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판 부추기는 SNS·스타강사

유영규 기자 ykyou@sbs.co.kr

작성 2020.02.14 08:15 수정 2020.02.14 08:2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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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출마하는 이낙연 전 총리가 선거 사무실을 어디에 내겠어요? 종로구에서 인구가 제일 많은 곳이 창신동이에요. 지금 서울시장이 같은 당이니 윈윈(Win-Win)하는 관점에서 재개발 얘기가 충분히 나올 수 있습니다."

공인중개사이자 10년 이상의 부동산 실전투자·임장 경험이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A씨는 지난달 28일 저녁에 진행된 서울 창신동 지역분석 유료 '임장'(부동산 업계에서 현장 조사·답사를 이르는 말)이 끝나고 참여자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동대문 패션 타운의 배후이자 한국 봉제 산업의 메카로 불린 창신동은 2007년 뉴타운으로 지정됐다가 주민 반대로 2013년 지정이 해제된 곳입니다.

서울시는 2014년 이 지역을 전국 최초의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선정해 기존의 재개발 방식이 아닌, 사람과 마을이 어우러지는 방식의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A씨는 이날 2시간 동안 진행된 답사 내내 이낙연 전 총리의 종로구 국회의원 당선을 전제로 지역 '재개발' 재추진 가능성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주입했습니다.

그는 현재 서울의 부동산 정보와 임장과 관련한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이끌고 있으며 참여자는 1천500명에 달합니다.

이날 현장 답사는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하는 가운데서도 7명이 회비를 내고 참여했습니다.

파주에서 온 26세의 직장인 여성부터 오로지 임장에 참여하기 위해 대전에서 KTX를 타고 올라온 56세 주부도 있었습니다.

이날 임장이 세 번째라고 소개한 30대 남성은 "현장에서 강사의 설명을 듣고 나니 재개발 재추진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일 때 투자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A씨처럼 카페·블로그·단톡방·유튜브 등 SNS를 통해 이름을 알리는 소위 부동산 스타 강사들은 대부분 '부동산 불패론자'로 정부 규제를 비웃습니다.

2018년 9·13대책 직전 서울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때 다수의 유튜브 강사들은 "정부가 더는 내놓을 카드가 없다, 앞으로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며 시장을 자극했습니다.

지난해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도입 계획을 발표했을 때는 "서울 재건축 사업이 중단되면서 공급 부족으로 기존 아파트값이 급등할 것"이라고 선동했습니다.

지난해 12·16대책이 기습 발표된 후에는 15억 원 초과 주택의 대출 중단에 따른 가격 안정 효과보다는 대출 규제가 없는 9억 원 이하 주택의 풍선효과를 부각했습니다.

유튜브 채널 구독자가 10만9천 명에 달하는 부동산 투자자 B씨는 지난해 12월 말 유료 수강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에 대한 예상 효과와 전망' 강의에서 "수요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이동하는 것"이라며 "이동에 따른 풍선효과와 부작용들이 시장에 크게 작용할 것"이라며 정부 대책을 조목조목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집값 안정 효과보다는 대책의 '풍선효과'를 더 강조했습니다.

이 영상의 조회 수는 현재 23만 뷰를 넘겼습니다.

서울·경기에 아파트와 빌라 11채를 보유한 다주택자인 그는 유튜브에서 특정 지역을 지목하는 이른바 '찍어주기'로 유명합니다.

서울 집값이 급등하던 지난해 11월에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올해 상반기 '대형아파트 독주 현상'이 나올 수 있다"고 주장하며 자신이 투자가 유망하다고 보는 서울의 대형아파트 66개를 찍어주는 강의 영상을 올려 7만 뷰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습니다.

일부 유튜브 강사들은 공동투자를 알선하고, 때로는 부동산 중개업소와 매물을 연계해 수익으로 연결하는 사업을 벌이기도 합니다.

부동산 스타 강사들은 수강생을 모아 부동산 유료 컨설팅과 강의, 답사 등으로 돈을 법니다.

월 5만5천 원의 유료 단톡방을 운영하는 부동산 투자 강사 E씨는 이달 초 단톡방 회원들과 춘천으로 단체 현장 답사를 다녀왔습니다.

오는 19일에는 25인승 버스를 대절해 오산·평택을 방문합니다.

참가비가 인당 12만 원인데도 순식간에 선착순 마감됐습니다.

부동산 스타 강사들의 몸값, 컨설팅 비용은 천정부지입니다.

네이버 카페에서 '부동산의 여왕'이라고 자신을 홍보한 F씨는 '일대일 스페셜 미팅' 비용이 회당 165만 원에 달했습니다.

카페에는 "수많은 분이 부동산 여왕 E씨를 만나 부동산으로 인생 반전을 이뤘다"는 홍보 문구가 달려 있습니다.

매수자들의 불안 심리를 부추기면서 이 과정에서 시장이 왜곡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매물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이따금 나오는 물건을 외지인이 매입하고, 매물 품귀로 호가와 실거래가가 상승하는 것입니다.

일단 이들 스타 강사가 찍어주는 아파트 단지는 곧 '성지'가 됩니다.

개인 또는 단체로 달려가 해당 아파트를 매입하거나 매물을 찾으러 다니며 중개업소를 들쑤십니다.

이 경우 즉시 시장은 매도자 우위 시장으로 바뀌고 호가도 급등합니다.

최근 조선업 침체와 공급과잉으로 집값 하락 폭이 컸던 경남 거제와 울산, 창원, 부산 등지로 서울 거주자들의 원정투자가 크게 늘었던 것도 이런 영향이 큽니다.

경남 김해에도 최근 전세버스를 타고 40명이 한꺼번에 내려와 유튜버가 찍어준 아파트를 싹쓸이하기도 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전언입니다.

일부는 범법 행위로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유명 부동산 강사 F씨는 빚을 내 전세가 있는 소형 아파트를 사들이는 '갭투자'로 부동산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자신의 성공 노하우를 전파하며 유료회원을 모집했습니다.

F씨는 회원들이 세입자들의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에 빠지면 그 손실만큼 보전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역전세난이 발생해 지원받은 돈이 사실은 고객 명의의 대출금인 것이 밝혀지면서 형사 고소를 당했습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달 F씨에게 대부업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고 일부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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