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도 안 주고 말없이 해고…"소규모 사업장 노동조건 심각"

SBS 뉴스

작성 2020.01.16 15:1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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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인 A씨는 일을 시작할 때 점장으로부터 "최저임금을 줄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아르바이트생 채용 공고와는 얘기가 달랐다.

점장은 A씨에게 시급으로 6천 원을 주겠다고 했다.
 
당장 일자리가 필요했던 A씨는 시급 6천 원에 일하기로 했다.

얼마 안 가 점장은 A씨에게 "퇴근 시각을 1시간 늦추라"고 요구했다.

A씨가 "그럼 임금을 올려달라"고 하자 점장은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이튿날 A씨가 출근하자 자리에는 다른 아르바이트생이 나와 있었다.

A씨는 그제야 자신이 해고당한 것을 알게 됐다.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에 접수된 이메일 제보 내용이다.

A씨의 사례를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소규모 사업장의 노동 조건이 얼마나 열악한지 잘 보여준다.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의 권익 보호 활동을 하는 단체인 '권리찾기 유니온 권유하다'(이하 권유하다)는 16일 정동 민주노총에서 A씨의 사례를 포함한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실태조사는 작년 11∼12월 노동자 대상 온·오프라인 설문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자 536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6.8%가 5인 미만 사업장 소속이었다.

A씨와 같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있다고 답한 노동자는 12.4%에 달했다.

10명 중 1명꼴로 최저임금을 못 받은 것이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이 비율이 14.0%로 좀 더 높았다.

주휴수당을 받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49.6%였다.

주휴수당을 못 받고 있다는 응답은 36.9%였고 주휴수당 적용 여부 자체를 모른다는 응답도 13.4%였다.

주휴수당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줘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조항에 근거를 둔 것으로, 노동자가 휴일에 쉬면서 받는 1일분 수당이다.

1주 15시간 이상 일한 노동자에게 적용된다.

1주 노동시간이 52시간 이상이라는 응답은 24.2%에 달했다.

4명 중 1명꼴로 주 52시간 이상 일한 것이다.

주 60시간 이상 일한다는 응답도 13.0%나 됐다.

일을 시작할 때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1부를 받았다는 응답은 56.1%에 그쳤다.

사업주가 임금을 포함한 근로계약을 준수했는지 따질 기본 자료조차 없이 일하는 노동자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소규모 사업장 중에서도 5인 미만 사업장은 노동시간, 연차 휴가, 연장·야간·휴일 수당 등 근로기준법 조항이 적용되지 않아 사실상 법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을 받는다.

노동자가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해도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각하되는 경우가 많다.

권유하다는 추가 실태조사를 거쳐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의 권익 침해 문제를 공론화하기로 했다.

근로기준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서류상으로만 5인 미만으로 등록한 사업장과 같은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고발 운동도 벌이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