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라임펀드 1조 판매' 증권사 지점장의 변

전형우 기자 dennoch@sbs.co.kr

작성 2020.02.12 13:4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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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라임펀드 1조 판매 증권사 지점장의 변
● 라임 사장-대신증권 반포지점장, 환매 중단 기자회견 전날 회의

라임펀드 논란의 정점에 있는 곳은 대신증권 반포센터입니다. 5조 규모 펀드 전체 판매액 중 1조 1760억 원(2019년 7월 기준)이 이곳에서 판매됐기 때문입니다. 돌려받지 못한 1조 6천억 원 중 1300억 원이 이 지점에서 판매됐습니다.

증권사 특정 지점에서 라임펀드가 대규모 판매된 사실이 드러나자, 해당 지점장이 라임 사장, 부사장과 친밀하다는 의혹이 나왔습니다. 지난해 7월 라임펀드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처음 흘러나오자 이 지점장이 설명회를 열고 고객들을 안심시키기도 했습니다.

SBS가 입수한 10월 13일 여의도 라임자산운용 사무실에서 이뤄진 회의 녹음파일에 따르면, 이 지점장은 원종준 라임 사장, 현재는 도주 상태인 이종필 라임 부사장과 만났습니다. 7월부터 환매 문의가 있자 반포센터 지점장이 직접 고객들을 설득해 환매를 지연시켰다는 발언도 녹음돼 있습니다. 이 지점장이 환매 중단이 올 것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환매를 늦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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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신증권 반포지점장 "사건이 터지기 전까진 라임 믿었다"

'라임펀드 1조 판매'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장 모 전 대신증권 반포센터 지점장에게 직접 들어봤습니다.

-라임 원종준 사장과 이종필 부사장과 사실상 하나가 돼 펀드를 판매했다는 의혹이 있다. 어떤 관계인가
=원종준 사장은 원래 브레인자산운용 팀장으로 있었고, 나는 다른 증권사에 다니고 있을 때 알게 됐다. 브레인자산운용과 거래를 많이 하다보니 원종준 팀장이 굉장히 주식을 잘한다는 얘기를 들어서 누구인지는 알고 있었다. 그 이후에 원 팀장이 브레인자산운용을 나와 회사를 세웠는데 그게 라임자산운용이다. 2012년에 라임이 만들어질때 처음 만나서 보게됐고, 내 고객 몇 명을 그쪽에 투자 권유했는데 수익률이 상당히 안정적으로 냈다. 그걸 계기로 내 고객들을 전부다 라임으로 투자하도록 추천하면서 인연을 맺게 됐다.

이종필 부사장은 2015년 중순에 라임에 합류를 했다. 처음에는 펀드 애널리스트로 들어왔다가 2016년 중순에 금호고속 기업인수금융을 들어오면서 내 고객들이랑 같이 일을 하게됐고. 그 뒤에 미국 상업용 부동산 담보 금융에 들어갈 때 미국 LA에 이종필 부사장과 같이 실사를 가서 확인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친하게 된 건데 당시까지도 나한테 펀드 자산 내역이 어떻게 얽히고 섥히고 있다는 걸 솔직히 말해주지 않았던 것이다.


대신증권
-어떻게 라임펀드 투자금액 1조 원(기관 투자 8천억 원, 개인 투자 2천억 원)이 대신증권 반포센터에만 몰려있는지
=기관 투자가 많았던 이유는 반포센터가 수수료를 0.01% 수준으로 가장 낮게 받았기 때문이다. 라임에서 어차피 증권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인데, 아무 증권사에다가 수수료를 낮게 해달라고 하면 반발이 있으니까. 반포센터는 센터에 있는 고객들이 라임에 투자했기 때문에, 최저 수수료를 해줬다. 그러다보니 라임 입장에서는 수익률이 높아지고 업무 처리도 우리와 하는게 자유롭고 편하니까 기관 투자 자금이 반포센터로 많이 들어왔던 것. 개인 투자자들은 내 고객들에게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했기 때문.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는 수익률이 안정적으로 높게 나왔으니.

-피해자들은 펀드 판매할 때 위험성을 실제와 다르게 설명했다고 말하는데
='원금 보장이 된다'는 말은 고객 누구한테도 말한 적이 없다. 대신 부동산 LTV 50% 담보로 하는 상품이라 안전하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나는 안전하다고 느꼈고 수익률이 지속적으로 증명을 했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있는 그대로 말씀을 드린 것이다.

-하지만 라임 펀드가 '돌려막기'식으로 운영되고 있던 사실이 드러나고 있는데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는 아무런 이상 없이 갔었다. 수익률이 10월부터 급격히 내려가기 전에는. 그렇기 때문에 그전에는 펀드의 세부내역을 들여다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만약 예상 수익률만큼 나오지 않았다면 내가 의심을 하고 원인 분석을 했을텐데.

