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그림 아니에요?"…희소병 걸려 '숫자' 못 읽는 美 남성

이서윤 에디터

작성 2020.06.24 14:0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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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성 장애를 겪고 난 미국 남성이 '숫자'를 전혀 알아보지 못하게 돼 의료계가 연구에 나섰습니다.

현지 시간으로 지난 23일 과학 전문 매체 라이브사이언스에 따르면 미국 과학 아카데미(NSA)는 뇌에 이상이 생겨 숫자를 읽지 못하게 된 60살 남성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름의 첫 글자를 따 'RFS'로 불리는 이 남성은 지난 2010년 갑자기 정체불명의 뇌 질환을 겪었습니다. 심한 두통과 언어 기능 퇴화로 시작된 질환은 곧 기억 상실, 시력 손실로 이어졌습니다. 몇 달 뒤에는 근육 경련이 와 걷는 일마저 힘겨워졌습니다.

몇 년에 걸쳐 악화되던 증상들은 다행히 천천히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후 RFS 씨에게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이상한 증상이 또 나타났습니다. 0과 1을 제외한 숫자들을 전혀 알아보지 못하게 된 겁니다.
'저한텐 이렇게 보여요연구진은 RFS 씨에게 화면에 띄워진 숫자를 보고 종이에 그대로 그려 보도록 했습니다. 주황색 숫자 '8을' 본 그는 고민 끝에 검은색 펜을 들더니 불규칙한 선들을 그려나갔습니다. 얇고 굵은 곡선들을 교차해 그린 뒤에는 주황색 펜으로 덧칠을 하며 "배경이 주황색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손으로 만져볼 수 있는 숫자 '8' 모형을 쥐여줬을 때는 또 다른 반응이었습니다. RFS 씨는 숫자를 눕힌 상태에서는 "마스크처럼 보인다"고 했지만, 숫자를 똑바로 세우자마자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이상한 형태로 변했다. 살면서 본 것 중 가장 이상하게 생겼다"고 말했습니다.
'저한텐 이렇게 보여요연구진은 RFS 씨와 같은 증상을 이전에는 한 번도 본 적 없다면서도 '피질기저 퇴행'이라는 뇌 질환에 가깝다고 봤습니다. 피질기저 퇴행은 치매, 알츠하이머와 같은 퇴행성 뇌질환의 일종으로, 뇌의 특정 부위가 퇴화되어 가는 질환입니다. 하버드 대학교의 테레사 슈버트 박사는 "글을 읽고 쓰는 데는 문제가 거의 없는데 2부터 9까지의 숫자에 대해서만 이상 증세를 보이는 독특한 사례"라고 밝혔습니다.

병을 앓기 전 공학 지질학자였던 RFS 씨는 이런 증세가 나타나면서 숫자를 다루는 일을 할 수 없어 은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슈버트 박사는 "(병에 걸린 것은) 안타깝지만 RFS 씨는 뇌에 대해 정말 많은 것들을 알게 해 줬다. 의료계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고마움을 표했습니다.

'뉴스 픽' 입니다.

(사진='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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