 공을 들였다. 유튜브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뮤직비디오로 버는 광고수익이 중요한 게 아니라 뮤직비디오 덕에 전세계에 많은 팬을 만들고 수많은 음악페스티벌에 섭외 1순위로 꼽히는 그룹이 된 게 중요한 거다. 공연작품을 온라인화해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노력하다 보면 콘텐츠 자체에서 발생하는 수익 말고도 다른 기회들이 많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당신은 무엇을 잃을까봐 두려운가

김홍준 : 팬데믹 시대에 어떤 논의를 한다는 것은 둘 중 하나로 빠질 위험이 있다. 굉장히 원론적이고 철학적인 얘기를 하다 끝나거나 코앞의 현실에 매몰되어 매우 지엽적인 걱정만 하다 끝날 가능성 둘 다 있다. 그럼에도 둘 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나름대로 업계에서 30년인데, 현재 상황의 감을 잡기가 쉽지는 않다.

다만 한가지, 인간은 의식주 만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예술을 필요로 하는 '스토리텔링 애니멀'이라는 사실이 역설적으로 코로나19 상황에서 증명되는 것 같다. 사람들이 답답해 하고 현실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당장 건강상의 위협이나 생계에 위협을 느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지금까지 사랑해 왔던 것을 더 이상 누리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 탓도 있다.

때로는 그것이 한 잔의 커피일 수도, 한 곡의 노래일 수도 있고, 공연장이나 갤러리일 수도 있고, 책방에서 맡던 책 냄새일 수도 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그것은 바로 '대면의 경험'이다. 거기에 해답이 있다. 관객을 믿고, 대중을 믿고, 그들은 어떤 형태로든 원하는 것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믿어야 한다. 그 믿음이 문화산업의 창작자들에게 버틸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

김수현 : 이로써 특집 팟캐스트 다섯 번째 이야기,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코로나19 시대, 공연 영상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답은 딱히 없는 것 같다는 것이 5회에 걸쳐 10시간에 가까운 토론을 진행하면서 받은 느낌이다. 그냥 상상력을 갖고 이것저것 다양한 시도를 해 보는 게 중요한 것 같고, 공연은 공연 영상은 영상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할 것 같다. 이 자리를 거쳐간 전문가 패널들이 답을 드릴 수는 없었지만 여러분이 답을 찾는 과정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공연산업 선진국인 영국은 이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영국의 사례는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전문가인 김준영 아이러브스테이지 대표와 별도 대담을 통해 전해드린다. 저는 다음주부터 평소처럼 아티스트들을 모셔서 공연 만드는 이야기를 나누는 평소의 <커튼콜> 팟캐스트로 찾아뵙겠다.


● 이 토론의 전문은 SBS 골라듣는 뉴스룸 팟캐스트 <커튼콜> 코너에서 오디오로 들을 수 있습니다. SBS뉴스 홈페이지 또는 네이버 오디오클립, 팟빵, 애플팟캐스트, 팟티, 구글팟캐스트 등 다양한 팟캐스트 플랫폼을 통해 제공됩니다. 유튜브와 SBS뉴스 홈페이지, 예술경영지원센터 홈페이지 등을 통해 동영상도 제공됩니다.
* 유튜브로 영상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4vUyuXKQAao&ab_channel=SBS%EB%89%B4%EC%8A%A4

● 제작지원 : 예술경영지원센터

(기획 : 허윤석 / 총괄 : 이현식 / 녹음 : 하지윤 / 촬영 및 편집 : 이홍명, 황현정 / 타이틀 그래픽 : 김신규 / 주최 및 주관 : 예술경영지원센터 ‘더 아프로(The Apro)’)

▶ [다음 토론회 보기] 영상 속 배우가 나를 터치?! 영국의 신박한 공연 영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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