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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또 개 물림 사고, 우리가 생각해볼 '3가지'

이학범 | 수의사. 수의학 전문 신문 『데일리벳』 창간

SBS 뉴스

작성 2020.07.31 11:00 수정 2020.07.31 15:1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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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트와일러'가 어제 하루 종일 검색어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였다. 로트와일러 품종 반려견이 소형견을 물어 죽인 CCTV 영상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로트와일러는 '투견'으로 많이 키울 정도로 다른 개를 공격할 때 맹렬하고 집념 어린 모습을 보인다. 이 때문에 동물보호법상으로도 '외출 시 반드시 입마개를 해야 하는' 맹견으로 분류된다.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왔는데, 청원자는 "해당 주인이 로트와일러에게 입마개를 하지 않은 채 산책시키면서 배 째라는 식으로 행동했고, 다른 개를 물어 죽인 것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청원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 주인은 반려견을 키울 자격이 없어 보인다.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처벌받아야 하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소형견이 순식간에 물려 죽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고, 영상까지 공개되어 그런지 수많은 네티즌이 개를 당장 죽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주인까지 같이 안락사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글도 보이는데, 개물림 사고(사람이 물렸든, 다른 개가 물렸든)가 이슈화될 때마다 반복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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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트와일러 개물림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개물림 사고 건수는 생각보다 매우 많다.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1년 동안 개한테 물려 구급 이송되는 사람이 무려 2,368명이나 된다(2018년 기준). 우리나라에서만 매일 6~7명이 개에 물려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간다는 뜻이다. 심지어 이 중 436명은 9세 이하 어린아이였다. 개물림 사고를 당했지만 신고하지 않는 경우나, 사람이 아니라 다른 반려견을 문 사건까지 고려하면 실제 개물림 사고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동물보호복지에 대한 관심과 인식은 점점 높아지는데, 왜 '개물림 사고'는 끊이지 않는 것일까? 개물림사고 예방과 반려인·비반려인의 공존을 위해 몇 가지 내용을 같이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1. "우리 개는 맹견이 아닌데요?"

먼저 맹견의 종류와 관리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청와대 국민청원 청원자는 맹견 키우는 사람은 무조건 라이센스를 발급하고, 맹견 산책 시 입마개를 하지 않으면 1,000만 원 이상의 과태료를 내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맹견 보호자 자격을 강화하고, 맹견의 펫티켓 위반 처벌 수준도 높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 맹견에 대한 관리 기준과 맹견 보호자의 준수 사항은 점차 강화되는 추세이다. 개물림 사고가 끊이지 않자 동물보호법이 지난해 개정됐다. 맹견이 주인 없이 혼자 사육 장소를 벗어나 돌아다니면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맹견과 동반 외출시 입마개를 하지 않으면 300만 원 이하 과태료(1차 위반 100만 원, 2차 위반 200만 원, 3차 이상 위반 300만 원) 처분을 받는 내용이다. 또 맹견 보호자는 1년에 3시간씩 정부가 진행하는 의무 교육을 수료해야 하고, 맹견이 다른 사람의 신체에 피해를 주면 '주인 동의 없이' 지자체에 의해 격리조치 될 수 있다. 게다가 목줄과 입마개를 해도 어린이집·유치원·초등학교·특수학교에는 출입할 수 없다.

여기에 맹견의 펫보험 가입 의무화(2021년) 및 맹견의 수입 제한, 공동주택 사육 허가제(2022년)도 추진된다. 펫보험 가입 의무화란 개물림 사고로 생긴 타인의 생명, 신체, 재산상의 손해를 배상하는 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 해야한다는 뜻이다. 일부에선 "극히 일부 맹견 보호자가 잘못하는 건데, 마치 전체 맹견 보호자를 범죄자 취급한다"는 불만까지 나온다.

이처럼 맹견관리 규정이 강화되고 있지만 고민해야 할 점도 분명하다. '맹견의 종류'에 대한 부분이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맹견의 종류는 1. 도사견 2.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3.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4.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5. 로트와일러까지 5종류인데, 과연 이 품종만 사람과 개를 무느냐는 문제가 뒤따른다. 몇 년 전 크게 이슈화된 유명 연예인 개물림 사고를 낸 반려견은 프렌치불독 품종이었고, 작년에 아파트 복도에서 어린 여자아이를 물었던 개는 폭스테리어였다.

이런 가정을 해보자. 사람이나 다른 개를 여러 차례 문 적이 있는 프렌치불독(A)과 사람이나 다른 개를 단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는 핏불테리어(B)가 있다. 프렌치불독(A)은 입마개를 안 해도 되고 유치원에도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핏불테리어(B)는 입마개도 해야 하고 유치원도 못 들어간다. 법 규정이 그렇다.

