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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코로나 3차 파도 넘어선 홍콩, 대규모 검사 효과는?

'2인 넘는 모임 금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덕분?

[취재파일] 코로나 3차 파도 넘어선 홍콩, 대규모 검사 효과는?
홍콩은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코로나 방역 모범 사례 가운데 하나로 꼽혀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7월부터 신규 확진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현지 언론에선 '코로나 3차 파도'라는 표현이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이른바 1차, 2차 코로나 파도는 비교적 잘 막아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3차 파도는 1, 2차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확진자가 나오면서 방역 시스템의 한계가 언급되는 상황이 오기까지 했습니다.

정영태 취재파일
*사진=홍콩 정부 사이트 / 확진자를 수용할 병실이 한계에 부닥치자, 부랴부랴 아시아엑스포 전시관에 500 병상 규모의 격리시설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3차 파도 시기에는 열흘 넘게 하루 100명이 넘는 확진자가 계속 발생했습니다. 그동안 방역을 잘 해오다가 인구 750만 명 정도의 홍콩에서 하루 100명이 넘는 숫자가 나오자 당국은 '심각' 단계를 선언했습니다. 조금 무리는 있지만 단순 비교하자면, 인구 5천만 명인 대한민국에서 하루 확진자가 660명씩 열흘 넘게 계속 나온 것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게다가 홍콩은 인구 밀도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고 과거 사스로 큰 인명 피해를 입은 적도 있어서 급속한 전염병 확산에 대한 공포심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홍콩의 인구 밀도는 제곱킬로미터당 6천500여 명. 대한민국은 제곱킬로미터당 500여 명 수준입니다)

다행히 9월 들어서면서 확진자 숫자는 크게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두 달 동안 홍콩이 3차 파도를 극복해가는 과정을 보면, '방역의 구멍을 찾는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들이 참고할 부분도 많아 보입니다. 한편으로는 과연 효과가 있을지 의심스러우면서도 나중에 나타날 결과가 정말 궁금한 정책도 있습니다. 먼저 3차 파도가 오기 전까지 상황을 보면 아래 그래프에서 보는 것처럼 올 초 첫 확진자가 나왔을 때, 대규모 다중이용시설의 문을 열지 못하게 하는 등 신속한 조치로 환자 수는 소규모에 그쳤습니다.

홍콩 확진자 추이
*사진=홍콩 정부 사이트

3월부터 4월까지 다시 해외 유입 확진자가 늘었지만, 이때 역시 강도 높은 입국 제한조치를 시행하면서 급속한 확진자 증가는 막아낼 수 있었습니다. 위 그래프에서 보는 것처럼 3, 4월 당시 파란색의 유입 확진자가 많았지만 붉은색의 지역 감염자는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이때 당시 홍콩 당국은 일종의 전자팔찌(물론 공식적인 이름은 손목 밴드입니다)를 입국자들에게 채우기 시작하면서 다른 나라들에는 상당히 충격적인 뉴스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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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적으로 거주민이 아닌 사람의 입국은 막았고, 입국이 허용된 사람이라 하더라도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실시해 음성이 나와야 공항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음성 결과를 받고 호텔이나 집으로 간다고 해도 14일간의 격리기간을 의무적으로 거치도록 했는데, 전자팔찌(손목밴드)는 바로 이 격리기간 동안 휴대전화 어플리케이션과 연동해 위치를 파악하는 용도로 쓰입니다. 이같은 조치는 세부적인 시행방식이 처음 형태에서 조금씩 바뀌었을 뿐 지금까지도 계속 적용되고 있습니다.

전자팔찌를 포함한 강력한 입국 제한조치와 더불어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도 시행됐는데 공무원들이 대부분 재택근무에 들어가는 한편 이미 3월에 식당 인원을 좌석의 50% 이내로 제한하고, 한번에 4명까지만 앉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손소독제 비치와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 됐고, 무엇보다도 피트니스, 목욕탕, 영화관, 놀이공원 같은 다중이용시설의 문을 아예 닫아버리는 조치까지 취하게 됩니다.

