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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30대, 그들은 왜 영혼까지 끌어모아야 했을까?

[취재파일] 30대, 그들은 왜 영혼까지 끌어모아야 했을까?

한세현 기자 vetman@sbs.co.kr

작성 2020.09.06 14:29 수정 2020.09.06 15:3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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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제너럴일렉트릭사의 연구원 닉 홀로니악은 LED(발광다이오드)를 개발했습니다. 전류 방향이 일정 전극 방향과 일치하면 불빛이 나는 기술로, 전력을 절감하면서도 선명한 색을 만드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후 이 장점은 신호등에 적용됐습니다. 기존 신호등보다 전력은 90%까지 적게 들면서도 색은 더 선명한 LED 신호등을 개발한 것입니다. 이후 미국 각 주는 이 LED 신호등을 앞다퉈 도입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 예상하지 못한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겨울이 되면서 고장과 오작동이 속출한 것입니다. 기존 신호등은 전력 소모는 큰 대신 그만큼 뜨거웠기에 추운 날씨에도 얼지 않았는데, 발열이 적은 LED 신호등은 낮은 기온을 견디지 못했던 것입니다. 쌓인 눈이 녹지 않으며 신호등이 부러지는 사례도 속출했습니다. 긍정적인 효과에만 매몰해 부작용을 간과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LED 신호등은 선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폭설에 문제를 일으킨 미네소타주 LED신호등" (EQUIPMENT WORLD'S 2017.12.8)
● "영끌하는 30대, 안타깝다"

국토교통부를 출입하는 기자로서 22번이나 계속된 부동산 대책을 보며, 저는 겨울철 고장 난 이 LED 신호등이 떠올랐습니다. 대책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만 바라보다가 정작 그 뒤에 숨은 한계와 부작용은 놓쳐버렸던 것은 아닌지 곱씹어보게 됩니다.

그 한계와 부작용 가운데, 최근 이른바 '영끌'하는 30대가 논란이 됐습니다.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에 나와 "법인 등이 내놓은 것을 30대가 영끌해서 샀다는 데 대해 안타까움을 느낀다"라고 말하며 논란은 증폭됐습니다. 김 장관은 신도시 등 공급 물량을 기다렸다가 합리적 가격에 분양받는 게 좋겠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고 설명했지만, 당사자인 30대들은 "대체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됐는데?", "현실을 몰라도 너무도 모른다"라며 분노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사회에 나온 지 얼마 안 되는 30대들이, 왜 영혼까지 끌어모아 부동산 매매에 뛰어들게 됐을까요?


김현미 국토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 "쉽게 떨어지지도 않을 것"

30대, 그들은 불안해했습니다. 또 두려워했습니다. 목소리는 화(火)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자산도, 경험도, 연륜도 부족한 그들은 초조해했습니다. 연일 최고가를 갱신하는 집값. 62주 연속 오른 서울 전셋값. 어렵게 취업 전쟁을 뚫고 나와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기도 벅찬 30대에게 치솟는 집값은 공포였습니다. 공황상태에서 일단 사고 본다는 뜻의 '패닉 바잉'이라는 단어가 그들의 불안하고 초조한 심리를 대변했습니다.

대체 집값이 얼마나 올랐기에 30대는 이른바 '패닉 바잉'에 나서는 것일까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지난 3년 새 6억 600만 원에서 9억 2천만 원으로 3억 1천400만 원이나 뛰었습니다. 52%라는 놀라운 상승률입니다. 세계 금융위기 등 여러 외부 변수 등도 고려하더라도, -3%를 기록한 이명박, +29%를 기록한 박근혜 정부 때와 비교하면, 집값 오르긴 분명히 많이 올랐습니다. (※ 이에 대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에서 한국감정원 통계를 근거로 "11% 정도 올랐다"라고 반박했습니다.)

가파르게 올라가는 집값을 보며 정부를 믿었던 이들은 좌절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집값을 분명히 잡아준다고 했고 저는 그것만 믿고 기다렸다. 지지하고 믿고 기다린 대가가 이것인가? 3년 새 왜 2배나 올라버렸느냐?"라는 글도 올라왔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30대들은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정부 말대로, 집값이 더 안 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올라도 너무 올랐다. 그리고 쉽게 떨어지지도 않을 것이다." 집값 안정화에 대한 깊은 불신이 팽배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합리적인 경제인으로서 30대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은 바로 '영끌'이었습니다.