-판매하는 증권사에 펀드 운용이 실제로 어떻게 되는지 알아볼 책임이 없나
=지금 와서는 '그 때 차라리 건건마다 자세히 물어볼 걸' 하고 후회하고 있다. 증권사 본사에서는 펀드가 처음 설정될 때 심의위원회를 열어서 펀드가 안전한지 확인을 한다. 증권사 본사에서 승인이 돼 일단 펀드 설정이 되면 사실 나같은 영업지점 PB 입장에서는 수익률이 얼마 나오는 지가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SBS가 입수한 녹음파일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이미 라임펀드 부실 인지한 걸로 보이는데. 왜 그때 환매를 해주는 게 아니라 설명회를 열어 고객들을 안심시켰는지
=지난해 7월에 처음 라임이 부실하다는 의혹이 보도됐고, 라임 측에서 해명을 했다. 난 그 해명을 믿었고 단순한 의혹제기만으로 환매를 하는 건 섣부르다고 생각을 했다. 의혹이 나오자 고객분들이 설명을 해주길 원해서 설명회 자리를 만든 것이다. 라임펀드에 내 고객만 투자금액이 1500억 원이었으니 내 고객들이 환매를 하면 그냥 '펀드런'으로 이어져서 그날 바로 환매 중단이 돼 버린다. 그렇게 되면 내 고객에게도, 라임에도, 다른 투자자들에게도 다 안 좋게 될 거라는 판단을 했다.

-'라임펀드 1조 원 판매'를 한 반포지점장이 인센티브를 엄청나게 받거나, 라임에서 다른 돈 을 받은 건 아닌지 의혹을 제기하기도 하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 지난해 나는 연봉으로 1억 5천만 원을 받았다. 한국에서 펀드 잔고로 보면 내가 제일 많은 축에 속할텐데 대신증권의 경우 지점장은 펀드 잔고와 급여과 무관하다. 내가 인센티브를 많이 챙겼다던가 개인적으로 얻은 수익이 없는데 일이 이렇게 돼 억울하다.

장 지점장이 가장 강조한 건 '수익률'입니다. 그는 수익률을 '성적'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라임의 경우 성적표가 계속 잘나오니 무슨 과목이 잘하고 잘못하는지 꼼꼼히 들여다볼 필요성을 느끼진 못했다고 했습니다. 또한 펀드 운용 방식을 들여다보고 싶어도 판매사에는 그럴 권한이 없다고도 해명했습니다. 증권사는 펀드를 판매할 때 운용사의 이전 실적들을 검토한 뒤 운용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믿고 거래할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 피해자 측 "증권사 또한 공범"

반포지점장의 해명과는 달리 피해자 측은 증권사, 특히 장 모 지점장 또한 책임이 크다고 말합니다. 라임 피해자 측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우리 김정철 변호사는 "라임 사건의 경우 불완전판매를 넘어 사기에 가깝다"고 판단했습니다. LIG건설 기업어음(CP) 불완전판매 소송에서 60프로 배상 판결을 받는 등 금융관련 사건들을 다수 맡아온 김 변호사에게 들어봤습니다.

라임펀드 피해자 측 대리하고 있는 김정철 변호사
-라임 펀드, 왜 사기로 판단하나
=판매할 당시 고객들에게 설명한 펀드의 내용이 실제와 다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과 검찰의 조사가 진행되어봐야 겠지만 현재는 서로 다른 펀드의 자금이 혼용됐을 가능성이 높고, 모펀드와 자펀드의 거래 관계가 고객들에게 고지되지 않았다. 일종의 돌려막기 형식으로 펀드가 구성됐다고 보이는 부분이다. 쉽게 말해 실제 물건과 다르게 고객들에게 거짓으로 물건을 판 것으로 보면 될 것 같다.

-라임자산운용뿐 아니라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나 은행의 책임도 크다고 보는지
=그렇다. 펀드를 판매한 초기부터 문제가 있었다. 대부분의 고객들이 판매사로부터 정확한 펀드 상품의 내용을 알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수익률 이야기만 듣고 가입을 했다. 투자를 권유받은 고객들은 안전한지 물었지만 지점장은 "안전성이 확실하다 위험도가 매우 낮다"는 설명으로 고객들을 유인해왔다고 피해자들은 말한다.

-SBS가 입수한 회의 녹음파일을 통해 추가적인 정황이 나왔다고 보나
=녹음파일을 보면 대신증권 반포센터의 경우, 고객의 환매 요청이 있으면 일정기간 안에 환매를 한 뒤 입금해줘야 하는데 오히려 안심시키려는 설명회를 열었다. 펀드 구성의 문제점과 펀드 유동성 위기에 대해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도 이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건 증권사의 의무를 위반 한 것이다.