정영태 취재파일
*사진=홍콩 정부 사이트

2차 파도를 성공적으로 막아냈다는 당국의 자체 평가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으로 엄청난 피해가 분명한 조치였기 때문에 논란도 컸습니다. 그래서 6월 들어 지역 감염 사례가 거의 나오지 않게 되자 위와 같은 고강도 조치는 크게 완화됩니다. 각급 학교도 등교수업을 실시했고 6월 중순에는 50명이 넘는 대규모 모임만을 제한하는 정도의 방역조치만이 남게 됩니다. 홍콩의 대표적인 놀이공원인 디즈니랜드와 오션파크도 이때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문제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7월 들면서 확진자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3차 유행이 시작됐다는 겁니다. 위 그래프에서 보는 것처럼 붉은색의 지역 감염자가 대폭 늘었기 때문에 심각성이 더했습니다. 시간이 가면서 차차 밝혀진 사실이지만, <코로나 검사와 14일 격리>를 면제해줬던 항공 승무원과 외항 선원들 사이에서 확진자가 나왔고,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결국 홍콩 당국은 지금까지보다도 훨씬 강화된 방역조치를 내놓게 됩니다. 공무원들은 다시 재택근무에 들어가고, 식당 안에서의 식사가 아예 금지되고, 음식 포장만이 허용됐습니다. 또 2명이 넘는 모임 자체를 금지하게 됩니다. 모든 공공장소는 실내와 실외를 가리지 않고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습니다. 거의 모든 체육시설은 문을 닫았습니다. 중국 우한처럼 도시 자체를 아예 봉쇄하거나 이동 자체를 금지하는 이른바 '락다운' 조치까지도 비공식적으로 언급되기는 했지만 거기까진 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조치만으로도 '세미 락다운'급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정영태 취재파일
*사진=홍콩 정부 사이트

식당 안에서 식사를 할 수 없다보니, 평일 점심 시간에는 직장인들이 식당에서 포장한 음식을 들고 나와 거리나 공원에서 밥을 먹어야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예 문을 닫는 식당이 속출했고, 다른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피해도 정말 심각했습니다. 9월로 예정돼 있던 입법회 의원 선거(우리의 총선에 해당)까지도 연기됐습니다.

9월 들어 하루 확진자 숫자가 한 자리 숫자로 줄어들면서 초고강도 거리두기 지침은 조금씩 완화되고 있습니다. 식당은 다시 실내 영업을 재개했고, 일부 체육시설은 문을 열었으며, 교육당국은 9월 23일을 기해 반나절씩 등교수업을 실시한다는 방침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두 달 동안 힘겨웠던 3차 유행의 파도를 극복하고 이제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정영태
*사진=홍콩 정부 사이트 / 거주민 대상 대규모 무료 코로나 검사, 普及檢測 (Universal Community Testing Programme). "자기 자신과 타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문구가 같이 보인다.

하지만 3차 파도를 넘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막바지에 다시 매우 논쟁적인 정책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UCTP라 부르는 거주민 대상 대규모 무료 코로나 검사입니다. 개념은 '홍콩 성인 거주자는 누구라도,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가까운 검사소에서 코로나 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도록 적극 독려'한다는 겁니다. 당초 9월 1일부터 7일까지 실시할 예정이었는데 4일 더 연장해 11일까지로 늘어났습니다.

정영태
*사진=홍콩 정부 사이트

9월 5일 밤까지 집계된 누적 검사 신청자는 100만 명이 넘었습니다. 750만 명 중에 100만 명이니 전체 거주자의 1/7이 조금 안되는 숫자입니다. 홍콩 정부가 밝힌 목적은 '겨울을 앞두고 무증상 감염자를 찾아내는 것'에 있습니다. 홍콩 전역에 141개의 검체 채취 장소를 지정하고 방역인력을 포함한 지원 인원 1만여 명을 배치했는데, 주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앞서 이 정책을 논쟁적이라고 부른 것은 몇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먼저 일부 시민단체와 야권에서는, 주민들의 DNA 정보가 중국 정부로 넘어갈 가능성을 제기했고, 많은 주민들이 검사를 위해 모여들고 줄을 서는 과정에서 감염이 확산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3차 유행 파도가 거세던 시기, 중국 본토에서 먼저 '홍콩 전체 주민 대상 코로나 검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이후에 홍콩 정부가 이 정책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는 점에서 중국 중앙정부의 지시가 있지 않았나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물론 DNA 정보 축적설을 비롯한 각종 의심에 대해 홍콩 당국은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논쟁점은 이 대규모 검사의 효과 측면입니다. 이번 검사 실시 이전부터, '고위험군만을 타겟으로 하는 검사가 더 효율적일 것'이라는 지적이 일부 나오긴 했습니다. 토요일 저녁 기준으로 43만 건 정도의 검사가 실시 됐는데 이 가운데 양성 반응이 나온 것은 모두 10건이었습니다.

현지에서도 '겨우 10건밖에 안 된다', '10건이나 나왔다'는 식으로 평가가 엇갈리고 있듯이 이 정도 결과를 놓고 정책의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아직 판단하기에는 일러 보이긴 합니다. 하지만 100만 명이라는 신청자 숫자가, 홍콩 정부 당국이 애초에 기대했던 규모에 아직 미치지 못하는 것 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공식적인 예상 수치를 밝힌 적은 없지만, 적어도 200만 명 이상이 검사를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전문가들 언급도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9월 23일 등교수업을 앞두고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까지도 적극적으로 코로나 검사에 응해야한다는 정부 당국자들의 발언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과연 겨울을 앞두고 무증상 감염자를 찾아내 코로나 재확산을 미리 예방하는 선제적 조치로 남을 수 있을지, 결과는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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