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우리가 무제한 돈 대줄게" 한은의 처방전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작성 2020.03.27 10:0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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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권애리 기자의 친절한 경제 시작합니다. 권 기자, 어제(26일) 이른바 '한국형 양적완화' 대책이 발표됐는데 이게 우리 한국은행이 여태까지 해 본 적이 없는 그런 조치라면서요?

<기자>

네. 미국이 이번 주에 내놓은 양적완화가 얼마나 전례 없는 수준의 조치인지 그제 친절한 경제에서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요, 한국은행도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보는 수준의 통화정책을 들고 나왔습니다.

지금과 여러 가지 조건이 크게 달랐던 IMF 시기는 그렇다 치고, 금융위기 때도 이거는 못 꺼냈던 카드입니다.

뭘 하기로 했느냐, 다음 달부터 3개월 동안 금융회사들이 발행하는 환매조건부채권이란 채권들을 무제한으로 사주기로 했습니다.

이 얘기는 금융기관들, 은행이나 증권사들에게는 6월까지 조건 없이 돈을 공급하겠다는 얘기입니다. "은행들이 돈이 모자란다? 그러면 우리가 줄게요." 이걸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하겠다는 겁니다.

<앵커>

어떤 효과를 기대하고 이렇게까지 나서는 건가요?

<기자>

일단 원칙적으로는 결국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 기업, 가계에 돈이 돌 수 있도록 간접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얘기입니다.

지금 기업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것은 부도입니다. 파산이죠. 파산은 어떨 때 하느냐, 빚을 못 갚으면 하게 되죠.

내가 만약에 이번 주에 매출이 0입니다. 늘 잘 갚던 원리금 이번 달 치를 못 갚게 됐다고 친다. 그러면 나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로부터도 돈을 못 받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 은행은 난 정말 갚을 건데, 아무리 얘기해도 듣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갑자기 찾아온 위기만 아니어도 건실한 편이었던 가게나 기업까지도 부도가 날 수 있는 상황인 겁니다.

그런데 은행들, 증권사들, 금융기관들이 앞으로 3개월 동안 돈을 필요할 때마다 공급받을 수 있다. 그러면 금융사들이 자금 회수가 안 될지 모른다는 공포를 느낌으로써 시작되는 신용경색, 돈줄 막히는 일이 덜 벌어질 수 있습니다.

은행이 나한테 다음 달엔 꼭 갚아라 하고 넘어가 줄 수 있다는 거죠. 바로 그걸 기대한 정책이 어제 나온 한은의 한국형 양적완화입니다.

이번 주 미국이 단행한 양적완화랑 어떻게 다르냐, 미국은 우리처럼 금융사들을 거치는 게 아니라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에 자금을 직접 공급하겠다는 수준입니다.

이건 완전히 다른 차원의 얘기입니다. 사실 어제 한국은행이 내놓은 대책도 우리로서는 정말 파격적인 겁니다.

기축통화, 달러를 찍어내는 미국의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작년 말부터 조금씩 해왔던 수준의 조치이기도 합니다.

<앵커>

그럼 어제 정책이 기업들이랑 가계들에 어느 정도 도움이 바로 될 수 있는 건가요?

<기자>

일단 우리나라는 통화 대책으로는 다른 선택지가 별로 남아 있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우리 이미 기준금리 0.75%로 역대 최저입니다.

금리 조절로는 돈을 더 돌게 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보니까 중앙은행이 사실상 돈을 더 찍어내는 쪽을 병행할 수밖에 없게 된 거죠.

지난 화요일에 거의 100조 원 규모의 금융안정대책이 비상경제회의에서 나왔습니다. 그때 자금난 겪는 기업들을 위해서 조성하기로 한 채권시장안정펀드 같은 것들, 이걸 금융기관들 투자금으로 만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면 그 돈은 어떻게 조달하느냐, 어제 나온 '한국형 양적완화'는 여기에 대한 중앙은행의 답입니다.

우리가 무제한으로 돈 대줄 테니까, 채권시장안정펀드 포함해서 100조 원 규모 금융안정책에 계획된 대로 참여하라고 금융기관들에게 얘기하고 있는 겁니다.

반면 한편으로는 걱정도 있습니다. 한국 돈 원은 달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시중에 원화가 많아진다. 그러다가 많아진 만큼 원화 가치가 하락한다면 우리나라에서 세계의 돈이 빠져나가는 걸 걷잡을 수 없게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한국은 안 느낄 순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불가피했다. 왜냐하면, 지금은 급한 불부터 꺼야 된다. 시중에 도는 돈의 양이 문제가 아니라 저 나라는 지금을 버틸 수 있을까, 여기에 따라서 세상의 돈이 움직이는 세계 위기 국면이라는 진단을 내놓는 전문가들이 많고요.

오히려 지금 수준으로도 부족하다. 적극적으로 더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미 나오고 있습니다.

[조영무/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우리뿐만 아니라 미국·유로존·일본 같은 주요국들 중앙은행이 거의 무제한으로 돈을 풀면서 일단 버티고 살아남으라는 강한 신호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고요. 설령 ('한국형 양적완화'로) 우리 돈 원화가 많이 풀린다고 하더라도요, 원화 가치가 급락하기보다는 '과연 한국 경제가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고 살아남을 것인가. 특히 한국 기업과 산업들이 너무 폐업이나 도산으로 피해를 입지 않고, 버틸 수 있을 것인가'가 향후 우리 원화 가치, 그리고 외국인 자본의 이동에 보다 큰 요인이 될 걸로 전망합니다.]

<앵커>

일단 약 처방을 세게 해 놓더라도 살려놓고 그다음에 건강을 좀 회복하자 이런 식인 것 같네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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