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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나비효과 X', '식물효과 O', 입 닫는 식물들에 녹아내리는 북극

[취재파일] '나비효과 X', '식물효과 O', 입 닫는 식물들에 녹아내리는 북극
지난 2018년 대표적인 온실기체인 이산화탄소 농도는 407.8ppm을 기록하며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인 2019년의 기록은 품질 검사 등의 이유로 6월 말 발표될 예정인데, 410ppm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2018년 값만 봐도 산업화 이전보다 약 50% 가까이 증가한 수치이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서 온실 효과로 지구의 기온의 상승했다.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힘인 복사 강제력(Radiative forcing)은 1990년 이후 약 43% 증가했는데, 이 중 80%가 이산화탄소가 원인이라고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설명했다. 기후가 변하면서, 기온 상승에 우리는 분명 답답한 더위와 극한의 기상을 경험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자연 속에 살아가는 동·식물들은 어떨까?

● 입 닫는 식물들, 기온 상승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다. 광합성은 빛에너지를 화학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인데, 이때 생성된 포도당과 같은 탄소화합물을 생장과 유지에 사용한다. 광합성에는 몇 가지 재료들이 필수적인데 그중 하나가 이산화탄소이다. 대부분의 식물들은 잎에 있는 기공을 열어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광합성을 하고 부산물로는 물이 나온다. 이때 나오는 물이 대기 중에 수증기로 기화하면서 열을 흡수해 대기의 기온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무더운 한여름 마당에 물을 뿌리면서 열을 식혔던 경험을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문제는 요즘처럼 높아진 이산화탄소의 농도에선 식물에서 나오는 수증기의 양이 줄어든다는데 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으면 식물은 기공을 조금만 열어도 광합성에 충분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다. 식물이 기공을 조금만 열었기 때문에 식물체 내에서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수증기의 양도 줄어든다. 기화되는 수증기의 양이 줄면서 주변 대기의 기온 상승을 억제할 요인도 같이 줄고, 그 지역의 온도가 상승하는 것이다. (아래 그림 참조, a의 노란색 부분이 증산작용 감소로 인한 증발 감소 l b의 빨간색 부분은 온도 상승)
서동균 취재파일 사진 리사이징
● 식물의 입김이 북극까지?

포항공대 국종성 교수 연구팀은 여기에 더해 높은 이산화탄소 농도로 변화된 식물계가 전 지구적 기후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밝혀냈다. (생리학적 강제력) 연구팀은 고위도 지역의 식물의 증산 작용 감소가 식물이 살지 않는 북극의 기온 상승에도 영향을 주는 것을 확인했다. 일단 식물의 증산 작용이 감소해 육지의 기온이 오르면 대기 순환을 통해 데워진 공기가 북극으로 유입된다. 북극으로 유입된 따뜻한 공기는 북극의 빙하를 녹이게 되는데, 빙하가 녹으면서 도미노처럼 기온상승 효과가 강해지게 된다. 빙하 즉 얼음은 물에 비해 빛을 반사하는 효과가 크다. 빛의 반사 비율을 나타내는 알베도는 빙하가 0.6~0.9로 아주 높고, 물은 0.05~1로 많은 차이를 보인다. 빙하가 녹으면서 태양빛을 반사하는 효과는 떨어지고 북극은 전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빛을 받아들여 기온이 상승한다. 기온이 상승한 북극의 빙하는 다시 녹고, 태양빛은 전보다 더 많이 들어오게 되는 양의 피드백이 작용한다. 높은 이산화탄소 농도에 입을 닫아버린 식물이 저 멀리 수천 킬로미터 밖의 북극의 기온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작용을 통해 발생하는 북극의 온실효과를 10%라고 밝혔다. 온도로 계산해보면 1℃정도가 상승한 건데, 매우 높은 수치다.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에 의한 온도 상승
● 북극의 중요성

언급한 바와 같이 북극은 다른 지역보다 기후변화에 취약하다. 실제 기후모델과 관측자료 등을 살펴보면 북극해는 전 지구 평균보다 약 2배 높은 비율로 더워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수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북극의 기후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뭘까.
 
북극의 해빙이 녹으면 얼음의 틈(lead)이 생기기 시작한다. 열은 고온에서 저온으로 이동하는데, 북극의 대기 온도는 매우 낮기 때문에 해빙에 갇혀 있던 열(heat flux)이 방출된다. 방출된 열은 대기를 데우면서 북극과 남쪽의 온도 차이를 줄이고 줄어든 온도 차이 때문에 온도풍이 줄어든다. 연쇄 작용으로 북극을 고무줄처럼 감싸며 돌고 있던 강한 바람인 제트기류도 약해진다. 제트기류가 약해진 것은 북극을 쥐고 있는 고무줄이 느슨해진 것으로 비유할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북극의 찬 공기가 심하게 요동치며 남하하게 된다. 이러한 결과 중위도임에도 이상 한파가 올 수 있고, 특정 지역은 반대로 이상 고온이 올 수도 있다. (아래 그림 참조)
자료 : 기상청, 파란색 제트기류가 사행, 기압골 지역은 이상한파 기압능 지역은 이상고온 가능성↑
해양 순환도 문제다. 지금은 북극의 차가운 물이 녹아 해양 밑으로 가라앉으면서 전 지구적인 해양 순환이 나타난다. 이 해양 순환은 남북의 열 순환의 중요한 역할이기도 한데, 지금처럼 북극의 해양 온도가 높아지면 해양 순환이 멈출 수 있다. 남북의 열 교환에 장애가 생기면 적도는 더욱 더워지고, 극 지역은 지금보다 더 추워질 수 있다. 북극이 조금 더워지면서 열 교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극단적으로 한쪽은 빙하기가 올 정도로 추워지고 한쪽은 극단적으로 더워지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 인식은 영화 '투모로우'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또 다른 걱정거리도 있다. 바로 바이러스다. 현재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이유는 기존의 치료제가 없는 신종 바이러스이기 때문이다. 북극의 해빙 안에는 수많은 미생물과 바이러스가 과거 갇혀 있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인체에 무해한 바이러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코로나처럼 인체에 유해하고 심지어 전파력까지 강한 바이러스가 존재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2000년도 이후에는 새로운 감염병이 많이 나왔다. 대부분의 감염병이 동물에서 사람으로 퍼지는 인수공통 감염병이었다. 2002년 사스는 박쥐에서 사향고양이로 다시 사향고양이에서 사람으로 퍼지면서 많은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넣었다. 2014년 중동 지역에서 퍼진 메르스도 박쥐에서 낙타, 다시 낙타에서 사람으로 퍼지면서 많은 희생을 낳았다. 전문가들은 아직 북극에서 나온 바이러스는 없는 것으로 본다면서도, 빙하가 녹으면 어떤 바이러스가 나올지에 대해선 위기감을 드러냈다. 기후변화, 다른 지역의 이상 기온과 변화들도 쉽게 볼 수 없는 이유들이다.

<참고자료&문헌>
So-Won Park, Jin-Soo Kim, Jong-Seong Kug, The intensification of Arctic warming as a result of CO2 physiological forcing, nature communication, (2020) 2098, doi.org/10.1038/s41467-020-15924-3
김백민 부경대학교 교수
이근화 제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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