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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최장 장마 · 연이은 태풍까지, 올여름이 남긴 상처…올해만?

[취재파일] 최장 장마 · 연이은 태풍까지, 올여름이 남긴 상처…올해만?

서동균 기자 windy@sbs.co.kr

작성 2020.09.10 09:59 수정 2020.09.10 10:2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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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태풍 하이선 영향으로 부산 광안리 일대에 높은 파도가 몰아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태풍 하이선이 물러나면서 한반도 날씨 표정이 오랜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역대 가장 길었던 장마에 연이은 태풍까지, 유난히 시끄러운 여름에 전국 곳곳에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남았다. 올 초까지만 해도 무더운 여름이 예상됐던 올여름은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진행됐다. 예상과는 달리 기온이 오르락내리락 했고, 긴 장마와 강한 태풍이 연달아 이어졌다. 지난 6월 전국 평균기온이 22.8℃를 기록하며 지난 1973년 이후 가장 더웠던 반면, 장마가 이어진 7월은 전국 평균기온이 22.7℃를 기록하며 오히려 6월보다 낮아졌다. 6월은 역대 가장 더웠지만, 7월은 역대 5번째로 선선했고, 6월보다도 0.1℃ 낮은 기온을 기록하며 기상관측 사상 처음으로 6월보다 기온이 낮은 7월로 기록됐다. 기온, 날씨 등 많은 기상요소들이 우리가 알던 여름과는 다르게 나타났다.

올 여름철 기온 분포 (사진=기상청 제공) ● 우리가 알던 장마 아니야

올여름 장마는 제주도에선 지난 6월 10일, 중부와 남부지방에선 지난 6월 24일 시작됐다. 제주도가 평년보다 열흘 정도 일찍 시작됐지만, 중부와 남부는 평년과 비슷한 날짜에 장마가 시작됐다. 시작에선 큰 차이가 없었지만 끝은 너무도 달랐다. 장마 종료는 제주도 7월 28일, 남부 7월 31일, 중부 8월 16일로 모두 평년보다 늦었고 중부와 제주도는 지난 1973년 이후 가장 긴 장마기간을 기록했다. 특히 중부는 종료 시점까지 기상관측 사상 가장 늦어 이번 장마가 가장 길고 가장 늦은 장마로 남았다.

장마가 길어지면서 강수량도 자연스럽게 늘었고 피해도 속출했다. 주택피해와 도로 유실 건이 3만 건이 넘었고, 이재민 8100여 명, 사망자도 37명이나 됐다. 중부는 이번 장마기간에만 851.7mm가 강수가 기록됐는데, 평년보다 2배 이상 많이 내린 것이다. 또 집중호우와 함께 연속된 강수가 이어지면서 강우일수도 34.7일로 이 역시 평년보다 2배 더 많았다.

이번 장마의 특징은 기존에 우리가 알던 장마와는 태생이 달랐다는 것이다. 보통 여름철 장마는 남쪽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덩어리(북태평양 고기압)와 북쪽의 차갑고 습한 공기덩어리(오호츠크해 기단)가 만나면서 시작된다. 성질이 다른 두 공기덩어리가 만나 경계지점에서 대기 불안정이 심화되고 남쪽의 북태평양 고기압이 수증기를 공급하며 장기간 비가 오는 것이다. 이게 우리가 알던 여름철 장마의 매커니즘이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북쪽의 차갑고 습한 오호츠크해 기단 대신 우리나라 북서쪽 대륙에 위치한 차고 건조한 공기덩어리가 영향을 주면서 장마전선을 형성했다. 대륙의 공기덩어리는 해양의 공기덩어리(오호츠크해 기단)보다 불안정하고 북쪽에서 한기가 침투하면서 남하하기 때문에 남북으로 폭이 좁은 강한 비구름이 만들어진다. 올해 장마에선 이런 특성이 그대로 나타나면서 국지성 호우가 잦아 피해를 더했다.

