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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무제한 돈 푼다는 트럼프…남겨진 문제점

<앵커>

수요일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어제(24일) 우리 주식시장 크게 오르고 원 달러 환율은 급락했어요. 나라 안팎에서 나온 여러 대책들이 주효했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건가요?

<기자>

네. 우리와 미국 모두 어제 그야말로 대규모 정책들을 내놨죠. 우리도 우리지만 미국의 발표가 그야말로 역대급, 사상 처음 보는 겁니다. 금융위기 때랑도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통화정책, 돈을 푸는 정책으로는 사실상 끝판왕이라고 해도 과장은 아닌데요, 이게 왜 그런지, 우리한테 미치는 영향은 뭔지 오늘 좀 짚어보려고 합니다.

미국이 이른바 '무제한 양적완화'를 선언했다는 얘기 어제 들으셨을 겁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한 마디로 경제위기가 닥칠 것 같은 지금 상황이 호전될 때까지 제한 없이 돈을 풀겠다는 겁니다.

어떻게 제한 없이 돈을 풀 거냐, 시중의 채권들을 거의 다 사줄 수 있다고 나왔습니다. 이 얘기는 돈이 돌지 않아서 쓰러질 수 있는 경제주체들을 나라가 나서서 다 구원해 주겠다고 약속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아는 세상은 예를 들어서, 내가 빚을 졌는데 기한 안에 돈을 못 갚으면 신용불량이 되죠. 기업이면 도산하고요. 이걸 막아주겠다는 겁니다. 돈을 한정 없이 찍어내서라도요.

금융위기 때 국채나 부동산에 대해서는 미국이 이걸 했습니다. 빚이 있는 개인들에 대해서도 일부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크게 다른 점은 이것들은 물론이고, 위험해진 투기등급 바로 위 정도 회사들 채권까지 사주겠다.

돈이 돌지 않아서 쓰러지지 않도록 직접 구제해 주겠다는 겁니다. 금융위기 때도 안 꺼냈던 카드입니다.

<앵커>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처방이 좀 과한 거 아닌가, 돈을 그렇게 찍어내도 되나 싶기도 한데 그만큼 상황이 되게 심각하다. 이렇게 판단을 한 거겠죠?

<기자>

네. 사실 미국에서는 이번 대책을 1930년대 대공황 급의 위기에 꺼낼만한 대책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생산이든 소비든 기약 없이 위축되면서 돈도 안 도는 상황, 그러니까 실물과 금융위기가 복합될 수 있다는 불안에다가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계속 잘 나갔을 경제도 사실 아니었다는 불안까지 표면으로 올라오고 있거든요.

예를 들면, 작년의 보잉737맥스란 비행기 관련 뉴스들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결함이 있는 비행기를 만들어 전 세계에 팔았다는 의혹으로 보잉사는 안 그래도 휘청거리던 중이었습니다. 그 문제로 공장 가동도 이미 일부 중단됐고요.

그런데 거기다가 코로나19로 연타를 맞으면서 보잉사가 돈을 조달하느라 발행했던 채권이 그렇게 유명한 대기업인데 이런 회사에 투자하는 건 투기 수준이라는 등급을 간신히 면합니다. 이 정도의 회사들을 미국 정부가 나서서 살려준다는 분위기라는 겁니다.

금융위기 이후로 지난 10년 동안 시중에 과하게 유포돼 온 돈이 진짜 문제들을 가려왔다는 불안, 또 온라인 같은 첨단산업들이 등장하면서 기존의 일자리나 산업구조가 흔들려 온 데 대한 불안.

그리고 석유 같은 기존 에너지 종주국이 어디냐를 놓고 산유국들이 신경전을 벌이던 상황, 이런 복합적인 문제들이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불거지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IMF나 세계은행, OECD에서 차례로 아주 큰 수준의 경기침체를 경고하는 목소리들이 이번 주에 잇따라 나왔습니다. 대부분 내년에는 그래도 회복하겠지만 올해는 매우 힘들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앵커>

아무튼 약발이 얼마나 갈지는 몰라도 당장은 이런 대책들을 금융시장이 반기고 있는 모양새 같아요?

<기자>

네. 사실 어제 우리 주식시장이 아까 앵커 얘기한 대로 폭등했죠. 이거는 세계 다른 증시들과 함께 미국의 이 무제한 양적완화에 대한 반응이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뉴욕증시는 어제는 이렇게 큰 통화정책이 나왔는 데도 정부가 따로 돈을 쓰기로 했던 대규모 경기부양책은 의회 통과가 안 될 것 같다는 이유로 증시가 빠졌습니다. 그런데 오늘 새벽에 이것까지 타결에 근접하면서 폭등했습니다.

최근에 세계가 달러만 확보하겠다면서 한국 주식 원, 다른 돈들이나 자산은 팔아치우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일단 미국이 이 정도로 무제한으로 돈을 찍어낸다는 의지를 보여주면서 신흥국에서 빠져나가던 돈들이 일단 멈췄기 때문에 어제 우리 포함해서 세계 증시가 폭등한 겁니다.

그리고 원화 포함해서 달러 외의 다른 돈들 가치가 두루 좀 높아졌고요. 하지만 앞으로는 여러 가지 봐야 합니다.

당장 미국이 부실위험 있는 기업들 중에 누구는 살리고 누구는 버릴 거냐는 문제, 또 살린 기업들은 경제활동을 해서 기대에 부응할 거냐, 아니면 정부가 준 돈을 속된 말로 깔고 앉아서 당분간 투자는 나 몰라라 할 거냐 이런 게 문제가 될 겁니다.

사상 초유의 조치라 아직 예상하기 어려운 게 많습니다. 당장 우리 금융시장에는 분명히 호재고요. 단기적으로는 증시나 원화 가치의 바닥을 만들어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땡볕 사막에 물 붓듯이 이렇게 쏟아부은 돈에도 코로나19 여파가 생각보다 심각하고 오래간다면, 또 그동안 쌓였던 부실을 감추지 못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나오면 이마저도 그리 오래가지 못하는 대책에 그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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