누군가 프렌치불독(A) 보호자에게 "A는 여러 차례 사람을 물었잖아요. 산책할 때 입마개를 좀 채워주세요"라고 얘기해도 "우리 개는 맹견이 아닌데요?"라는 답이 돌아올 수 있다는 의미이다. 품종을 기준으로 한 맹견 지정이 갖는 한계점이다. 현실적으로 품종 기준 맹견 지정이 효율적일 순 있겠으나 해당 개체의 과거 사례와 기질을 고려해 '개체별 관리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프렌츠불독(A)은 맹견 품종은 아니지만, 맹견에 준하는 관리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2. 누가 개체의 공격성을 평가할 것인가?

정부도 개체별 관리의 필요성을 알고 있는 듯 하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을 보면, <개물림 사고를 일으켰거나, 다른 사람 등을 위협한 개를 '위험한 개'로 분류하고 위험한 개의 기질(공격성)을 평가하여 그 결과에 따라 행동교정, 안락사 명령 등 의무를 부과하는 체계를 2022년까지 마련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런데 여기에도 고민할 점이 있다. '누가 어떤 기준을 가지고 이를 평가할 것인가'하는 점이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개체의 공격성을 제대로 평가할 전문가팀'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국가 공인 훈련사 자격이 없고, 수의사 중에서도 미국수의행동의학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사람도 없다. 한국 수의사 중 유일하게 미국 UC데이비스 수의과대학에서 '미국수의행동의학전문의' 과정을 마친 김선아 수의사에 따르면, UC데이비스 동물행동의학클리닉에서는 '개의 공격성을 평가하고 안락사 여부를 결정할 때' 아래와 같은 다양한 내용을 검토한다고 한다.

우선 보호자가 집에서 약 12장 정도의 설문지를 작성해야 한다. '개'에 대한 것 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까지 이해하기 위해, 일상생활 영상을 첨부하도록 추천된다. 다니던 동물병원으로부터 동물에 관한 모든 의료기록도 받는다. 진료할 때도 개가 병원에 도착한 순간부터 모든 행동을 관찰하고 분석한다. 상담 진료는 보통 1시간 이상 걸린다. 기본적인 신체검사 역시 이어지는데, 육체적 건강 때문에 공격성을 보이는지 판단하는 것이다(의료기록도 같이 검토).

이렇게 입양부터 내원까지 충분한 정보를 얻은 뒤 해당 정보를 바탕으로 진단과 예후평가가 진행된다. 주로 고려하는 위험요소는 교상의 이력(언제, 어디에서, 어떤 상황에서, 누구를, 어떻게 물었는지), 교상의 유형(물린 부위와 상처의 깊이), 과거의 훈련 경험, 사회화 여부, 품종, 유전(부모견과 동배견 행동 분석), 보호자의 의지와 환경 등이다. 똑같은 품종의 똑같은 특징을 가진 개여도 사는 환경이나 보호자의 상황이 다르면, 선택지가 달라진다. 선택지는 보통 4가지이다.

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② 치료를 한다(예방적 관리, 행동치료, 약물치료 등).
③ 양육 포기
④ 안락사


예후평가에 따라 사람들에게 위험하고 동물복지에도 좋지 않은 경우라면 안락사가 고려되는데, 안락사는 비가역적인 선택이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결정한다고 한다. 동물행동의학 전문의(수의사) 2~3명과 훈련사가 함께 논의한 이후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처럼 전문적인 과정을 거쳐 신중하며 조심스럽게 안락사를 권장해야, 주인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과정 없이 "당장 개를 죽여"라고 말하면, 주인으로서는 반발감만 커질 수 밖에 없다.

2022년까지 위험한 개의 평가·의무부과 체계를 마련할 때 가장 중요한 사안은 제대로 된 전문가가 정확한 평가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UC데이비스 같은 시스템은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3. "그 품종 왜 키우세요?"

마지막으로 같이 고민해봤으면 하는 부분은 '입양'에 대한 것이다. 요즘 산책하러 나가 보면, 과거에 보기 드물었던 품종들이 종종 보인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와~ 이 개는 품종이 뭐예요"라고 관심을 보이고 사진을 찍기도 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과연 저 품종을 제대로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 때가 있다. 해당 품종에 맞는 적절한 교육과 운동을 해주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대부분의 보호자는 관련 품종에 대해 충분히 공부를 하고 자신의 환경과 상황을 고려해 개를 입양했을 것이다. 그러나 간혹 '반려동물 입양 전 고려사항'을 무시한 채, 겉모습이나 '인기'에만 혹 해 반려견을 입양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흔히 말하는 품종에 대한 '로망' 때문에 반려견을 입양하는 것이다. 일종의 과시욕이라고나 할까.

이처럼 로망 때문에 개를 입양하는 무책임한 사람들이 남아있는 한, 아무리 맹견 규제를 강화하고 위험한 개 평가 체계를 마련해도 '말짱 도루묵'이나 다름없다. 펫티켓 미준수·개물림 사고는 이어질 것이고, 반려인과 비반려인의 행복한 공존 역시 불가능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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