올 여름 장마 기압계 특성 (사진=SBS 8뉴스 中)
 
북쪽의 한기가 남하한 건 동시베리아의 기온이 무려 38℃까지 치솟으면서 키가 큰 고기압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 고기압이 북쪽의 해빙을 녹이는 역할을 했고, 북쪽에 있어야 할 찬 공기들이 남하한 것이다. 시베리아의 기온이 상승한 것은 기후변화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시베리아의 키 큰 고기압이 한기 끌어내리는 역할 (사진=SBS 8뉴스 中)
 
● 연이은 3번의 태풍

장마가 끝나자 이번엔 태풍이 찾아왔다. 한반도에 상륙했지만 비교적 조용히 지나간 태풍 장미를 제외하고, 제8호 태풍 바비부터 제10호 태풍 하이선은 연달아 한반도에 피해를 줬다. 모두 중심에서 초속 44m 이상의 바람이 부는 매우 강한 태풍까지 발달했는데, 하이선은 한때 중심 풍속이 초속 56m에 육박하면서 태풍의 강도 중 가장 높은 단계인 초강력 등급까지 발달했다. 인명피해와 재산피해가 속출했고 장마로 인한 상처는 연이은 태풍으로 인해 더욱 깊어졌다. 태풍이 장마에 이어 연달아 발생한 것은 과학적으론 큰 개연성은 없다. 태풍의 발생에는 상하층 바람 차이, 해수온도 등 많은 요건이 영향을 주는데, 올해는 유달리 장마가 끝나고 태풍이 발생하는 시점이 맞물린 것이다.

바비와 마이삭, 하이선 앞선 3개의 태풍들에는 특이점이 있는데, 태풍의 발생과 발달에 도움을 주는 주변의 바람이 없었다는 점이다. 말 그대로 뜨거운 해수면이 열적 에너지를 해소시키기 위해 주변의 도움 없이 태풍을 발생시킨 것이다. 이렇다 보니 발생 뒤에도 태풍의 이동을 돕는 바람도 없어 태풍이 자신의 힘(베타 효과)만으로 이동했다. 따뜻한 바다를 이동하면서 태풍은 점차 강해져 중심에선 강한 바람이 불었지만, 태풍의 강도를 유지시킬 수 있는 주변의 바람이 없다 보니 가장자리에선 그리 강한 세력을 유지하지 못했다. 우리로선 천만다행인 셈이다. 하지만 남은 9월과 10월은 다를 수 있다. 기압계가 변하면 주변에서 태풍의 세기를 강하게 혹은 유지시킬 수 있는 바람이 불 수 있기 때문이다. 태풍에 핵심적인 에너지를 공급하는 바닷물의 온도는 점차 낮아지겠지만, 보통 10월 초까진 태풍의 발생할 수 있는 해수역이 남아있고 주변의 바람까지 태풍의 발생과 발달을 돕는다면 언제든지 또 강력한 태풍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11호, 12호는 언제쯤?

하이선의 영향이 끝날 때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선 제11호 태풍과 12호 태풍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인터넷엔 "앞선 태풍보다 더 강력해", "한반도 관통한다" 등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태풍에 대한 기사들도 눈에 보였다. 아직 태풍의 씨앗인 열대저압부도 보이지 않는 상태이다. 즉 앞으로 열흘 정돈 태풍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낮은 상태이다.

북서태평양 지역에서 발생하는 태풍은 연 평균 25개 정도이다. 이 중 3~4개 정도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친다. 통계만 보면 우리나라엔 이미 4개의 태풍이 영향을 줘 안심해도 될 것처럼 보이지만, 통계는 통계일 뿐이다. 바로 지난해만 하더라도 7개의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올해 10개의 태풍이 발생했기 때문에 앞으로 11호와 12호를 포함해 태풍은 더 발생할 것이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 얼마나 강하게 발생할 지는 아직 아무도 알 수 없다. 또 태풍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지도 알 수 없다. 발생하지도 않은 태풍에 대해 벌써부터 피해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이 과도한 위기의식만 고조시키는 부적절한 발언인 이유이다. 기상청은 태풍의 씨앗인 열대저압부 단계부터 예보를 시작한다. 보통 수많은 열대저압부 중 24시간 안에 태풍으로 발달할 가능성이 있는 것들을 예보하는데, 올해부턴 예보기간 늘려 열대저압부가 태풍으로 발생한 이후의 경로까지 미리 예보한다. 물론 열대저압부 단계의 예보라 경로에 변동성이 크겠지만, 미리 대비하자는 차원이다. 분명한 것은 9월과 10월 태풍은 또 발생할 것이고 태풍이 발생했을 때 혹은 발생 가능성이 점쳐졌을 때, 최대한 보수적인 입장으로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7일 오전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지나간 부산 부산진구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인근 주택을 덮친 모습. (사진=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연합뉴스)
● 기후변화의 결과?

