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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다리 붕괴 직전, 목숨 살린 수신호…오히려 "감사하다"는 그 사람

절망에서 희망으로, 기적의 구조 시리즈 ③

다리 붕괴 직전, 슬리퍼 차림으로 달려온 주민이 필사적으로 수신호를 보내 참사를 막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반대편에서 다리를 건너오고 있는 차량에 ‘건너지 말라’고 다급히 수신호를 한 건데, 차량이 후진한 뒤 불과 22초 만에 다리가 뚝 끊어지며 붕괴한 겁니다. 통행이 많은 다리가 무너졌지만, 한 주민의 기지 덕에 인명 피해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 기적의 사연 속 주인공을 만났습니다.   
 
지난 3일 태풍으로 사나워진 하천이 교량 위로 넘실거리는 이른 아침,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에 사는 박광진 씨는 창문 너머 '휜 가드레일'을 보고 대형 사고를 직감했습니다. 
 
박 씨는 "집에서 쇼파에 앉아서 보니까 가드레일이 살짝 휘어진 거 같아서 조금 이상했다"며 "도로 상판이 조금 침하가 되는 거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곧바로 이장에게 전화를 걸어 "빨리 면사무소에 연락해서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한 뒤, '슬리퍼'만 신고 현장으로 달려나왔습니다.
 
이어 박 씨는 곧 다리 반대편에서 오는 차량 발견 후 다급한 손짓을 하고 목 놓아 외쳤습니다. 그는 "오지 말라고 그랬다. 손으로 X 표시를 하고, 후진하라고 손짓을 막 했다"며 "뒤쪽에도 차가 10대 정도 와서 오면 안 된다고 우회시켰다"고 말했습니다. 
 
박 씨의 수신호 덕에 당시 참사를 피한 운전자 최종열 씨는 "누군가 수신호도 하고 뭐라고 막 하는데, 왜 그러는지는 처음에도 몰랐다"며 "천천히 다리를 건너가고 있는데 중간 정도 가니까 그 사람이 오지 말라고 하는 거 같아 얼른 멈추고 후진으로 다리를 빠져나왔다"고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전했습니다. 
 
최 씨가 수신호를 보고 후진한지 불과 22초 뒤, 다리는 곧 붕괴하며 강물에 처박혔습니다. 그는 당시 "다리를 거의 다 나왔을 쯤에 굉음이 들려 깜짝 놀라서 앞을 봤다. 상판이 주저앉는 건 안 보이는데 난간이 갑자기 없어져버렸다"며 "놀랄 정도가 아니고, 다리가 후들거리고 심장이 벌렁거렸다. 내려와서 집에 와서도 한참 진정시키느라 애를 먹었다"며 당시 위험천만했던 상황을 생생히 전했습니다. 박 씨도 "얼마 안 돼서 그냥 다리가 무너졌다"며 "무너질 때는 소리가 '와장창'하고 정말 컸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다리가 붕괴된 뒤에도,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면사무소 직원들과 양쪽에 '안전띠'를 묶어 통제 조치를 했습니다. 
 
그에게 그렇게 나선 이유를 묻자 곧바로 간단한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박 씨는 "사고 날 거 같으니까, '무조건 좀 막아야 되겠다' 이런 생각이었다.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었다"라고 밝혔습니다.
 
'의인'이라는 수식어에는 "당연한 걸 한 건데, 그렇게까지 생각은 안 한다"며 "조그마한 사고를 막은 걸로 그런다고 하니까 참 그냥 감사할 뿐이다"라며 오히려 감사를 표시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말한 '당연한 행동'은 누군가의 '생명'을 구했습니다.
 
최 씨는 "그 행동이 저한테는 쉽게 말해서 목숨을 살린 거나 진배없다"며 "그 다음날 제가 그분 전화번호 수소문해서 전화를 드려서 감사 인사는 드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제2의 인생을 살아간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는데 감사하다는 말씀 반드시 드리고, 좋은 관계로 앞으로 또 만났으면 좋겠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이뤄진 기적의 두 주인공들의 '재회', 이번엔 가까이서 두 손을 맞잡았습니다. 
 
최 씨는 박 씨에게 "사장님 아니면 저 진짜 큰 사고가 있었다. 정식으로 감사드린다"며 "제가 소주 한 잔 사겠다"며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강한 비바람 속 많은 차량과 사람이 오가는 다리가 붕괴됐지만, 한 주민의 세심한 눈길과, 빠른 대처 덕에 인명 피해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구성 : 조을선 기자, 편집 : 박승연, 촬영 : 송영훈·원종찬, 도움 : 한소희 기자, 화면제공 : 평창군·최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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