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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개성 월북자 코로나 의심된다더니…北 "감염자 없다"

안정식 북한전문기자 cs7922@sbs.co.kr

작성 2020.07.30 11:48 수정 2020.07.30 15:1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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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으로 월북한 탈북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된다며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전환시켰던 북한이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오늘(30일) 자 노동신문에서 전 국가적인 비상방역조치를 강조하면서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단 한 명의 신형코로나비루스 감염자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여"라는 문구로, 북한 내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없음을 확인했습니다. 개성 월북자와 관련해 북한이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소집한 날이 지난 25일이니, 그 이후 검사 과정을 통해 월북자가 음성으로 확인된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보건당국도 월북자가 코로나19 의심환자나 접촉자로 등록 관리된 적이 없고, 월북자와 접촉한 2명도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한 결과 음성으로 판정됐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코로나19 대응 차원 비상확대회의 긴급 소집한 북한 김정은 (사진=조선중앙TV 화면 캡처, 연합뉴스)
● 북, 코로나19 확인도 안 됐는데 비상확대회의 개최

그렇다면, 코로나19로 확인되지도 않은 내용을 가지고 북한은 왜 김정은 위원장까지 직접 나서 비상확대회의를 소집할 정도로 부산을 떨었을까.

일단, 북한이 실제로 개성 월북자를 코로나19 환자로 의심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월북자 김 모 씨는 강화도 지역에서 헤엄을 쳐서 북한으로 건너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1~2시간가량 헤엄을 쳐서 북한으로 넘어간 뒤 젖은 옷을 입고 이동을 계속했다면 요즘과 같은 날씨에 감기에 걸렸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 보위부가 김 씨를 조사할 당시 김 씨가 '콜록콜록'하며 기침을 하고 있었다면 일단 코로나19 감염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더구나 이번 월북 사건에서 드러났듯 남한이나 북한이나 경계는 허술했습니다.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의 보도에 따르면, 월북자는 개성까지 도착해 지인의 집에 며칠 머물다 자수했다고 하는데, 이런 경계 실패 속에서 코로나19로 의심되는 환자가 발생했다면 상부 보고는 상당히 과장되게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어설프게 보고했다가 월북자가 코로나19 환자로 판명되고 이로 인해 코로나19가 북한 내에 확산되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일선 북한군 부대나 개성 보위부 등이 무사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월북한 탈북민 김 씨가 이용한 택시와 배수로
● 이번 사건 계기로 체제 결속 활용한 듯

하지만, 평양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외부 경계에 대한 고삐를 조이고 주민 결속을 도모하려 한 정황도 보입니다. 노동신문을 통해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고 확인했지만, 북한의 2인자인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개성시와 인접한 지역을 직접 돌아보면서 비상방역사업을 점검했고, 매체들을 동원한 비상방역조치 강조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27일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열린 전국노병대회를 보면 북한이 지금 '최대비상체제'인지도 의심스럽습니다. 전국에서 수많은 노병들이 올라와 4·25문화회관이라는 실내를 가득 채웠는데 거리를 두고 앉지도 않았고 마스크를 쓰지도 않았습니다. 노병들, 즉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은 코로나19에 특히 취약한 데도 말입니다.

6·25전쟁 당시의 북한 군인들로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상징하는 노병들의 모임은 비상방역과 관계없이 진행됐습니다. 김정은 체제의 결속을 도모하는 행사에는 비상방역이 의미가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개성 월북자의 코로나19 확진 여부가 확실치 않음에도 북한이 이 사건을 이유로 전국을 비상체제로 몰아간 것도 이해가 갑니다. 북한에게는 방역도 중요하지만, 이를 계기로 한 내부 불만 억누르기와 김정은 체제로의 결속이 더욱 중요합니다. 월북자가 코로나19 확진이 아닌 것으로 판정됐다 해도 전국적인 비상방역체제는 당분간 계속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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