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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한 유동성 60%, 가계 아닌 기업 대출…"투자 않고 쌓기만"

유영규 기자 ykyou@sbs.co.kr

작성 2020.07.29 08:1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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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0%대 금리' 등과 맞물려 크게 불어난 시중 유동성의 60% 이상이 가계가 아닌 기업에 흘러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계 대출로 늘어난 유동성은 전체 증가분의 20%뿐이었습니다.

시중 자금이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을 통해 가계로 넘어가 부동산·주식 등 자산 투자에 쓰이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보다 몇 배 더 많은 돈을 기업이 대출로 쓸어갔다는 얘기입니다.

더구나 기업들은 이렇게 확보한 자금의 절반가량을 투자에 쓰기보다 경기가 더 나빠질 것에 대비해 그냥 쌓아두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광의 통화량(M2 기준)은 3천65조8천억 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일 뿐 아니라 작년 같은 달(2천773조2천억 원)보다 10.6%나 불었습니다.

넓은 의미의 통화량 지표 M2에는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 예금(이상 M1) 외 MMF(머니마켓펀드)·2년 미만 정기예적금·수익증권·CD(양도성예금증서)·RP(환매조건부채권)·2년 미만 금융채·2년 미만 금전신탁 등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 금융상품이 포함됩니다.

통화량 증가율 10.6%에 대한 요소별 기여도를 따져보면, 기업의 대출이 6.4%포인트(p)를 차지했습니다.

이에 비해 가계 대출의 기여도는 2%포인트에 불과했습니다.

늘어난 통화량의 60% 이상이 기업 대출 증가에 따른 것이고,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가계 대출 증가 부분은 20%뿐이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5월 기준 통화량은 작년 5월보다 292조6천억 원 늘었는데, 같은 기간 기업 대출 증가액은 177조3천억 원으로 통화량 증가분의 60.6%에 해당합니다.

기업 대출의 증가 속도도 전체 통화량이나 가계대출보다 훨씬 빠릅니다.

5월 기준 기업 대출 잔액의 작년 동월 대비 증가율은 14.8%로, 통화량 증가율(10.6%)을 웃돌 뿐 아니라 가계 대출 증가율(4.9%)의 거의 3배에 이릅니다.

그만큼 코로나19 사태로 경제 여건이 불안해지자 기업들이 빠르게, 많은 돈을 빌려 가면서 유동성 급증을 이끌었다는 얘기입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 수준까지 낮추는 등 코로나19 사태에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대응하는 것도 기업의 투자와 가계의 소비를 촉진하려는 의도이기 때문에, 기업 대출 급증 자체는 통화정책 목표에 들어맞는 현상입니다.

하지만 기업이 빨아들인 유동성을 제대로 투자에 쓰고 있는지는 의문스러운 상황입니다.

한은의 예금주체별 통계를 보면, 기업의 5월 말 예금 잔액은 479조1천853억 원으로 코로나19 사태 이전 1월 말(432조4천629억 원)보다 46조7천억 원이나 불었습니다.

같은 기간 기업의 대출 잔액이 1천272조4천억 원에서 1천373조4천억 원으로 101조 원가량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극단적으로는 신규 대출액의 절반 정도를 기업이 그냥 현금으로 쌓아놓고 있는 것으로 의심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기업 예금에는 이익금 등이 반영되기 때문에, 대출이 곧바로 예금으로 넘어갔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유동성 증가의 가장 큰 요인은 가계 대출이라기보다 기업 대출"이라며 "경기가 불확실할수록 기업이 대출 등으로 일단 자금을 확보해놓으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앞으로 시차를 두고서라도 풍부한 유동성이 투자로 이어져야 완화적 통화정책의 효과를 제대로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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