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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한국 가계 빚 '세계 최대'…부동산 한몫

<앵커>

권애리 기자의 친절한 경제 시작합니다. 권 기자, 우리 가계 빚이 너무 많이, 또 너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이야기가 꾸준히 나오고 있었는데, 이제는 좀 신경을 써야될 때가 됐다, 이런 신호를 보여주는 국제 통계가 있다고요?

<기자>

네, 국제금융협회 IIF가 최신 통계인 올해 1분기 자료를 내놨는데요, 세계 주요 국가 39곳을 봤습니다.

EU, 유럽은 한 개 나라로 친 통계입니다. 여기서 일단 GDP 국가 경제 규모 대비 가계 빚 규모가 가장 큰 나라가 우리나라입니다.

사실 분기마다 발표하는 이 조사에서 우리가 1위를 한 것이 처음은 아니고요, 경제 규모 대비 가계 빚 규모가 아주 큰 나라 중에 하나로 전부터 꼽혀온 편이기는 합니다.

그런데 이미 가계 빚 규모가 1위인데, 그 빚의 증가 속도도 여전히 가장 빠른 나라 중에 하나라는 것은 좀 신경이 쓰이는 점입니다.

1분기에 한국의 GDP 대비 가계 빚 규모 98%에 육박합니다. 1년 전보다 무려 6%포인트 가까이 높아졌습니다.

이 정도의 오름폭은 가계 부채 규모가 GDP의 82%까지 올라온 홍콩과 이제 59%까지 올라온 중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1분기에 세 번째로 큰 수준입니다.

그럼 2분기는 어땠느냐, 1분기 못지 않습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은행권의 가계 대출 규모가 5월보다 8조 원 넘게 증가했는데요, 매년 6월만 놓고 보면 2004년 이후로 최대 규모의 증가세입니다.

작년 상반기 들어서면서 좀 억제되는 듯 했던 가계 대출이 하반기부터 다시 가파른 상승세를 탔는데요, 그 기세가 계속해서 더해지는 모습입니다.

<앵커>

이 정도로 빨리 늘어난 이유로는 역시 부동산 대출 증가가 크겠죠?

<기자>

네, 생활자금 대출도 코로나 국면에서 일부 있지만, 역시 부동산으로 흘러든 돈이 큽니다. 가계 부채가 급증하는 데는 좀 역설적인 면도 있기는 합니다.

일단 그만큼 빚을 낼 수 있는 여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가 되고요, 또 자산 가격이 상승하고 있으니까 빚을 내서라도 자산을 확보하는 것이 이익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 되고 그러다 보면 부채가 늘어나는 것을 더더욱 겁내지 않게 됩니다.

하지만 경기의 앞날이 투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 같은 가계 부채 증가속도는 불안한 추세는 분명합니다.

특히 문제가 이런 분위기가 계속되면 우리 경제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뛰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지 않으면 안 되는 더더욱 어려운 상황에 앞으로 빠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불안 요소 중의 하나가 멈추지 않는 집값 상승세죠.

이것을 최소한 안정시키거나 급등한 것을 조금이라도 되돌려야 하는데 부동산으로 몰려가는 가계 빚이 계속 늘면 설사 집값 안정에 성공한다고 해도 또다른 큰 부담이 생깁니다.

이른바 영혼까지 끌어모아서 빚을 낸 사람이 많다고 하면 그렇게 사들인 부동산 가격이 앞으로 하락하는 것은 가계에 타격이 될 수밖에 없고, 경기까지 악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지금의 부동산 과열 상황이 빨리 진정돼서 무엇보다 무리하지 않더라도, 무리해서 지금 빚내지 않아도 나중에 집을 구할 수 있다는 믿음이 퍼지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더 큰 문제들이 새로 생기는 것을 피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앵커>

어려운 이야기죠. 빚도 어쨌거나 자산인데, 영혼까지 끌어모아서 이렇게 내는 경우에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이야기 같은데, 우리 기업이나 정부의 부채 증가 속도는 가계 빚만큼 빠르지는 않죠?

<기자>

네, 정부의 부채는 일단 1분기에는 전체 39개 나라 중에서 28위에 그쳤습니다. 정부 부채가 증가한 속도도 23위로 중간 수준입니다.

이게 1분기까지의 통계이기 때문에 2분기 상황은 다시 봐야겠지만, 코로나 회복 국면에서 우리 국가 부채 증가 속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고 있습니다.

관리는 당연히 해야겠지만, 사실 비슷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주요 국가들 중에서는 아직 우리 정부는 조금 여력이 있는 편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기업 부채는 39개 나라 중에서 7위였고요. 증가 속도는 네 번째로 빨랐습니다. 우리 기업들이 1분기, 또 2분기까지 위기 상황에 대비한 대출 확대폭이 컸던 편입니다.

앞으로 이렇게 확보한 현금으로 어떻게 코로나 경기를 헤쳐나갈 수 있느냐가 우리 경기의 방향을 가르는 중요한 요인 중에 하나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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