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순환배치 美 기갑여단과 동해 비행 B-52…무언의 대북 압박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20.01.12 10:15 수정 2020.01.12 14:5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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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순환배치되기 위해 막 이동을 시작한 미국의 기갑여단 전력이 공개됐습니다. 통상 부산항에 도착했을 때 기갑부대의 한국 배치 사실이 알려지는데 이번에는 미군의 공식 영상·사진 공유 웹사이트가 기갑부대의 미국 현지 출발 영상을 일찌감치 올려놨습니다.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입니다.

그제(10일)는 괌 앤더슨 기지에서 출격한 B-52 전략폭격기가 동해로 날아왔습니다. 민간 항공추적사이트에 잡히도록 의도적으로 위치식별장치를 켜놓고 비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B-52의 동해 비행은 올 들어 처음입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 초기 국면에서 순환배치 전력을 들이지 않는 방식으로 주한미군을 감축하는 방안이 회자됐었습니다. 순환배치되는 기갑부대의 미국 현지 출발 소식으로 주한미군 감축 논란은 이제 끝났습니다. 기갑여단의 순환배치 공개와 B-52의 동해 비행은 정면돌파뿐이라는 북한에 대한 새로운 무력 시위로 풀이됩니다.
한국 순환배치를 위해 집결한 美 육군 기갑부대● 美 육군 전차·자주포·장갑차 한국으로 출발

미 국방부 산하 국방 영상정보배포시스템(DVIDS)은 캔자스주 포트라일리 기지의 육군 제1보병사단 제2기갑여단이 순환배치를 위해 한국으로 떠난다며 현지 시간 지난 8일 기갑여단의 출발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미군은 "정기적인 한국 순환배치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방위력과 동맹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M1A2 에이브럼스 주력 전차의 최신 버전인 M1A2 SEP V2, M109 팔라딘 신형 자주포, M2 브래들리 장갑차가 등장합니다. 한 곳에 집결한 뒤 열차에 실려 떠나는 장면까지 나옵니다.

미국 육군성은 작년 12월 2전투여단의 순환배치를 발표한 바 있는데 한 달도 안 돼 실제 전력의 수송이 시작된 겁니다. 2기갑여단은 작년 6월부터 한국 순환배치 임무를 맡은 제1기병사단 3기갑여단을 대체합니다. 순환배치 기간은 9개월입니다.

순환배치되는 전차, 자주포 등은 오는 3월 부산항을 통해 들어옵니다. 미군은 부산항 하역 시점에 맞춰 보도자료를 내왔는데 이번에는 미국에서 출항하기도 전인 작년 12월, 그리고 지난 8일 미군은 순환배치 사실을 잇따라 공개한 겁니다. 주한미군 감축은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입니다.
美 B-52폭격기● 또 날아온 B-52 전략폭격기

그제는 B-52 전략폭격기가 일본 열도 위를 비행하던 도중, 민간 항공추적사이트에 포착됐습니다. 일부러 비행 궤적이 식별되도록 위치추적장치를 켠 채 비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작년 10월부터 12월까지 종종 이런 식의 비행을 했었는데 올 들어서는 그제가 처음입니다.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출격해 일본 공역에서 일본 자위대와 훈련을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그제 B-52는 일본 열도 위에서 기수를 동쪽으로 돌린 게 아니라 계속 날아 동해 바다까지 넘어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정부 소식통은 "B-52가 근래 들어 좀 깊숙하게 동해로 진입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과 일본 사이 동해바다 위를 비행한 겁니다. 북한도 그제 B-52의 비행을 포착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자기들 힘으로 알아차리지 못했다 한들 민간 항공추적사이트가 공개했으니 어제는 파악했을 겁니다.

B-52 폭격기의 동해 비행과 제 2기갑여단의 출발이 던지는 대북 메시지가 무겁습니다. 작년 연말 하루가 멀다 하고 한반도 작전을 펼쳤던 각종 미군 정찰기는 "북한을 관찰하고 있다"는 '크리스마스 선물'용 원포인트 시위였지만 B-52와 기갑여단은 전략무기를 운운하며 정면돌파를 선언한 노동당 전원회의 이후 첫 대북 메시지입니다. 북한이 핵 포기도, 대화도 하지 않겠다면 미국의 선택은 무력과 제재 공세뿐입니다.