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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엇나가는 비 예보…한국형 독자예보시스템의 성적은?

강수예보정확도 시리즈①

서동균 기자 windy@sbs.co.kr

작성 2020.07.22 10:0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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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엇나가는 비 예보…한국형 독자예보시스템의 성적은?
약속을 잡고, 계획을 짜고, 외출하고, 이때 사람들이 가장 신경 쓰는 것 중 하나가 날씨이다. 당장 현재의 날씨도 중요하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건 몇 시간 뒤 또는 며칠 뒤의 기상 상황이다. 오늘(22일) 아침 서울엔 시간당 10mm 안팎의 비가 내렸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당황한 시민들이 많았을 것이다. 어제저녁까지만 해도 서울에 비 예보가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뿐 아니라 호우특보가 내려졌던 일부 중부지역도 예상보다 강한 비가 내리면서 아침 7시가 돼서야 호우특보를 발효했다. 심지어 강원도 영월과 원주 등은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가 호우주의보로 바뀌기도 했다. 이 지역들에 오늘 오전 8시 한때는 폭염과 호우주의보가 동시에 내려지기도 했다.

지난 주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일요일(19일) 서울엔 아침부터 많은 비가 내렸다. 세차게 내리던 비는 오전 10시쯤을 기점으로 소강상태를 보이기 시작했다. 기상청은 이후에도 오후 3시쯤부터 다시 서울에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하지만 3시부터 올 거라던 비는 오지 않았고, 저녁부터 약한 비가 날릴 거라던 기상청의 예보 역시 빗나갔다. 기상청은 다음날(20일) 새벽에도 서울에 시간당 50mm 안팎의 매우 강한 비를 예보했지만, 실제 새벽 한때 강동과 송파 쪽에 시간당 6~7mm 내린 것을 제외하곤 나머지 지역에선 5mm 안팎의 비가 내렸다. 예보와 큰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이쯤 되면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게 당연하다.

현재는 기상청 홈페이지 말고도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많은 기상정보들을 받을 수 있다. 이 정보들 역시 기상청이 생산해 내는 예보를 근거로 한다. 플랫폼이 다양해져도 결국 날씨는 기상청의 예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나라 기상청의 강우예보정확도 2020년 6월 기준 62%(12시간 예보 l CSI(Critical Success Index) 수준이다. 예보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예보정확도는 더 떨어진다. 앞으로 과학이 발전하면 예보정확도는 좋아지겠지만, 실제 개선의 여지가 얼마나 있는지 과연 미래엔 시민들이 원하는 수준의 기상 예보가 가능할지 먼저 기상청이 예보하는 시스템부터 알아보겠다.


● 날씨 예보

기상청이 날씨 예보를 할 땐 크게 세 가지 과정을 거친다. 먼저 현재 지구의 상황을 알 수 있는 관측값이 필요하다. 기상 현상은 전 지구적인 매우 큰 스케일이기 때문에 한반도 주변 상황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상황을 알아야 한다. 이렇게 세계 각국에서 관측된 값들이 모이면 수치예보모델을 통해 미래의 기상 상황을 예측한다. 수치예보모델은 한마디로 컴퓨터 프로그램인데, 자연현상을 지배하는 각종 물리 방정식 등을 이용해 미래의 날씨를 예측한다. 마지막으로 기상청에서 예보관이 수치예보모델의 결과를 보고 국민들에게 나갈 최종 예보문을 만든다. 예보관이 그냥 수치예보모델의 결과값을 읽는 것은 아니다. 앞선 두 과정이 아무리 정교하다고 해도 관측과 모델이 100% 정확하진 않기 때문에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결과를 알맞게 수정한다. 결국 날씨예보는 관측의 정밀함, 모델의 성능, 예보관의 역량 이렇게 3박자가 골고루 갖춰져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촘촘하고 정확히 관측하다고 해도 관측 오차는 있기 마련이고, 수치예보모델 역시 신처럼 미래의 상황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예보관 역시 사람이기 때문에 결과를 예측하는데 오차가 발생한다. 기상청의 날씨 오보는 각 과정이 가진 필연적 한계들이 더해져 발생하는 것이다.


● 한국형 독자모델은 왜 필요할까?