올여름, 기상현상으로 인한 피해가 유난히 많았다. 역대급 장마로 끊임없는 쏟아진 비는 도심을 물바다로 만들었고, 누적된 비가 야기한 산사태는 가옥 등 우리의 터전을 집어삼켰다. 강풍으로 1t 트럭이 넘어졌고, 해안가에선 10m 이상의 파도가 쳤다. 과거에도 홍수피해, 태풍 피해는 있었다. 또 홍수와 태풍 각각의 개별 사례로 보면 더 올해보다도 더 큰 피해가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이런 기상현상이 점차 잦아지고 있고 그 강도도 세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지구는 빙하기와 간빙기를 겪으면서 자기 스스로 온도를 조절했다. 간빙기와 빙하기엔 평균 5℃정도의 온도 차이가 났는데, 지구가 이 정도의 기온을 조절할 땐 최소 10만 년이 걸린다. 하지만 온실가스의 증가로 지구온난화가 시작됐고, 불과 지난 100년 동안 전 지구 평균기온은 0.74℃정도가 상승했다. 한반도만 국한해서 본다면 무려 1.5℃가 상승했다. 엄청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지구시스템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게 오히려 이상할 수준이다. 해수온도도 상승했다. 한반도 주변 해수온도의 경우 지난 2012년 이후로 단 한차례도 평년값보다 낮았던 적이 없다. 올해도 여전히 고온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젠 여름철 우리나라 주변의 해수면 온도도 30도를 넘나든다. 그만큼 태풍의 발생 위치가 점차 북상해 우리나라에 직접 영향을 줄 가능성도 커졌다는 뜻이다. 또 해수온도가 높아지다 보니 강력한 태풍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졌다. 국·내외의 학자들은 높은 해수온도에서 태풍이 발생한다면 과거에 경험했던 태풍보다 더 강력한 태풍이 발생할 거라고 내다봤다. 이미 과거부터 오늘날까지도 그러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james et al 2020) 또, 비단 여름철이 아니어도 겨울에 한파와 폭설 등 인간이 대처하기 힘든 이상기후가 발생할 가능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기후변화는 인간의 시간에 빗대어 보면 매우 느리게 진행된다. 당장 하루 이틀 뒤 혹은 1~2년 뒤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지구시스템이 파괴돼 오존홀이 생겨도, 빙하가 녹아도 체감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많은 학자들이 위험성을 경고했지만 피부에 와닿지 않았을 것이다. 2020년 12월 31일이면 교토의정서가 끝나고 파리협약이 시작된다. 190개국이 산업화 이전 대비 2100년쯤엔 기온 상승을 2℃보다 훨씬 낮은 1.5℃수준으로 묶어놓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목표달성에 실패해 이미 온도가 상승하고 나면 이후엔 어떤 노력을 해도 무의미할 수 있다는 것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린 올해 기후변화가 낳은 기상현상을 경험했다. 지구의 온도가 계속 상승하면 2020년 여름은 맛보기 수준이었을 수도 있다. 국가별 정책과 협약도 중요하겠지만, 이젠 개개인이 자신의 남은 미래를 위해 노력해야할 시기이기도 하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냉난방 에너지 절약 등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부분들도 많다. 올여름 한반도에 남겨진 상처를 기억해야 한다.

<참고문헌>

James P. Kossina, Kenneth R. Knappb, Timothy L. Olanderc, Christopher S. Veldenc
, Global increase in major tropical cyclone exceedance probability over the past four decades, PNAS(2020), doi.org/10.1073/pnas.1920849117

태풍위원회 보고 논문

기상청 여름 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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