-증권사 지점장이 이미 펀드 부실을 어느정도 알고 있었던 것일까
=녹음파일에서 자신의 고객들이 환매를 하면 '펀드런'이 발생해 바로 환매 중단이 될 것 같아 환매를 늦추었다는 식의 지점장 발언은 이미 지난해 8월부터 펀드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걸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 회의에서 반포지점장은 라임펀드 사장, 부사장 등과 매우 긴밀하게 펀드 운용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특히 증권사 지점장이 "내가 고객들 환매를 못하도록 막고있었다"고 말한 건 본인이 펀드 운용사의 직원처럼 행동하는 게 아닌가. 증권사 직원이 특정 운용사 펀드를 전폭적으로 판매하기 위해 고객들을 이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보이는 부분이다.

-증권사에 대한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고 판단하는지
=이 사안의 경우 자본시장법 상 사기적 부정거래 행위로 판단된다. 고객에게 허위의 내용을 고지해 금융상품을 거래했을 때 처벌하는 규정이다. 이번 건의 경우 증권사 또한 상당한 기망 행위가 있다고 판단되고 수익률이 허위로 고지된 경우가 많다. 지점장이 라임 쪽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환매를 미루도록 투자자들을 설득한 부분도 투자자들의 환매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만든 것인데, 부작위에 의한 기망이 성립돼 사기 혐의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 누구에게 얼마나 책임을 물을 것인가

1조 6천억 원 규모의 펀드 환매를 중단한 라임 사태. 가장 큰 책임은 물론 원종준 사장과 이종필 부사장 등 라임자산운용 관계자들에게 있을 겁니다. 두 번째 책임은 고객에게 실제와 다른 설명으로 펀드를 판매했다고 의심되는 증권사와 은행 등 판매사에 있습니다. 이들의 책임이 얼마나 컸는지는 검찰 수사와 민사소송을 통해 앞으로 판단이 될 부분입니다.

세 번째 책임은 구조적인 부분입니다. 금융당국과 정부는 라임 펀드 사태에 얼마나 책임이 있을까요. DLF와 라임 사태의 배경에는 정부가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해 환경을 조성한 측면이 있습니다. 2015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사모펀드 운용사를 새로 만들때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변경됐고 설립 요건도 이전보다 문턱이 낮아졌습니다. 일반투자자들의 사모펀드 최소투자금액도 5억 원에서 1억 원으로 낮아져 사모펀드에 자금이 몰렸습니다.

그 결과 사모전문 운용사가 2015년 19곳에서 2019년 200여 곳으로 급증했습니다. 사모펀드 전체액은 2015년 12조 원에서 2019년 24조 원까지 늘었습니다. 공모펀드와 비교해보면 사모펀드의 증가세는 확연합니다. 2019년에는 사모펀드의 고객 1인당 판매액이 2억 5천만 원으로 665만 원인 공모펀드의 38배가 넘었다는 통계도 나왔습니다.(금융투자협회)

김정철 변호사는 "금융시장을 활성화한다는 명목으로 2015년 사모펀드 제한을 대폭 완화하면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며 "사모펀드 관리 감독기능은 약화되면서 투입되는 자금은 지나치게 많아졌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은 모두 투자자가 떠 앉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미국에서는 금융투자상품 불완전판매가 있을 때 강력한 제재와 처벌을 해 해당 증권사 직원들은 다른 곳에 취직도 금지된다. 한국을 보면 LIG CP 불완전판매의 경우 증권사에 대해 과태료 500만 원에 그쳤다. 이런 제재를 가지고는 앞으로도 불완전판매가 계속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법원도 소송에서 투자자에게 입증책임을 전부 지우는 구조 또한 불완전판매가 사라지지않는 하나의 이유"라고 설명합니다.

대신증권 반포센터에서 장모 지점장과 함께 라임펀드를 대량으로 판매한 PB에게 라임펀드의 성장 배경을 묻자 이렇게 답했습니다. "한국에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사모펀드 상품이 커져왔다. 개인들한테 규제가 완화돼서 최소 1억 원이면 투자할 수 있게 되면서 일반 사람들에게 사모펀드 접촉 기회가 많아졌다. 사모펀드 성장 시기에 라임 펀드의 성장이 맞물렸고, 반포센터의 마케팅과 잘 맞아떨어졌던 것이다."

즉, 이번 사태를 불러온 라임자산운용의 성장 배경에는 높고 안정적인 수익률, 스타 PB의 발빠른 마케팅 외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있었습니다. 이들이 마음 놓고 활개 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정부의 사모펀드 규제 완화 흐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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