● 끊어진 대출 사다리

집값 안정화에 대한 불신이 '불'이라면, 끊어진 대출 사다리는 '기름'이었습니다. 불신이란 불에 끊어진 대출 규제라는 기름이 부어지며, '영끌'이란 화염은 더 활활 타올랐습니다. 집값이 안정적이던 시기, 집값의 7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었던 그때, 은행에서 돈을 빌리면 집을 살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당시 30대는, 역설적으로 집을 급하게 살 필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강력해진 대출 규제, 그것이 가진 정책적 긍정적인 효과를 인정하더라도, 그것과 별개로 30대는 현실적으로 더 불안해했습니다. 마치 겨울에 오작동을 일으킨 LED 신호등처럼, 30대들의 이 같은 불안감은 아마 정부의 예측에는 포함돼 있지 않았을 것입니다.

조정대상지역에서 집을 담보로 빌릴 수 있는 대출은 9억 이하는 절반, 9억 초과는 30%로 제한됐고, 15억 초과 주택은 아예 불가능해졌습니다. 서울의 중간 수준 아파트가 10억 원에 육박하는 현실에서, 은행에서 빌릴 수 있는 돈은 4억 원이 최대가 됐습니다. 적어도 가진 돈이 6억 원은 돼야, 서울에서 중간 수준의 내 집을 마련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 보니, 대출이 더 줄어들기 전에, 지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어디든 일단 집을 사고 보자는 심리는 더 커졌습니다. 이른바 '키 맞추기', 9억 이하 아파트 값이 대출 규제 선에 맞춰 오르는 현상은 이런 불안감을 대변합니다.

여기에 신용대출까지 막힐 수 있다는 '불안감'은 부동산 매매를 더 부추겼습니다. 신용대출은 맞벌이 부부가 기댈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기도 합니다. 신용대출이 막히면 자금을 융통할 길은 사실상 없어집니다. "그래, 평생 무주택자로 살아도 행복할 수 있어!"라고 호기롭게 외쳐도 봤지만, 62주 연속 오르는 전셋값 앞에 이 자신감은 순식간에 삭제됐습니다.

이른바 '금수저'가 아닌 평범한 30대라면, '앞으로 주택 마련 자금을 어떻게 준비하고 융통할까?'라는 불안감을 좀처럼 떨쳐내기 어렵습니다. 영혼을 끌어모아 내 집 마련에 나선 30대를 비난하고 꾸짖기에는 그들이 마주한 현실의 벽은 너무나도 높고 또 견고합니다.


신혼부부 혜택, 분양
● '언감생심' 청약시장

청약시장으로 눈을 돌려봐도, 30대에게 허락된 자리는 비좁기만 합니다. 최근 서울 아파트 당첨 안정권 점수는 '70점대'입니다. 30대에게는 비현실적인 점수입니다. 30대 중 최고령인 39세가 4인 가구를 가졌다고 가정할 때, 받을 수 있는 최대 청약 점수는 57점입니다. 이쯤 되면 30대는 헛웃음만 짓게 됩니다. 당첨됐을 때 감당해야 할 수억 원에 달하는 분양 대금, 그것은 물론 별개 문제입니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주택 공급방안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월부터 지난달 20일까지 서울에서 공급된 민영주택 당첨자를 분석한 결과, 30대 비율은 21%로 지난해 35.8%보다 크게 낮아졌습니다. 청약 경쟁률과 당첨 점수가 치솟으며 30대들이 밀려난 것입니다. 신혼부부 특별공급 당첨자를 포함한 숫자라서 일반공급으로 분양받은 30대만 놓고 보면 이보다도 더 줄어듭니다.

게다가, 공공분양은 소득을 기준으로 제한하기에, 이른바 '흙수저'라도 하더라도 맞벌이 30대 부부는 자격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앞서 청와대 게시판에 청원을 올린 한 30대도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맞벌이를 하고 살아가는데, 맞벌이할 경우 신혼부부 특별공급 소득 제한에 걸려서 넣을 수가 없다. 왜 열심히 살겠다는 사람들을 소득 기준으로 청약도 못 하게 막는 거냐?"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정부가 야심 차게 내놓은 3기 신도시를 생각해봐도, 현실적인 장벽은 여전합니다. 서울 도심으로 출근해야 하는 경우, 출퇴근 시간을 길게는 3시간까지 감내해야 하는 것입니다. '직장까지 왕복 3시간,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30대 무주택자의 고민은 또 깊어집니다.

● 앞선 세대들이 전하는 교훈(?)