지난 4월 28일, 기상청은 한국형수치예보모델(KIM, Korean Integrated Model)을 도입했다. 앞서도 말했듯 수치예보모델은 날씨를 예측하는 프로그램인데, 프로그램을 하나부터 열까지 우리의 독자적인 기술로 만든 것이다. 기존에 우리나라는 영국모델(UM)을 쓰고 있었는데, 해외 기술이다 보니 우리나라의 지형과 기상 특성을 정밀하게 반영하지 못했고, 업그레이드가 필수적인 예보모델을 함부로 업그레이드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도 있었다. 반면 우리만의 기술이 있으면 부족한 부분의 업그레이드를 쉽게 할 수 있고, 우리의 기상 특성을 좀 더 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필요성 때문에 지난 10년간 1000억 원을 들여 개발된 것이 KIM이다. 현재는 영국모델(UM)의 98.9%의 성능을 보이고 있다. KIM의 개발로 우리는 세계에서 9번째로 독자적인 수치예보모델을 가진 나라가 됐고, 현재 그 성능은 세계 6위권이다. (이하 한국모델 – KIM l 영국모델 – 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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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기상청에서는 KIM과 UM을 병행해 사용 중이다. KIM이 아직 완벽하지 않고 예보관들이 KIM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KIM만을 믿고 사용할 순 없는 것이다. 강수예보정확도 자체가 UM이 KIM보다 2~4%p 높은 성능을 보인다. (그림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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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적인 것은 불과 20여 년 전만에 해도 일본의 수치예보모델을 사용했던 우리가 독자 기술을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참고로 일본의 수치예보모델은 56년간 발전돼 왔고 우리나라의 모델은 현업에 투입된 지는 넉 달째이다. 영국도 50년간 모델을 발전시켜왔는데 우리는 짧은 시간 내에 비슷한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 도입 후 성적 하락?…무엇이 문제일까

그렇다면 KIM 도입 후 기상예보가 달라졌을까? SBS가 입수한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4월~7월 상순까지 기상청의 강수예보정확도는 오히려 하락했다. 3일 예보 기준으로 지난 2019년은 68%였지만, 올해는 67%로 1%p 하락했다. (그림참조)
*정확도는 POD(Probability of Detection) 값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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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기존 UM보다 더 좋은 모델을 도입한 것은 아니지만, 분명 KIM에게는 한반도에서 나타나는 기상을 UM보다 더 잘 예측한 경우들이 있다. 지난 3일 장마전선이 남부지방에 많은 비를 뿌렸을 때도 KIM의 예보가 UM보다 더 정확했다. 모든 게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두 모델의 장점이 시너지를 발휘했다면 강수예보정확도는 올라갔어야 했다. 이 부분은 예보관의 역량이 아쉬운 부분이다. 예보관도 예보관 나름의 고충이 있다. KIM의 특성을 파악하기엔 너무나 짧은 시간이 주어졌고, 어떤 부분에서 UM보다 KIM을 믿어야 하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다 각자의 입장이 있겠지만, 날씨를 몸소 느껴야 할 국민들의 입장에선 정확도가 감소한 것은 유감스럽다.


● 예보정확도 개선될 수 있을까?

먼저 관측 데이터 값에선 개선 가능성이 충분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기상기구(WMO, 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에서 전달하는 세계 각 국의 관측값을 전부 받아보지 못하고 있다. 그간 세계기상기구의 관측값들은 일본과 중국 등으로 먼저 전달됐다. 기상청은 올해 말까지 이런 부분을 개선해 양질의 데이터를 제공받을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목표를 이룬다면 기존에 운용하던 데이터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수치예보모델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모델에 모든 관측값을 쓰지 않는다 하더라도 좀 더 나은 데이터를 선별하는데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수치예보모델이다. 가장 개선의 폭이 높은 분야이다. 수치예보모델은 경험을 바탕으로 성장한다. 모델이 예측한 결과와 실제 관측값이 다르면, 예보관이 피드백을 해주고 이런 부분을 개선할 수 있게 업그레이드를 해 나간다. 현재 KIM은 6월에 한 번 업그레이드를 마친 상태고 올해 10월~11월 중 한 번 더 업그레이드를 할 예정이다. 또 2022년쯤 슈퍼컴퓨터 5호기가 투입돼 지금보다 더 방대한 자료를 다룰 수 있다면, 그 시너지가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론 예보관의 역량이다. 우리나라는 2010년부터 UM을 사용해왔다. 때문에 현재 예보관들은 UM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있다. UM이 뭘 잘 틀리는지, 어떤 부분을 잘 맞추는지 등. 하지만 앞으로 사용할 KIM에 대한 장악력은 부족하다. KIM이 투입되고서 장마 한 철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예보관들이 KIM의 특성을 알아차려 진두지휘하는 것을 기대하기 쉽진 않다. 하지만, 예보관들이 빠르게 모델에 적응할수록 결국 기상청이 내는 전체 예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그리고 결국 이는 시민들이 기상청에 느끼는 신뢰도와 만족도로 나타날 것이다.

<참고>
[2020.07.19 8뉴스] 1천억 들인 한국형 예보 시스템 'KIM', 정확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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