앞선 세대 자산가들이 보이는 행태도 내 집 마련에 대한 욕심을 더 부추깁니다. 그들은 마치 '집값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확신하는 듯 행동하기 때문입니다. 어느 '금수저' 20대는 서울 강남구의 시가 20억 원 아파트를 전세가 10억 5천만 원을 끼고 부담부증여(부채를 끼고 증여) 받았습니다. 김홍걸 민주당 의원의 아들 얘기입니다. (※ 이에 대해 김 의원 측은 아들의 건강이 좋지 않은 데다, 증여세로 6억 원 이상 냈으며, 전세금은 시세대로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만약 정부 설명처럼 정말 집값이 내려갈 것으로 봤다면, 일단 집을 판 뒤 집값이 떨어졌을 때 새로 사서, 전세를 끼고 증여하는 것이 일반적인 판단이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30대들은 유력 여당 의원마저 집값이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도 지난 4월 총선에서 당선된 직후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매입했습니다. 당장 현 정부에서 강력하게 비판해왔던 전형적 '갭 투자'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에 대해 이 대표 측은 "살고 있는 아파트 전세 기간이 끝나면 이사해 살 목적으로 새 아파트를 구입한 것"이라며 갭 투자라 볼 수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경우야 사정이야 어찌 됐든, 부동산 정책을 결정하고 끌어가는 여당 의원들의 이 같은 선택은 30대들에게 집을 사지 말라고 조언할 명분마저 사라지게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추미애 법무부 장관 말처럼 젊은 층을 투기 세력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요? 김현미 장관이 안타깝다고 말한 그 30대들은 그래서 지금 이 순간에도 '영끌'을 계획할 수밖에 없습니다.


불법행위 대응반, 부동산거래분석원으로 확대 개편
● 무책임한 낙관론

그럼에도 여당 인사들은 낙관론을 설파합니다. "그렇게 해도 안 떨어져요, 집값"이라고 말했던 그 여당 의원은 "집값이 안정화될 것이다. 내 집을 마련하는 데에 조금 더 좋은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낙관을 피력하는 것이, 뭐 그렇게 잘못된 것이냐?"라고 반문합니다.

30대들은 다시 힘줘 묻습니다. "지난 3년과 같이 앞으로도 집값이 계속 오른다면, 신용대출마저 끊겨 도저히 집을 살 수 없게 된다면, 그래서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하게 된다면, 그렇다면 당신이 책임지겠느냐?", "앞서 부동산 대책을 22번이나 내놓고도, 무슨 근거 없는 자신감과 염치로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고 장담하느냐?" 30대는 알고 있습니다. 그 누구도, 그 어떤 것도 책임져 줄 수 없다는 것을. 그래서 다시 '영끌'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을요.

● "남의 허물은 보면서 자기의 허물은 살피지 않는 것은 소인"

지난해 7월 17일 뉴욕타임스에는 자율주행차의 미래를 조망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신문은 "우리는 자율주행차의 도래를 과대평가했다"라는 포드 경영자 짐 해킷의 말을 인용해, 사람의 개입이 전혀 없는 완전 자율주행차의 도입은 예상보다 한참 더 늦춰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운전자나 보행자들이 매 순간 어떤 결정을 내리고, 어떻게 판단해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하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높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완전 자율주행차는 아직 먼 미래" (뉴욕타임스 2019.7.17)

사실상 전 재산에 가까운 부동산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정도 규모의 경제활동은 운전하고 길을 걷는 것과는 궤를 달리하는 고차원적인 지적 활동입니다. 당연히 예측이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부동산 정책을 다루는 행정가들은 더 겸손할 필요가 있습니다. 새로운 정책이 시장에 끼칠 작용과 그에 따른 반작용은 무엇인지, 예상되는 부작용은 어떤 것이 있는지, 그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떤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지, 더 낮은 자세로 듣고 세밀하게 공부해야 합니다.

앞서 조선 중기 문인 신흠은 군자와 소인에 대해 이렇게 일갈했습니다. "자기의 허물은 살피고, 남의 허물을 보지 않는 것은 군자다. 남의 허물은 보면서 자기의 허물은 살피지 않는 것은 소인이다. 자기의 잘못은 용서하고 남의 허물을 살피며, 자기의 허물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남의 허물은 들춰내니, 이야말로 허물 중에 큰 허물이다.<검신편(檢身篇)>" 부동산 정책을 이끌어가는 행정가·정치인들은 군자일까요 아니면 소인일까요? 국민이 준엄한 눈빛으로 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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